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방’ BJ에 수억원 후원한 시청자, 알고보니 ‘바람잡이’ 기획사였다

세종=김도형기자

입력 2024-04-23 16:35 수정 2024-04-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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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을 통해 이른바 ‘벗방’(벗는 방송)을 하는 A 기획사는 직원을 시청자처럼 꾸며서 소속 인터넷 방송 진행자(BJ)에게 수억 원을 후원했다. 시청자가 BJ와 직접 채팅하면서 후원금을 내면 신체 노출 수위를 높이는 식으로 진행되는 벗방에서 일반 시청자가 더 큰 돈을 쓰게 하려고 일종의 ‘바람잡이’를 동원한 것이다. 세무당국은 이 회사가 이같은 후원금을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23일 국세청은 A 사를 비롯한 온라인 기반의 신종 탈세 행위 21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성인방송 방송사·기획사·BJ 12건, 비사업자로 위장한 중고명품 판매업자 5건, 부당하게 세액을 감면 받은 유튜버 4건이다.

조사 결과 성인방송 기획사와 방송사 사주, BJ 등은 A 사처럼 시청자를 속여 거액을 벌어들이면서 고급 아파트 임차료와 백화점 명품관·외제차·성형외과 관련 비용 등을 법인 경비로 처리하는 경우가 다수 적발됐다.

중고명품 판매업자들은 실제로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많게는 수십억 원 어치의 제품을 온라인 중고장터를 통해 현금 판매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현금으로 사들인 고가의 중고품을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에서 판매하면 과세당국이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해 탈세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전당포를 겸업하는 한 중고명품 판매업자는 약 1800건, 39억 원 어치의 귀금속과 가방, 시계, 오토바이 판매 대금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용자의 실명이나 소득을 추적하기 힘든 온라인 환경의 특성을 악용한 신종 탈세 행위에 대해 앞으로 더욱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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