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혼란 속 주목할 부동산 키워드는 ‘철도’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입력 2025-01-11 09:47 수정 2025-01-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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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착공·개통 앞둔 철도 사업은 정권 바뀌어도 그대로 추진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을 강타한 정치 리스크는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과 부동산시장은 불가분의 관계다. 향후 정치권 동향에 따라 내 집 마련의 꿈과 투자 전망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동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국 시나리오별 예상되는 정책 방향과 그에 따른 시장 영향을 분석했다. 나아가 정치 리스크에도 비교적 변동성이 적은 부동산 호재를 함께 살펴봤다.

서울 경전철 신림선 전동차. [뉴스1]
민간 친화 공급 vs 공공·임대주택 확충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지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 다만 탄핵 인용 또는 기각에 따른 정국 변화와 그에 따른 부동산 정책 시나리오는 예상해볼 수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크게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긴다. 우선 보수정당이 집권하는 경우다. 그럼 윤석열 정부의 ‘민간 친화 공급 정책’이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서울 도심의 경우 재건축특례법이 적용되고, 인천과 경기에선 신규 택지가 추가 발표될 것이다. 현실화된다면 늦어도 2030년까지 주택 공급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나아가 재건축특례법에 따라 300%대 용적률 허가를 받은 역세권 정비 사업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신규 택지가 예정된 곳은 광역 철도망이 건설될 확률도 높아져 후광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진보정당이 집권한다면 그간 꾸준히 제기돼온 ‘기본주택’이 주요 정책 화두가 될 전망이다. 누구나 부담되지 않은 가격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는 게 뼈대다. 이에 따라 정부 주도의 공공·임대주택 프로그램이 재가동될 수 있다. 3기 신도시뿐 아니라, 현 정부에서 수도권 택지 후보로 발표된 김포한강2, 평택지제, 구리토평도 공공·임대주택 위주로 개발될 것이다. 이 같은 정책 환경에선 높은 청약가점을 받을 수 있는 청년, 무주택 신혼부부가 수도권 알짜 입지에 입성할 기회가 커진다. 반면 이른바 끼인 청약층인 무주택 맞벌이 부부는 청약 사각지대에 놓여 인고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나아가 ‘착한 분양가’ 정책이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시공사는 원가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고물가 상황은 여전한 데다, 6월 시행되는 ZEB(제로 에너지 건축물) 의무화까지 겹쳐 건축비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 공급이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지역에선 올해 하반기 이후 가격 급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만약 탄핵 불발로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정치 불안정이 극단으로 높아질 수 있다. 정치 리스크가 부동산뿐 아니라 모든 경제·사회 이슈를 잠식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시장의 관망세도 무관심으로 돌아설 수 있다. 최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미만인 저성장 국면에도 이를 비웃듯 강남 집값은 상승해왔다. 구조적인 주택 거래 침체와 공급 감소가 집값을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불안정이 대한민국 경제 메커니즘 자체를 흔든다면 경기침체가 부동산시장을 밀어 넘어뜨리는 유례없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트램·경전철 역세권 가치 상승

‘동탄 도시철도(동탄 트램)’ 예상 노선도. [화성시 제공]
이런 가운데 보수와 진보 공히 힘을 실을 부동산 정책이 두 가지 있어 주목된다. 우선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추진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도 신도시 인구 유입은 증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구가 밀집된 선거 표밭을 겨냥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 대상 후보지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변수는 이 같은 정책의 조기 실현 여부다. 가령 선거철마다 수많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청사진이 나왔지만 이제야 GTX-A 노선이 일부 개통한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발표됐으나 실제 공급까지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여느 정비 사업이 그렇듯이 아파트·상가 소유자, 세입자 등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주장이 교차할 것이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자치단체의 셈법도 복잡하다. 통상 10년 넘게 걸리는 재건축을 5년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선도지구 사업이 마냥 순풍만 타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 불안정 속에서 주목할 또 다른 부동산 정책은 각종 철도 인프라 사업이다. 특히 착공·개통을 앞둔 철도 사업은 향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그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2025년은 트램으로 대표되는 ‘도시철도 2.0 시대’ 원년이 될 것이다. 트램은 버스, 승용차보다 정시성이 뛰어나고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용 부담이 적다. 트램이 도시철도 2.0 시대를 열어갈 지하철 대안으로 각광받는 배경이다. 그런 점에서 사업 추진의 대의명분이 뚜렷한 트램 개발 사업은 지금 같은 정치 불안정 상황에서 역(逆)프리미엄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우선 강남권 신도시인 위례신도시의 트램 공정률은 현재 90%로 연내 완공, 내년 개통이 목표다. 이로써 위례신도시 주민은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 8호선 복정역·남위례역을 트램으로 환승할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 최대 신도시인 동탄2신도시에서도 올해 트램이 착공될 예정이다. 화성·수원·오산시가 함께 추진하는 총연장 34.4㎞의 대규모 트램 건설 프로젝트다. 철도의 부동산시장 파급력은 수혜 반경과 환승 노선이 결정짓는다. 동탄2신도시 트램이 개통되면 수도권 남부 거대 도시가 연결되고 망포역에서 수인분당선, 동탄역에서 GTX-A 노선으로 환승도 가능하다. 역세권 집값 상승의 트리거가 될 공산이 크다. 지방 광역시에도 트램 건설 훈풍이 불고 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이 될 트램이 올해 본격 착공된다. 대전 5개 자치구를 순환하는 총연장 38.8㎞의 순환선으로, 2028년 개통이 목표다.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뉴스1]
‘철도 지하화 사업 선도지구’ 주목

같은 맥락에서 서울 경전철 사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22년 개통한 신림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전철은 인근 부동산 가치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신림선 역세권에 있는 30년 이상 된 소형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2000만 원을 거뜬히 넘겼을 정도다. 노원·강북·성북구를 관통해 성동구 왕십리역까지 이어지는 동북선이 2026년 개통될 예정으로, 서울 동북권 재건축·재개발 지역에 교통 프리미엄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내년 착공 예정인 또 다른 경전철은 서부선이다. 서울 서북권과 서남권의 교통 소외 지역을 연결해 지하철 1·2·6·7·9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 부자’ 노선이다. 서부선 사업의 관건은 올해 상반기에 있을 협약이 무탈하게 진행될지 여부다. 트램과 경전철 모두 개발이익이 불확실한 교통 소외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추진이 지연돼 주민들의 애를 태운 바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교통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대의명분은 변치 않는다. 정치 불안정 시대에 오히려 추진력을 얻어 주변 집값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철도 지하화도 여야 상관없이 힘을 보탤 공산이 큰 정책이다. ‘단절된 도심 공간 재창조’라는 정책 기조상 공감대가 넓고 실효성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정책은 집값 상승의 장기 재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 발표되는 철도 지하화 사업 선도지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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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72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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