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앤다더니… 되레 늘어난 서비스업 규제

황태호기자

입력 2015-03-19 03:00 수정 2015-03-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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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규제 살아있고 새 규제 추가… 완화법안도 발묶여 1년새 485개↑

국내 한 이동통신사는 지난해 초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월간 3만 TB(테라바이트·1TB는 1000기가바이트)에 이르는 방대한 데이터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중소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단골손님 비율이나 주문 현황 등 정보 10여 종이 담겼다. 하지만 원래 이 기업이 공개하려고 했던 데이터는 100종이 넘었다. 90종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개인정보 관련 규제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전히 개인정보와 상관없는 빅데이터도 본인 동의 없이는 공개하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서비스는 정부가 정한 ‘7대 유망 서비스업’에 포함된 정보통신기술(ICT)의 주요 아이템이다. ‘규제 완화를 통한 서비스업 육성’을 공표했던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열린 지 1년이 지났지만 서비스업 분야의 ‘묵은 규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7일 서비스업 등록규제 중 ‘주된 규제(규제 부과를 위한 사전적 절차 등을 담고 있는 부수적 규제를 제외한 것)’ 수가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해 2월 3601개에서 4086개로 13.5% 늘어났다고 밝혔다.  

▼ 빅데이터 활용 제한 등 낡은 규제들 안풀려 ▼

서비스업 규제 485개 늘어


특히 정부가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7대 유망 서비스업(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물류 콘텐츠) 분야 규제가 이 시기 2199개에서 2544개로 늘어나 총 서비스업 규제 증가량의 70% 넘게 차지했다.

정부가 ‘규제 기요틴(단두대)’이라는 조어까지 써가며 개혁을 외치는데도 규제 수가 늘어나는 것은 세월호 사건이나 금융사기 같은 각종 안전·보안 사고가 터지면서 규제가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필요한 규제가 신설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없어져야 할 규제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규제가 추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서비스업 관련 5대 법안의 평균 계류 기간은 600일이 넘는다.

소규모 택배업체 A사는 올해 설 연휴가 지나고 고객사들로부터 ‘지연 배송’에 따른 엄청난 원성을 들어야 했다. 11년 전인 2004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화물차 증차(增車)를 제한한 조치가 택배업에도 적용되고 있어 물량이 늘어나도 차량 수를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택배업 실정에 맞는 새 정책으로 규제를 개선하면 되지만 ‘일반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증차 할당제’는 여전히 살아있다. A사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정부의 증차 할당량만 바라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물류 규제뿐 아니라 의료 분야 원격 진료, 국내 보험사의 해외 유치 허용, 유흥 시설 없는 호텔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설립 등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규제들이 그대로 살아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규제가 관련 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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