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폴크스바겐 티구안의 항변 “R라인도 있습니다”

동아경제

입력 2013-02-05 01:00 수정 2013-02-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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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까지 1시리즈와 골프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이모 씨(33)는 지난해 말 폴크스바겐 골프를 구입했다. 최근 가까운 거리뿐만 아니라 잦은 지방출장으로 운전하는 시간이 많은 그는 연비를 고려해 7년 된 현대자동차 구형 아반떼를 처분하고 신차를 구입했다.

“실공간이 넓으면서 연비가 좋은 차를 고르다 보니 주변에서 골프를 많이 추천했다. 연말에 프로모션 등으로 가격 할인 혜택이 크고, 많은 이들이 선택한 차가 무난할 것이란 기대감에 골프를 샀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BMW 1시리즈 해치백을 선택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후회도 미련도 없다.”

폴크스바겐코리아의 라인업에서 골프 다음으로 인기 있는 모델 티구안을 이 씨와 함께 시승했다. 시승차는 티구안 라인업 중 최상위급인 2.0 TDI R라인이다. 가격은 최하위 트림인 컴포트(3790만 원)보다 정확히 1000만 원 비싼 4790만 원. 기아차 모닝 1대 정도의 가격차다.

외관에서 컴포트와 R라인의 다른 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두 차량을 나란히 주차한 후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지 않는다면, 또는 컴포트 모델을 많이 타본 운전자가 R라인을 시승하는 것이 아니라면 숨은그림찾기처럼 어렵다. 동행한 이 씨는 차를 보더니 침묵에 빠졌다. 이 씨와 기자는 두 모델의 다른 점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외관에선 전면 라디에이터그릴에 붙은 엄지손가락 크기의 R라인 로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런 건 눈썰미가 아예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찾을 수 있는 손쉬운 해답. 하지만 다음 답안을 찾기까지 10여분의 지루한 침묵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2명의 젊은 남자가 침묵 속에서 차량을 더듬듯 훑어보기에는 의심을 살 소지가 너무 많다.
스마트 폰을 꺼내 들고 포털검색, 지식인 답변, 블로그 포스팅, 관련 기사를 차례로 찾아봤다.

19인치 휠, 스포츠 서스펜션, R스타일의 앞뒤 범퍼와 리어스포일러, R라인 로고가 새겨진 비엔나 가죽시트 등 ‘R라인 패키지’란 단어로 설명이 가능한 옵션들을 찾을 수 있었다.

실내는 후방 카메라를 새롭게 추가하고 기존에 후진 일렬주차만 가능했던 것에서 직각주차와 탈출기능이 포함된 파크어시스트 2.0 기능이 더해졌다.

파워트레인은 2.0TDI 디젤엔진에 7단 DSG변속기를 장착했다. 네 바퀴 굴림 방식에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내고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10.2초가 걸린다. 안전최고속도는 188km/h.

여기에 블루모션 기술의 일환인 스타트&스톱시스템, 에너지회생시스템, 코스팅모드 등의 기술을 조합해 사륜구동 SUV임에도 불구하고 복합연비 13.8km/ℓ를 구현했다.

한 손에 키를 들고 다른 손으로 앞문 손잡이를 잡자 잠금장치가 스르륵 해제됐다. 최근에 나오는 국산차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키리스엑세스시스템(Keyless Access System)이지만 언제 봐도 편리하다. 실험삼아 스마트키의 잠금 버튼을 다시 누르고 뒷문 손잡이를 잡아 봤지만 이번엔 열리지 않았다. 역시 앞쪽 운전석과 조수석에만 해당되는 기술이다.
운전석에 앉아 이것저것 살피는데 조용하던 이 씨가 말문을 연다. “골프와 비교해보니 실내 디자인은 비슷한 것 같다. 폭스바겐은 화려하진 않지만 꼭 필요한 기능들을 최적화된 위치에 배열하는 부분이 특징인 것 같다. 독일전차와 같은 단단한 조립품질이 마음에 든다. 싸구려 재질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보단 차라리 검소하지만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이런 부분이 매력적이다.”라고 나름대로 품평했다.

실내는 그의 말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한눈에 봐도 그 기능들을 이해할 수 있는 버튼들과 특별히 눈에 띌 것도 거슬리는 것도 없는 공조장치 등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려고 스타트 버튼을 찾았지만 당연히 스티어링 휠 우측 상단에 있어야 할 버튼이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저기 빠르게 눈동자를 굴려보니 센터페시아 하단 기어레버 앞쪽으로 스타트 버튼을 배치했다.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며 시동을 걸었다.
정지상태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소리와 진동은 디젤엔진 치고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가솔린엔진 차량과 비교하면 안 된다. 다만 비슷한 급의 BMW 디젤엔진과 비교하면 정숙하기만 한 요조숙녀다.

이 씨는 “골프와 비교해 티구안은 그래도 조용한 편인 것 같다. 골프는 실내에서 느껴지는 떨림이 심하다. 이 부분은 곧바로 주행감성으로 이어져 노면을 많이 타는 하체와 스티어링 휠 반응, 엔진음이 어우러져 시끄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이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스포티한 느낌’이라고 표현을 바꿨다.

골프 구입 전 BMW 1시리즈 해치백을 시승해봤다며 소감을 늘어놓던 그는 “BMW는 주행감성을 자극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 폭스바겐은 비교가 불가능한 연비가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의 표현에는 독일차 브랜드에서 전통적으로 느껴지는 주행의 날카로움, 폭발적 성능, 안정적 차체 등으로 표현되는 운전의 즐거움이 바탕에 깔려있는 듯 했다.
도로에 올랐다. 차가 움직이니 오히려 엔진음과 진동은 잦아드는 느낌이다. DSG 변속기를 오랜만에 체감하는 탓일까 저속에서 느껴지는 변속감이 불편하다. 타코미터의 바늘이 일정수준에 오르지만 속도가 부드럽게 오르지 못하고 울컥거린다. 30~50km/h의 저속을 벗어나자 변속이 조금 더 부드럽게 바뀌었다. 특히 고속주행에서 차체의 안정감은 묵직한 스티어링 휠 반응과 맞물려 안정적이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중고속 영역을 스트레스 없이 주행하며 가벼운 몸놀림과 안정적 차체로 즐거운 운전을 했다.

이 씨는 “티구안은 골프의 조금 큰 모델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골프보다 차체가 높아 전면 시야가 넓고 이런 부분은 운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주행감성은 골프와 닮았지만 조금 더 부드러운 하체로 패밀리카 다운 면모가 느껴진다.”고 시승소감을 남겼다.
R라인은 폴크스바겐 내부와 수입 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티구안 모델에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확장 모델 정도로 보면 된다. 브랜드와 모델은 마음에 들지만 국산차와 비교해 부족한 편의사양을 지적했던 소비자들에게 “그렇다면 R라인도 있습니다.”라는 항변을 위한 대안이 아닐까.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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