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티볼리, 몇 대나 팔아야 해고자 복직될까?
동아경제
입력 2015-01-16 15:36 수정 2015-01-16 16:08
14일 경기 평택시 동삭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방문한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생산현장을 방문해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생산 중인 차를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다. 쌍용자동차 제공
“티볼리가 잘 팔리면 정리 해고된 노동자들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겠다.”
지난 13일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쌍용자동차 티볼리 출시행사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언뜻 희망적인 내용이지만, 구체적이지 못하고 원론적이라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마힌드라 회장은 또한 “나에게는 현재 일하는 4800명의 근로자가 더 중요하다”는 발언으로 일견 부정적인 의지도 내비쳤다.
이런 마힌드라 회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티볼리의 성공을 기원하던 일부 정치인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 그리고 일반인들이 이제는 신차 불매운동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2009년 5월, 2646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엔 희망퇴직자 1900명, 무급휴직자 450명, 그리고 해직근로자가 200명으로 갈린다. 6년 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마와 싸우다 숨진 실직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26명이나 되면서 해직근로자 문제는 사회의 관심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3일에는 대법원이 153명의 해직근로자가 쌍용차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 대해 사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건은 표면적으로 일단락됐다. 쌍용차로서는 큰 걸림돌을 해결하게된 것이다.
쌍용차는 해고 통보 당시 추후 희망퇴직자들을 포함해 단계적으로 채용에 나서겠다고 노조 측과 합의한 바 있다. 실직자들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준 셈이다. 이 얘기가 이번 티볼리 출시와 맞물려 다시 한번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티볼리는 출시 전부터 유명세를 타면서 흥행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신차가 많이 팔려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자들도 복직되면 좋겠다. 그러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겠다.” 지난달 18일 가수 이효리 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로 티볼리는 출시 전부터 또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출시 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등 여러 정치인들이 ‘이창근, 김정욱이 만드는 티볼리를 타고 싶어요’라는 팻말을 들고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인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과 트위터로 주고받은 대화. 트위터 화면 캡처
그러나 이들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최근엔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매운동 얘기까지 거론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희망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복직시키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돌아간 마힌드라 회장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영화배우 김의성 씨를 비롯한 다수의 트위터리안들은 ‘복직 없인 티볼리 없다’는 글을 퍼 나르고 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조건 없는 후속대화에 응하고 복직프로그램에 합의하라. 그리하면 들불같이 티볼리 구매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강도 불매운동 경로만 남는다. 쌍용차는 이 길을 원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의 글은 SNS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쌍용차는 해고자들의 복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뿐만 아니라 회사의 다른 차종도 함께 좋은 반응을 얻어야 경영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2009년 합의된 내용처럼 인력수요가 발생하고 해고자들이 단계적으로 채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장 시설이 자동화되는 등 예전과 달라진 부분도 있다”면서 “차량을 만드는 물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인력보강 규모는 추후에 논의해야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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