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글 G메일’ 벽에 막힌 이석기 수사

동아일보

입력 2014-06-24 03:00 수정 2014-06-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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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있는 美, 사법공조 미지근… 檢, RO조직원 메일 압수수색 못해

검찰이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포함해 RO(혁명조직)의 핵심 조직원 10명의 G메일 계정 38개를 아직 압수수색하지 못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국내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지만 G메일 서버가 구글 본사에 있어 미국의 형사사법 공조 없이는 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G메일 내용이 RO와 북한 간의 연계성을 입증하고 RO의 활동을 확인하는 데 필수라고 보고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해 10월 법무부를 통해 미국 법무부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이 의원 등이 G메일에 가입한 이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당한 지난해 8월 말까지의 수·발신 내용, 삭제됐지만 서버에 남아 있는 내용, 접속 기록 등을 제공해 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미국 측은 아직 답변이 없다. 이번뿐 아니라 미국은 단 한 번도 공안사범에 대한 G메일 압수수색 요청에 응한 적이 없다. 공식 답변은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RO 조직원들의 전과 기록을 달라”고 한 게 처음 온 반응이었다. 미국 측은 RO 조직원들의 범죄가 무겁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미국 국내법을 위반하진 않았다며 곤란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은 “공안사범들이 최근 G메일을 국가변란을 기도하는 범죄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데, 수사기관이 범죄 실체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며 조만간 미국 측에 추가 자료를 보내고 사법공조 이행을 촉구할 방침이다. 실제로 공안사범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의식적으로 G메일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법 집행력이 G메일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 2008년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사건 때 한 조직원의 사무실에서 “다음 등 국내 e메일을 쓰면 안 된다. 수사기관이 추적을 못하는 G메일이나 야후를 써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2011년 평통사 사건과 왕재산 사건 수사 때도 주범들이 G메일을 썼다. 북한 225국 공작원에게 국내 동향을 보고한 혐의로 올해 구속 기소된 전 통진당 간부 전식렬 씨, 북한 정찰총국 간첩에게 국내 전산망 서버 접속 권한을 넘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김모 씨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 사례들 모두 사법공조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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