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궁멀 전씨 전위렴” 궁멀에 묻어달라던 벽안의 선교사
군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4-26 03:00 수정 2021-04-26 03:33
개신교 호남 부흥 이끈 전킨 선교사
1895년 군산 정착해 김제 등서 선교, 영명학교-예수병원 건립 주도
군산에 야구 처음 소개하기도
기념사업회서 기념탑-기념관 추진 “그의 삶, 한국근대화 조명 이정표”
“나를 궁멀에 묻어주길 바랍니다. 저는 ‘궁멀 전씨 전위렴’입니다.”
미국 남장로회 소속으로 호남 선교에 힘썼던 윌리엄 전킨 선교사(1865∼1908)의 유언이다. 궁멀은 전북 군산시 구암동의 옛 이름이다. 그는 스스로 ‘궁멀 전씨 전위렴’이라고 불렀고, 자녀 8명 중 세 아들이 조선 선교 중 풍토병으로 사망했다.
전킨은 개신교 초기 호남 부흥을 이끈 선교사 7인 중 한 명이다. 선교를 위한 몇 년간의 조선 답사 끝에 1895년 군산에 정착한 전킨은 군산 구암동산을 중심으로 전북 김제와 전주, 충남 서천 논산 부여 등지에서 활발하게 선교활동을 펼쳤다. 선교사 7인의 영향으로 군산은 전남 신안, 인천 강화 등과 함께 개신교 신자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군산기독교연합회에 따르면 군산 전체 인구 약 28만 명 중 개신교 신자 수가 10만여 명(600여 개 교회)에 이른다.
1897년 전킨이 선교부에 보고한 예배 모습은 흥미롭다.
“주일예배 등록인이 40명입니다. 예배드리는 방은 종이문막이에 의해 두 개의 방으로 분리되었습니다. 남녀가 다른 방을 사용합니다. … 설교 제목은 ‘주님께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헌금 시간을 가졌습니다. 16불6센트와 엽전 530전이었습니다. 이 헌금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것입니다.”
몸이 약했던 전킨이 헌신적인 선교로 체력이 바닥나고 풍토병에 시달리자 1904년 남장로회 선교부는 그에게 강제 휴식을 권했다. 습기가 덜한 전주교회(전주서문교회)로 발령을 내고 20리 반경 안에서만 선교하라고 명령한 것. 1908년 전킨이 장티푸스로 세상을 뜨자 선교부는 그의 공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전주에 세운 여학교 이름을 ‘기전(紀全)학교’로 명명했다.
전킨기념사업회와 군산기독교연합회는 전킨의 업적을 조명하는 기념탑과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념탑은 올해 내에, 기념관은 2023년까지 건립할 예정이다. 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은 서종표 목사(군산중동교회)는 2019년 미국 버지니아주를 찾아 전킨 생가와 출신 신 학교, 장로교 기념관 등을 둘러보고 유가족에게서 사진 자료를 입수해 사진전을 개최해 왔다. 서 목사는 “호남 부흥의 뿌리는 전킨을 비롯한 선교사 7인에서 시작된다”며 “이들의 활동이 교회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전킨이 40대 초반에 세상을 뜬 데다 교회사가 북장로교 위주로 정리됐다는 사정이 깔려 있다. 서 목사는 “기념관 건립을 통해 일제강점기 미곡 수탈의 현장과 적산가옥으로 기억되고 있는 군산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신인 KNCC 회장을 지냈고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전병호 목사는 “전킨 선교사의 삶은 한국 교회사뿐만 아니라 교육과 의료, 여성, 스포츠 분야의 근대화를 조명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된다.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를 통해 1919년 당시 군산 지역의 3·5만세운동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군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895년 군산 정착해 김제 등서 선교, 영명학교-예수병원 건립 주도
군산에 야구 처음 소개하기도
기념사업회서 기념탑-기념관 추진 “그의 삶, 한국근대화 조명 이정표”
개신교 호남 부흥의 뿌리를 이룬 전킨 선교사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서종표(왼쪽) 전병호 목사. 이들은 “전킨 선교사의 발자취를 통해 교회사뿐 아니라 교육, 의료, 여성, 스포츠 등 여러 분야의 근대화 과정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나를 궁멀에 묻어주길 바랍니다. 저는 ‘궁멀 전씨 전위렴’입니다.”
미국 남장로회 소속으로 호남 선교에 힘썼던 윌리엄 전킨 선교사(1865∼1908)의 유언이다. 궁멀은 전북 군산시 구암동의 옛 이름이다. 그는 스스로 ‘궁멀 전씨 전위렴’이라고 불렀고, 자녀 8명 중 세 아들이 조선 선교 중 풍토병으로 사망했다.
전킨은 개신교 초기 호남 부흥을 이끈 선교사 7인 중 한 명이다. 선교를 위한 몇 년간의 조선 답사 끝에 1895년 군산에 정착한 전킨은 군산 구암동산을 중심으로 전북 김제와 전주, 충남 서천 논산 부여 등지에서 활발하게 선교활동을 펼쳤다. 선교사 7인의 영향으로 군산은 전남 신안, 인천 강화 등과 함께 개신교 신자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군산기독교연합회에 따르면 군산 전체 인구 약 28만 명 중 개신교 신자 수가 10만여 명(600여 개 교회)에 이른다.
1897년 전킨이 선교부에 보고한 예배 모습은 흥미롭다.
“주일예배 등록인이 40명입니다. 예배드리는 방은 종이문막이에 의해 두 개의 방으로 분리되었습니다. 남녀가 다른 방을 사용합니다. … 설교 제목은 ‘주님께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헌금 시간을 가졌습니다. 16불6센트와 엽전 530전이었습니다. 이 헌금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것입니다.”
조선 선교 당시 전킨 선교사 가족. 전킨기념사업회 제공
선교뿐만 아니라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도 그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영명학교(군산제일중·고), 멜볼딘여학교(군산영광중·여고), 군산예수병원 등이 건립됐다. 군산에 야구를 처음으로 소개한 인물도 전킨이다. 21일 찾은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앞에는 야구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안내판에는 전킨 캐릭터와 이 사연이 적혀 있다. 몸이 약했던 전킨이 헌신적인 선교로 체력이 바닥나고 풍토병에 시달리자 1904년 남장로회 선교부는 그에게 강제 휴식을 권했다. 습기가 덜한 전주교회(전주서문교회)로 발령을 내고 20리 반경 안에서만 선교하라고 명령한 것. 1908년 전킨이 장티푸스로 세상을 뜨자 선교부는 그의 공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전주에 세운 여학교 이름을 ‘기전(紀全)학교’로 명명했다.
전킨기념사업회와 군산기독교연합회는 전킨의 업적을 조명하는 기념탑과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념탑은 올해 내에, 기념관은 2023년까지 건립할 예정이다. 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은 서종표 목사(군산중동교회)는 2019년 미국 버지니아주를 찾아 전킨 생가와 출신 신 학교, 장로교 기념관 등을 둘러보고 유가족에게서 사진 자료를 입수해 사진전을 개최해 왔다. 서 목사는 “호남 부흥의 뿌리는 전킨을 비롯한 선교사 7인에서 시작된다”며 “이들의 활동이 교회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전킨이 40대 초반에 세상을 뜬 데다 교회사가 북장로교 위주로 정리됐다는 사정이 깔려 있다. 서 목사는 “기념관 건립을 통해 일제강점기 미곡 수탈의 현장과 적산가옥으로 기억되고 있는 군산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신인 KNCC 회장을 지냈고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전병호 목사는 “전킨 선교사의 삶은 한국 교회사뿐만 아니라 교육과 의료, 여성, 스포츠 분야의 근대화를 조명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된다.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를 통해 1919년 당시 군산 지역의 3·5만세운동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군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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