‘당근’=당뇨병 천연 치료제? …“혈당 조절능력 향상 확인”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5-01-10 14:36 수정 2025-01-10 15:41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당근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흔하디흔해 귀한 줄 모르는 이 뿌리채소가 제2형 당뇨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남부 대학교(SDU), 오덴세 대학교 병원, 코펜하겐 대학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당근을 섭취하면 그 속에 함유된 화합물들이 혈당 조절을 촉진하고 장내 미생물 군집에 변화를 일으켜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은 후천성이다.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아 발병하는 제1형 당뇨병(소아 당뇨병)과 달리 제2형 당뇨병은 몸이 인슐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심장 질환, 신장 손상, 신경 문제, 시력 손실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90%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건강에 해로운 식단, 비만, 오래 앉아 생활하는 방식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 발병한다.
당뇨병 환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8억 명에 이른다. 1990년에 비해 거의 4배 증가했다. 2024년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 명이다. 동 연령대 전체 인구 수(3750만 여명) 대비 환자 수의 비율인 유병률로 따지면 16.3%다. 당뇨병 전단계 인구 1695만 명을 합하면 30세 이상 한국인 2295만 명(61%), 즉 열에 여섯이 당뇨병 고위험 군에 속한다.
2050년 전 세계 당뇨병 인구가 13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미국 워싱턴 대학교)도 있어 효과적인 예방·관리·치료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과학 저널 임상과 중개 과학‘(Clinical and Translational Science)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생리활성 화합물이 풍부한 당근이 제2형 당뇨병 예방은 물론 기존 치료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당근은 소화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구성을 변화시킨다. 특히 단쇄지방산을 생성하는 박테리아의 번성을 이끌었다. 단쇄지방산은 장내 박테리아가 음식에서 식이섬유를 분해할 때 형성되며 에너지 대사와 혈당 수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의 핵심 성분인 GLP-1의 체내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당근에는 세포가 당을 흡수하고 인슐린의 기능을 개선하며 염증에 영향을 미치는 등 당뇨병에 중요한 천연 생리화합 물질인 팔키라놀과 팔카린디올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연구자들은 당뇨병 환자가 기존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당근을 섭취하면 건강을 더욱 개선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이 당근의 이 같은 억제 효과를 확인한 것은 제2형 당뇨병에 걸린 쥐 54마를 대상으로 한 16주간의 실험을 통해서였다.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당근 분말을 보충한 고지방 식단을, 다른 쪽은 당근만 뺀 같은 식단을 제공했다.
연구 기간이 끝날 무렵, 쥐에게 설탕을 먹이고 쥐의 신체 반응을 측정했다. 당근 분말을 먹인 쥐들이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혈당 조절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당근 분말을 섭취한 쥐들의 장에는 유익한 단쇄지방산을 생성하는 박테리아가 더 많아 장 건강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은 소화와 건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십억 마리에 달하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구성을 변화시켰다. 당근을 섭취한 쥐들은 더 건강한 장내 세균 구성을 보였다”라고 제1저자인 모르텐 코베크 라르센 SDU 부교수가 말했다.
당근은 불포화 지방산에서 유래한 생리활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세포가 당을 흡수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혈당 조절과 전반적인 대사 건강에 도움을 준다. 당근을 날 것 그대로 먹거나 살짝 익혀 먹는 게 유익한 유기 화합물을 유지하는 데 가장 좋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파슬리, 셀러리, 파스닙(배추 뿌리같이 생긴 채소) 등의 채소에도 비슷한 화합물이 들어있다.
연구진은 설치류를 대상으로 실험한 이유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며 많은 돈이 필요한 인간 대상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 자금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비즈N 탑기사
- ‘15년 공백기’ 원빈 근황…여전한 조각 미남
- 제주서 中 여행업자-병원 유착 ‘불법 외국인 진료’ 적발…3명 기소
- 10년 전에도 동절기 공항 철새 퇴치 기술 연구 권고했다
- 제주항공 참사, 피해 더 키운 화재는 어떻게 발생했나?
- 조류 충돌vs기체 결함…사고 원인 규명에 최소 ‘수개월’
- 내년 광복 80주년 기념우표 나온다
- ‘은퇴’ 추신수, SSG 프런트로 새 출발…육성 파트 맡을 듯
- ‘179㎝’ 최소라 “5주간 물만 먹고 45㎏ 만들어…그땐 인간 아니라 AI”
- 이승환 “난 음악하는 사람…더 이상 안 좋은 일로 집회 안 섰으면”
- 치킨집 미스터리 화재…알고보니 모아둔 ‘튀김 찌꺼기’서 발화
- ‘BS그룹’ 새출발… 새로운 CI 선포
- 착한 아파트 ‘평택 브레인시티 수자인’ 분양
- 한양, 평택고덕 패키지형 공모사업 P-2구역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예금보호한도 1억 상향…2금융권으로 자금 몰리나
- ‘은퇴’ 추신수, SSG 프런트로 새 출발…육성 파트 맡을 듯
- 올해 설 선물세트 선호도 2위는 사과…1위는?
-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베트남 남부 사업확장 박차
-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 내년 4월 개장…서울 첫 이케아 입점
- “공사비·사업비 갈등 여전한데”…내년 서울 분양 92%는 정비사업 물량
- 분양가 고공행진·집값상승 피로감에도 청약 열기 ‘후끈’[2024 부동산]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