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에서 제네시스까지’ 美서 성공신화 쓰는 현대차
동아경제
입력 2015-11-17 13:00 수정 2015-11-17 13:24
현대차 미국판매 30년 만에 1000만대 달성
현대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달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고, 2010년부터 5년째 연간 최대 판매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1985년 4월 미국 LA 인근 가든그로브시에 현대모터아메리카(HMA) 법인을 설립하고 50개의 딜러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듬해 1월 울산항에서 1000여대의 엑셀이 ‘올리브 에이스호’에 실려 태평양을 건넜다. 1개월 만에 LA항구에 하역돼 비로소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올해로 미국법인 설립 30돌을 맞은 현대차는 한 때 고전했지만, 품질 경영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일본 업체의 부활과 불안정한 환율, 주력 신차의 노후화 등으로 고전하던 현대차는 최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도약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신차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된 신형 투싼과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신형 아반떼를 앞세워 판매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딜러 확장 등 질적 성장을 꾀한다.
장기적으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목표로 제네시스 G90(지 나인티), G80(지 에이티) 모델의 판매 안정화에 나설 방침이다.
#엑셀부터 제네시스까지…30년 만에 1000만대 판매
현대차는 지난달 말까지 미국에서 총 1002만7899대를 팔아, 미국 진출 29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넘어섰다.
엑셀 수출 첫해 16만8882대를 판매한 현대차는 4년 만에 100만대, 1999년 200만대, 2002년 300만대, 2005년 400만대를 달성하며 판매를 높여갔다.
앨라배마 공장을 준공한 2005년 이후부터는 연평균 6%대의 성장을 거듭하며 2007년 500만대, 2009년 600만대, 2011년 700만대, 2013년 800만대, 2014년 900만대를 차례로 돌파했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전년 대비 판매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매년 연간 판매 신기록을 깨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한 63만8195대를 판매해 판매 기록 경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미국에서 엑셀을 비롯해 총 16개의 차종을 선보였다. 현재는 ▲엑센트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i30(현지명 엘란트라 GT) ▲벨로스터 ▲쏘나타(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제네시스 쿠페 ▲제네시스 ▲에쿠스 등 승용 모델 9개와 ▲투싼 ▲싼타페(맥스크루즈 포함) 등 SUV 모델 2개 등 총 11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쏘나타로 1989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250만5664대가 팔렸다. 특히 2010년 선보인 6세대 쏘나타(YF)는 2012년에 23만605대를 팔아 미국에서 한 해에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모델로 기록됐다. 2위는 아반떼로 248만9799대를 팔았다.
최근에는 중소형차 위주에서 벗어나 대형차와 RV 차종의 판매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 모델 중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등 대형차와 투싼, 싼타페 등 RV 차종의 판매 비중은 2000년 전체 판매 대비 5.0%에 불과했지만, 올해 10월 누계 기준 28.4%로 증가했다.
#품질경영과 공격적인 마케팅 성공적
현대차는 미국 진출 초기 ‘엑셀 신화’를 바탕으로 판매 붐을 일으켰으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비망 부족과 품질관리 미흡으로 고객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TV 토크쇼에서 엑셀의 낮은 품질이 웃음거리로 다뤄지는 등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으며, 판매 또한 급격히 감소해 1998년에는 역대 최저인 9만여 대 판매에 그쳤다.
그러나 1999년 정몽구 회장이 취임해 품질경영을 강조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했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혹평과 딜러의 항의 등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생산, 영업, 서비스 등 부문별로 나눠져 있던 품질관련 기능을 한데로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키고 매달 품질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등 품질경영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차는 2004년 제이디파워(J.D.Power)의 미국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요타를 제치고 일반 브랜드 부문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이를 두고 ‘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 ‘지구는 평평하다(The Earth is flat)’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신차품질조사 일반 브랜드 부문에서 지난해 1위, 올해 2위를 각각 기록하는 등 품질경영체제를 완성했다.
판매도 증가해 1998년 9만1000여대에서 1999년 16만3000여대로 회복한 후, 2012년 연간 판매 70만대 시대를 처음 열었다.
브랜드 파워도 높아졌다. 현대차는 지난 2005년 미국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84위로 처음 100위권에 진입했으며, 올해는 당시보다 45계단 상승한 39위로 처음 3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브랜드 가치는 113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를 기록하며 2005년의 35억 달러와 비교해 3배가 넘게 증가했고, 최근 10년간 브랜드 가치 상승률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1999년 시작한 ‘10년 10만 마일’이라는 파격적인 보증 제도도 성장에 한몫했다.
10년 10만 마일은 당시 ‘미친 짓’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현대차는 이 제도를 도입해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최근엔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보증기간을 늘리고 있다.
2009년엔 금융위기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차량 구매 후 1년 이내에 실직 등으로 운행이 불가능할 경우 차량을 반납하는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프로그램 시행 후 1년 만에 23.7%라는 기록적인 판매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으며, 3월에는 미국 서부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LACMA)과 중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자동차에 예술을 입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투싼, 아반떼 등 주력 신차 동시 출격
현대차의 올해 미국 판매 목표는 76만대로, 올 들어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총 63만8195대를 판매했다.
구형 아반떼(MD)는 모델 노후화에도 10월 누계 기준 전년 대비 15.1% 늘어난 19만3520대가 팔려 미국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8월 판매를 시작한 신형 투싼은 출시 다음 달인 9월 7925대가 팔려 2004년 첫 출시 이후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아울러 내년 초 출시를 앞둔 신형 아반떼도 출시 전부터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어 내년 현대차 미국 판매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의 미국 딜러 수는 지난 2010년(803개)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올해 835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딜러당 판매대수가 2010년 670대에서 올해 910대로 35.8%나 늘어나는 등 질적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현대차는 이제 ‘현대’와 ‘제네시스’라는 두 브랜드를 통해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숙제는 두 브랜드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서로 차별점을 유지하면서도 시너지는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네시스 브랜드는 각각 내년 출시 예정인 G90와 현 2세대 제네시스의 연식 변경 모델 G80를 성공시켜 고급차 시장에 기반을 다지는 것이 1차 목표다.
이후 2021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 6종을 출시하고 시장지배력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로스앤젤레스=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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