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브랜드 전략, ‘품질’서 ‘감성’으로

동아일보

입력 2012-04-03 03:00 수정 2012-04-0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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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동일포맷 광고 ‘리브 브릴리언트’ 공개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기업이미지 광고 캠페인 ‘리브 브릴리언트’의 한 장면. 이번 캠페인에서는 품질에 대한 언급 없이 감성에 초점을 맞춰 현대차의 달라진 브랜드 전략을 보여준다. 현대차 제공
“나는 당신의 자동차입니다. 나는 당신의 빛나는 인생입니다.”

배우 이병헌 씨의 나지막한 내레이션이 깔린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기업이미지 광고 캠페인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는 현대차의 달라진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보여준다. ‘품질’로 대표되던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감성’에 초점을 맞추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전 세계에 동일한 포맷의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지역별 시장 특성에 맞는 ‘현지화(Localization)’에 집중했지만 이번 캠페인에서는 전 세계에 한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사실 세계 주요 시장에서 ‘각개전투’로 싸우는 데 급급했던 현대차로서는 ‘현대’라는 브랜드를 키우는 것은 후순위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전년 대비 19.3% 상승한 6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의 브랜드 가치를 보이며 전년 대비 4단계 올라선 61위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 중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통일된 메시지를 주자’라는 최고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글로벌컨설팅기업 모니터그룹 대표 출신인 조원홍 전무가 이끄는 현대차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은 현대차가 지난해 선포한 기업가치 ‘모던 프리미엄’에 걸맞은 ‘찬란한(Brilliant)’이란 형용사로 콘셉트를 잡았다. 이어 계열 광고기획사인 이노션에서 삶이라는 공간에 접목한 ‘리브 브릴리언트’로 캠페인 영상 4편을 제작했다. 4편 모두 기술이나 성능에 대한 언급은 철저히 배제한 채 ‘감성’에만 초점을 맞췄다. 기술에 관해서는 이미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해외 광고 전략도 바뀌었다. 현대차는 최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뒷면 광고를 연간 단위로 계약했다. 이코노미스트의 뒷면 광고는 투자은행이나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 정보기술(IT) 기업 위주로 나가며 아시아 출신의 제조업 브랜드에는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노션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미국 CNN, 영국 스타일 전문잡지 ‘모노클’ 등으로 기업 이미지 캠페인에 나선 것도 ‘현대’라는 브랜드의 감성지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일선 딜러들 사이에서 퍼졌던 현대차의 ‘두 가지 브랜드 전략’, 즉 제네시스를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고급 브랜드로 키워 현대차의 브랜드를 이원화하겠다는 전략도 ‘소문’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지금 상황에서는 현대차라는 브랜드 하나로 프리미엄 감성 지수를 높이는 것이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것이 현대차 본사의 입장이다.

존 크라프칙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장은 최근 미국 포브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자동차의 럭셔리 전략은 대중에게 외면받았다”며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만큼 제네시스 브랜드를 독립시키지 않고 현대차 라인업에 계속 두겠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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