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여야 바뀌면 태도 반전-‘내로남불’ 공방

동아일보

입력 2017-06-25 17:08 수정 2017-06-26 11:2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1
여야 바뀌면 태도 반전-‘내로남불’ 공방

#2
“인사청문회가 흠집내기 식으로 하니 정말 좋은 분들이 고사한다.”
(문재인 대통령, 13일 야권의 ‘부적격’ 판정 받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인사청문회 과정이 신상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느냐.”
(박근혜 전 대통령, 2013년 1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등 인사 난맥상이 불거지자)

#3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도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무대’인 청문회 제도를 고치는 데 협조할 이유가 없었죠.
그런 민주당이 최근 야3당에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4
9년 여 만의 정권교체로 공수(攻守)가 뒤바뀐 여야는 과거 서로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며 ‘웃픈’(웃기면서 슬픈) 데칼코마니 정국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여당이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공격하면 야당은 “여당이 야당일 때는 더했다. 어디서 내로남불이냐”고 쏘아붙이는 식이죠.

#5
자유한국당은 최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합의문에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문제 삼아 판을 깼습니다.
“입이 닳도록 전화하고 문턱이 닳도록 야당을 찾아갔는데 너무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해 초 야당인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문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선거구 획정의 연계처리를 요구하며 여야 잠정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죠.
“스토커 소리를 들으며 쫓아다닌 게 몇 달인데 (야당이) 합의를 깨기만 반복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태다.” (원유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6
내로남불은 자생력 잃은 한국 정치의 토양에서 자란 독버섯입니다.
여당은 청와대를 ‘묻지마 엄호’하고, 야당은 청와대를 ‘묻지마 반대’해야 하는 숙명에 갇힌 그들이 자신의 과거 행적을 깡그리 잊지 않는다면 ‘정치 분열증’을 앓게 될지 모르죠.
‘집단적 기억상실증’은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인 셈입니다.


#7
여당일 땐 야권의 공세는 ‘국정 발목잡기’.
야당일 땐 여권의 정면 돌파가 ‘국회 무시’.
민주주의는 이 싸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8
“국회의원이 정파의 이익에 매여 있다 보니 여당은 정권을 옹호하고, 야당은 정권을 반대하는 행태를 답습하게 된다. 이런 고질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내로남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지금 정치권에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염치(廉恥·부끄러움을 아는 마음)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