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 임무명 ‘B.T.S’… 한국 첫 초소형 군집위성 궤도 올랐다

최지원 기자

입력 2024-04-25 03:00 수정 2024-04-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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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링크’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
2026년, 2027년 5기씩 추가 발사
11기, 하루 3번 이상 한반도 통과
재난-재해 상황 촘촘하게 감시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을 실은 미국 로켓랩 발사체가 24일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로켓랩 유튜브 화면 캡처

국내 첫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 1호가 무사히 궤도에 안착해 ‘생존 신고’를 마쳤다. 최근 스타링크, 아마존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지구 저궤도에 작은 위성 수천 대를 쏘아올리는 상황에서 한국도 본격적인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오전 7시 32분 뉴질랜드 북쪽 마히아 발사장에서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 1호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네온샛 1호는 발사 약 50분 만인 오전 8시 22분 정상적으로 발사체와 분리돼 목표 궤도에 안착했다. 발사 4시간 25분 뒤인 오전 11시 57분, 이미 지구 두 바퀴를 돌고 온 네온샛 1호는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에 데이터를 송신했다. 이후 오후 2시 13분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에도 성공했다. 네온샛 개발을 총괄한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이철 위성연구2실장은 “태양전지판도 정상적으로 전개했고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하는 등 위성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 한 번에 대한민국 7배 면적 볼 수 있어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은 100kg 미만의 작은 관측 위성이며 총 11기가 군집을 이뤄 운영될 예정이다. 올해 1호 발사를 시작으로 2026년, 2027년에 각각 5기씩 발사할 예정이다. 11기가 모두 궤도에 안착하면 매일 3번 이상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게 된다. 네온샛 1호는 약 500km 상공에서 해상도 흑백 1m급, 컬러 4m급의 광학 영상을 공급할 예정이다.

네온샛 1호를 싣고 간 미국 로켓랩은 네온샛 발사에 ‘B.T.S(Beginning of The Swarm·군집의 시작)’라는 임무명을 붙이기도 했다. 국내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이름을 딴 작명이기도 하다.

천이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장은 “1대로 운영되는 기존의 관측 위성은 28∼30일 주기로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게 된다”면서 “하지만 네온샛은 11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도는 군집위성이기 때문에 같은 지점을 24시간 이내에 재촬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온샛은 한반도를 촬영하며 재난 재해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기존의 고해상도 정찰위성과 협력해 주요 표적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할 수도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군집위성 10기를 기준으로 70만 km²에 이르는 대용량 영상을 획득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약 7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의미다.


● 양산 체계 구축 ‘K스타링크’도 가능해

이번 네온샛 발사가 한국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데 큰 이정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우리나라 통신 및 관측 위성은 모두 1대로 운영되는 중대형 위성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타링크, 아마존, 원웹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지구 저궤도에 군집위성을 쏘아 올려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초소형 위성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밴티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소형 위성 시장은 2022년 29억 달러(약 4조 원)에서 2030년 88억6000만 달러(약 12조 원)로 약 3배로 커질 전망이다.

한국이 스타링크와 같이 위성 통신을 위한 군집위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여러 대의 위성을 빠르고 값싸게 제작할 수 있는 양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네온샛 제작을 맡은 쎄트렉아이의 대전 연구소에는 네온샛 양산 공정이 마련돼 있다. 외부 환경에 민감한 부품들이 많다 보니 일반 제조업처럼 컨베이어벨트식의 양산 체계는 아니지만 네온샛에 최적화된 부품, 조립 기계 등의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쎄트렉아이 관계자는 “현재 양산 시스템을 약간 정비하면 스타링크와 같은 통신 위성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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