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의 신차명차 시승기]렉서스 4세대 RX “저의 과거는 잊어주세요”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6-02-23 08:00 수정 2016-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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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부드럽던 과거의 RX는 잊어주세요. 급커브를 만나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르게 돌아나가도 됩니다. 차가 알아서 잡아줄 겁니다.”

렉서스 4세대 RX를 시승하기 직전 토요타코리아 홍보담당 김성환 차장은 신차의 특성을 한마디로 설명했다.

그의 말은 렉서스의 최근 행보와도 맥을 같이 한다. 렉서스는 그동안 경쟁상대인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비교해 “너무 부드럽고 밋밋해 운전하는 재미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것을 의식해서인지 최근의 렉서스는 이전보다 터프하고 역동적 방향으로 무게 추를 옮기고 있다. 주행에 있어서도 독일차의 전유물이었던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신형 RX도 이런 추세에 충실한 CUV다.
#화려한 디자인에 커진 차체
신형 RX의 첫인상은 무엇보다 화려하고 커졌다는 것이다. 차명 RX는 Radiant(빛나다) Crossover(교차하다)의 약자다. 1998년 처음 출시된 RX는 ‘프리미엄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차급을 만들어내며, 글로벌시장에서 18년간 226만대이상 팔린 렉서스의 주력 모델이다. 국내에는 2001년 1세대 RX300을 처음 들여왔으며, 이번 4세대까지 이어오면서 충실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시승차는 RX450h 고급형으로, 가격은 8600만 원이다.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전면 스핀들 그릴부터 리어 램프까지 이어지는 마름모꼴의 골격과 크게 돌출한 전후의 휠 플레어에 의해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여유롭고 당당한 강력함’이 특징이다.

렉서스의 정체성인 전면 스핀들 그릴은 이전보다 커졌고, L자형 트리플 빔 LED 헤드램프와 화살촉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이 인상적이다. 측면은 뒤로 갈수록 치켜 올라가며 테일램프 안쪽에서 끝나는 형태의 스핀들 형상을 구현해 날렵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재미있는 것은 측면 뒷유리가 트렁크 쪽 유리와 연결돼 마치 C필러 없이 지붕이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플로팅 루프 디자인은 렉서스 최초의 시도이고, 앞으로 다른 모델에도 적용돼 렉서스 디자인의 특징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뒷좌석, 성인 남성 눕듯이 앉아도 넉넉
실내는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꾸몄다. 렉서스 최초로 도어트림과 센터콘솔에 적용한 레이저컷 우드 트림의 경우 알루미늄 위에 우드를 덧댄 후 최신 레이저 커팅으로 첨단 이미지를 살렸다. 이전보다 전장 120mm, 전폭 10mm, 전고 20mm, 휠베이스 50mm가 커진 만큼 실내공간도 널찍하다.

특히 키 180cm인 성인 남성이 눕듯이 앉아도 앞좌석에 무릎이 닿지 않을 정도로 넓은 뒷좌석은 압권이다. 슬라이딩 기능까지 갖춘 뒷좌석은 120mm까지 앞뒤로 움직일 수 있으며, 파워 폴딩 기능을 탑재해 버튼 하나로 쉽게 눕히고 세울 수 있다. 트렁크도 여유로워 골프백 4개가 거뜬히 들어간다. 운전자가 후면의 렉서스 엠블럼 근처에 손을 대면 트렁크가 저절로 열리는 터치 리스 파워 백도어를 적용했다.

대시보드 위쪽으로 올린 12.3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 기능과 각종 주행 및 차량 정보를 시시각각 알려줘 운전을 돕는다. 이밖에 엠비언트 라이트, 파노라마 글래스루프, 무선충전기, 해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갖췄다.
#정숙성에 터프함 가미해 달리는 즐거움 배가
렉서스가 4세대 RX를 만들며 특별하게 공들인 부분은 역동적인 주행성능이다. 이를 위해 렉서스 직분사 기술인 D-4S를 적용해 새롭게 만든 V6 3500cc 엔진을 RX 최초로 탑재했다. 주행 조건에 따라 포트분사와 직분사를 병행하는 방식인 D-4S는 아이들링이나 감속 시에는 포트분사를, 가속 시에는 직분사를 사용해 강한 출력과 연비증가, 배기가스 감소 등에 최적화됐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262마력, 최대토크는 34.2kg.m이고, 여기에 37㎾ 전기모터를 조합하면 시스템 최고출력은 313마력까지 올라간다. 변속기는 e-CVT를 적용했다. 공인연비는 12.8km/ℓ인데, 시승에서 국도와 고속도로 약 100km를 거칠게 달린 뒤 측정한 연비는 11km/ℓ 내외를 기록했다.

4세대 RX는 렉서스의 기본인 정숙성에 터프함을 가미한 자동차다. 이전 세대가 출렁거릴 정도로 부드러운 것을 추구했다면 4세대는 조금 더 강하고 단단하졌다. 이를 위해 알루미늄 후드 및 백도어를 적용하고 고장력 강판과 핫스탬핑 공법을 사용해 차체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더블 위시본을 적용했다.

여기에 조건(평지, 눈길, 빙판길, 코너링 등)에 따라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달리 배분하는 AWD시스템 E-four를 기본 장착해 과격한 핸들링과 거친 주행에도 차체는 미끄러짐이나 큰 흔들림 없이 운전자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했다. 실제로 어지간한 급커브를 만나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큰 어려움 없이 커브를 빠져나갔다. 이전 RX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코너링 능력이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안전성 뛰어나, 내비게이션 등 몇 가지 아쉬움도
RX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안전테스트에서 ‘최고안전차량(Top Safety Pick+)’으로 선정되며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안전사양은 차량의 주행시스템을 컨트롤하는 VDIM(차량다이내믹스통합관리)와 VSC(차량자세제어장치), 10개 SRS 에어백, RCTA(후측방경고시스템), BSM(사각지대감지장치) 등을 갖췄다.

시승 중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먼저 차폭에 비해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이 너무 두터워 조수석에 앉았을 때 왼쪽 무릎이 자꾸 닿아 불편했다. 또한 내비게이션에 터치기능이 없는 점과 차선이탈경고시스템이 빠진 것도 아쉬웠다.
가격은 RX450h 슈프림(스탠다드) 7610만 원, 익스클루시브(럭셔리) 8600만 원, F Sport 8600만원, RX350 익스클루시브 8070만 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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