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또 ‘지진 리스크’…반도체 가격인상 등 파장 예고

뉴시스

입력 2024-04-23 14:12 수정 2024-04-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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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동부 화롄현서 또다시 규모 6 이상 지진 발생
대만 기업들 생산 차질…삼성·SK하닉 반사이익 기대
단기 영향 적지만…전 세계 공급망 재편 가속화할 수도


ⓒ뉴시스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이 포진한 대만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며 일시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지연되고, 가격이 오르는 파장이 불가피할 조짐이다.

특히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메모리 사업이 주력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동부 화롄현에서는 오전 12시1분~4시12분까지 규모 3.0~6.3 사이의 5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며 반도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특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기지가 집중된 대만 서부 타오위안과 타이중 등에도 진도 1~3의 지진이 관측됐다.

규모 6.3 강진은 이날 오전 2시32분께 화롄현청 남남서쪽 17.2km 떨어진 지역을 강타했다. 이 지역은 앞서 지난 3일에도 규모 7.2 강진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컸던 곳이다.
◆전 세계 반도체 생산 공장 덮친 지진…전방위 영향 불가피
이번 지진 여파로 대만 반도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직 반도체 기업들의 추가 피해 상황은 정식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장비는 미세한 진동에도 작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진동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설비가 멈추도록 설계돼 있다.

반도체는 생산 설비가 한 번 멈추면, 생산 중이던 제품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이달 초 지진으로 30억대만달러(128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에는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생산량 감소가 수개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지진은 메모리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만에서 생산하는 D램의 경우 이달 초 강진 영향을 받은 타이중, 신주, 타오위안에서 70%가 나온다.

메모리 업계는 앞서 지난 3일 지진 발생 당시 생산 차질과 장비 추가 점검 등을 이유로 협상을 중단하고, 일시적인 공급 지연 가능성을 고객사에 전달했다.

미국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번 지진으로 인해 이번 분기 D램 공급에 최대 한 자릿수 중반(4~6%)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메모리의 경우 공급 업체와 수요 업체 간 분기별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데, 이번 공급 지연이 가격 인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메모리 업계는 특히 당분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신, 반도체 판가 상승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지진이 메모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 이번 2분기(4~6월)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3~8%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이어 지진이 추가로 발생하며 반도체 시장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들이 이제 막 적자에서 벗어난 만큼, 이번에 추가 지진으로 가격 인상이 가속화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반도체 리스크, 재부각…공급망 재편도 가속화
중장기적으로는 대만 강진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도 감지된다.

이번 지진으로 TSMC와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 난야 등의 생산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대만 반도체 기업은 지진에 대비해 내진 설계를 강화해왔으나, 그럼에도 최근 25년 동안 가장 큰 지진으로 생산 차질은 피하지 못했다.

대만은 세계 반도체 생산(파운드리)의 절반 이상을, 첨단 반도체의 경우 90%를 생산하는 글로벌 핵심 공급자라는 관점에서 대만에 편중된 반도체 공급망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한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중국팀 전문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 핵심국가들은 이미 대만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국 내 생산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기지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 노력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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