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줍, 고양이가 세운 계획
노트펫
입력 2020-03-26 12:10 수정 2020-03-26 12:11
[노트펫]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경계선이다. 두 동물은 사는 곳이 다르지만, 유전적으로 같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같이 살면 집고양이가 되는 것이고, 거리에서 혼자 자급자족하며 살면 길고양이가 되는 것이다. 고양이의 삶을 구분하는 경계는 인간과의 동거 여부뿐이다.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삶이 고정불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길고양이라고 해서 영원히 길고양이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살면서 얼마든지 집고양이가 될 수 있기다. 물론 그 반대 이야기도 성립한다. 집고양이라고 해서 영원히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길고양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고양이들의 후손에도 적용된다. 집고양이 새끼라고 해서 영원히 집고양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집고양이의 새끼 중에도 적지 않은 수가 길고양이가 된다. 이는 길고양이의 새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도 집고양이가 되는 길이 막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에 비해 고양이는 비교적 삶이 가변적이다. 변동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고양이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는 하나가 아닌 둘이다. 사람과 고양이 모두 고양이의 운명을 결정한다. 하지만 고양이의 운명을 결정하는 그 순간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확정지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그것은 그 사람의 착각일 뿐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고양이의 계획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고양이는 처음부터 계획이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를 길에서 주워서 기르는 일을 흔히 ‘냥줍’이라고 한다. 냥줍이라는 사건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눈에 보이는 주인공은 냥줍을 하는 사람이다. 고양이는 냥줍을 당하는 객체이기 때문이다. 영어로 치면 사람이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이며 고양이는 타동사의 목적어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이 모든 것을 다한 것처럼 보이는 냥줍이라는 사건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 원래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 용어로 고전파 경제학의 대부인 아담 스미스가 주장한 이론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개인은 공익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런 과정 중에 특정인 혹은 세력의 계획 없이도 경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공익)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가지고 있는 시장의 자율작동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냥줍 사건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고양이다, 고양이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나 몸짓 하나하나는 호수 같은 사람의 마음에 돌멩이 하나를 던진다. 그리고 그 돌멩이는 한없이 커지는 물결이 되고 파장이 된다. 그 상황에 빠지면 그 물결의 파도에 빠지면 사람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건은 어린 고양이의 계획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를 뿐이다. 모두 자신이 모든 일을 한 것으로 착각한다. 사람이 그런 착각 상황에 빠지게 하는 것도 고양이가 세운 계획의 일부일 수 있다. 그리고 어린 고양이는 자신의 계획처럼 사람들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행복한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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