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더 뽑으라면서 희망퇴직 권장… 엇박자 금융정책
김성모 기자
입력 2018-05-25 03:00 수정 2018-05-25 03:20
정책 모순에 은행권 불만 커져
은산분리 완화없이 핀테크 활성화… 제3 인터넷은행 발표에 시큰둥
일자리 창출 경영평가와 연계… 非대면 거래 느는 시대에 역행
은행고시 부활도 과거 회귀 비판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의 일자리 확대와 핀테크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주문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청년 채용 확대를 위해 장년층의 희망퇴직 활성화를 요구하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 없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희망퇴직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에 눈치 안 줄 테니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을 권장할 것”이라며 “퇴직금을 많이 줘서 10명이 희망퇴직하면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희망퇴직으로 발생한 고용 여력만큼 청년층 일자리를 확대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금융업은 인력 감축, 점포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 압력이 높기 때문에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인력만큼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조치”라며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중장년층을 내보내라는 건 현재 고령화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년층의 희망퇴직과 청년 채용을 맞바꾸는 것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가 이달 초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현 정부가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당장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하는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자본을 늘릴 때마다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상품 개발이나 대출 확대 등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누가 사업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핀테크가 강화되는 현재의 산업 흐름에 역행하는 금융 정책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의 일자리 창출 실적을 지표로 만들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이 내부 직원 수를 늘리거나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출해준 실적을 지표로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가 90%를 넘는 은행권에서 고용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며 “점포와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디지털 사업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은행 고시’로 불리던 필기시험이 최근 은행 채용 과정에서 부활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은행권 채용 비리 여파로 은행들은 잇달아 채용 과정에 필기시험을 도입했다.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마련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이 강화되면서 이공계 등 다양한 인재가 필요한데 오히려 과거의 정량 평가로 회귀하게 됐다. 채용 비리로 은행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인사담당자들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은산분리 완화없이 핀테크 활성화… 제3 인터넷은행 발표에 시큰둥
일자리 창출 경영평가와 연계… 非대면 거래 느는 시대에 역행
은행고시 부활도 과거 회귀 비판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의 일자리 확대와 핀테크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주문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청년 채용 확대를 위해 장년층의 희망퇴직 활성화를 요구하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 없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희망퇴직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에 눈치 안 줄 테니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을 권장할 것”이라며 “퇴직금을 많이 줘서 10명이 희망퇴직하면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희망퇴직으로 발생한 고용 여력만큼 청년층 일자리를 확대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금융업은 인력 감축, 점포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 압력이 높기 때문에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인력만큼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조치”라며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중장년층을 내보내라는 건 현재 고령화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년층의 희망퇴직과 청년 채용을 맞바꾸는 것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가 이달 초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현 정부가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당장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하는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자본을 늘릴 때마다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상품 개발이나 대출 확대 등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누가 사업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핀테크가 강화되는 현재의 산업 흐름에 역행하는 금융 정책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의 일자리 창출 실적을 지표로 만들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이 내부 직원 수를 늘리거나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출해준 실적을 지표로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가 90%를 넘는 은행권에서 고용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며 “점포와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디지털 사업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은행 고시’로 불리던 필기시험이 최근 은행 채용 과정에서 부활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은행권 채용 비리 여파로 은행들은 잇달아 채용 과정에 필기시험을 도입했다.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마련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이 강화되면서 이공계 등 다양한 인재가 필요한데 오히려 과거의 정량 평가로 회귀하게 됐다. 채용 비리로 은행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인사담당자들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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