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력과 순발력의 싸움
노트펫
입력 2019-12-26 09:07 수정 2019-12-26 09:09
[노트펫] 순발력(power, 瞬發力)은 짧은 시간에 특정 개체가 최대한의 힘을 낼 수 있는 능력이다. 매우 짧은 순간에 아주 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지구력(endurance, 持久力)은 비교적 장기적으로 운동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순발력은 모든 운동의 근원이다. 높이 뛰기, 넓이 뛰기, 공 던지기, 단거리 달리기 등으로 그 능력을 측정한다. 이에 비해 지구력은 일부 근육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전신운동을 같은 강도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강한 체력(physical fitness, 體力)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라톤 같은 장거리 달리기 선수가 필요로 하는 능력이다.
지구에는 생태학적으로 가장 성공한 두 부류의 포식자 무리가 있다. 개과동물과 고양잇과동물은 인간을 제외하고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양대 포식자들이다. 이들을 지구력과 순발력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면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과동물들은 상대를 압도하는 강한 체력을 기반으로 먹잇감을 제압하는 반면 고양잇과동물들은 순발력이 최고의 무기다.
늑대, 리카온(African wild dog, Lycaon) 등의 개과동물들은 먹잇감이 더 이상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오랫동안 추적한다. 이들의 집요한 추격은 심지어 추격자까지 바꿔가며 계속된다. 추격의 대상이 되는 먹잇감은 결국 기진맥진하게 되고 삶을 마감하게 된다.
이런 추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으로 필요한 조건이 있다. 날씬한 체구, 긴 다리 등이다. 여기에 장거리 추격에 적합한 심폐능력과 상당한 수준의 스태미너(stamina)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반면 대부분의 고양잇과동물들은 개과동물처럼 체력전, 소모전을 펼치지 않는다. 이들은 잠복 그리고 급습을 즐기는 사냥꾼들이다. 풀숲이나 초원에서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숨긴 상태에서 먹잇감에 접근하고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모든 상황을 종결시킨다.
이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폭발력, 민첩성이 있어야 한다. 요약하면 완벽에 가까운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른바 원 샷 원 킬(one shot one kill)이다.
예외적인 고양잇과동물도 있다. 지상 최고의 스프린터 치타(cheetah)다. 치타는 그레이하운드(grey hound) 같은 시각형 사냥개(sight hound)처럼 탁 트인 초원에서 가젤(gazelle) 같은 동물을 추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타의 체력은 개과동물처럼 오래가지 못한다. 금방 고갈되고 만다. 300~400m 이상 추적은 치타에게 무리다. 체력이 방전된 치타는 다시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그늘에서 좀 쉬어야 한다.
하지만 늑대나 리카온들은 다르다. 이들은 수 km 이상 달리고 또 달릴 수 있다. 개과동물들은 고양잇과동물처럼 상대를 압도하는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개과동물들은 고양잇과동물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체력으로 자신들의 부족함을 보충하고 있는 것이다.
신은 공평한 것 같다. 모든 존재에게 재능을 골고루 나눠줬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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