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다니는 파리도 잡는 고양이, 실은 뵈는게 없다
노트펫
입력 2019-11-28 16:09 수정 2019-11-28 16:10
[노트펫] 고양이 눈은 "크고 아름다운 눈"의 대명사처럼 쓰입니다.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고양이 눈은 확실히 크고, 깊고, 위아래로 세워진 방추형의 동공을 가지고 있어 신비로운 인상으로 남겨집니다. 해부학적으로도 보더라도 고양이의 각막 지름은 평균 16.5mm 정도로, 11.5mm인 인간의 각막에 비해 1.5배 정도 큽니다. 인간이 고양이보다 훨씬 큰 두개골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얼굴 전체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율은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고양이는 눈이 큰 만큼 좋은 시력을 갖고 있을까요?
인간은 눈으로 쫓기조차 힘든 파리를 잡아내는 사냥실력을 가진 고양이 이야기나, 아무것도 없는 곳을 지그시 응시하거나 허공을 바라보며 뭔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집사님들의 제보를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마치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후각을 가진 강아지처럼 영적인 존재조차 볼 수 있는 그런 초월적 시각을 가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야간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답은 '아니오'입니다. 고양이의 일반 시력은 사람, 심지어 강아지보다도 나쁜 편입니다. 시력을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의 형태를 구분해 내는 능력"으로 정의한다면 말이죠.
동물들의 시력(Visual acuity)를 비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20/20 척도법입니다. 20피트(약 6미터) 기준으로 인간의 시력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상대적으로 비교하는데요.
예를 들어 말의 경우 시력은 20/60 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말이 6미터 (20피트) 앞까지 다가와야 구분할 수 있는 물체를 인간은 18미터 (60피트) 앞에서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독수리의 경우 20/4로 알려져 있고, 독수리는 6미터 앞까지 다가왔을 때 구분가능한 물체를 인간은 1.2미터 앞까지 다가가야 겨우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독수리의 엄청난 시력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죠.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떨까요? 고양이는 20/100에서 최대 20/20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양이가 6미터 앞에서 구분할 수 있는 물체를 인간은 60미터 거리에서 구분할 수 있다는 뜻으로, 20/75로 알려진 강아지보다도 심각한 근시에 해당합니다. 크기는 크지만 시력이 나쁜 눈을 가진 셈이죠.
다만, "먼 거리에서 물체를 구분하는 것"만이 시각의 모든 능력은 아니며 고양이의 야간 시력이나 동체 시력은 인간에 비해 훨씬 발달한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여러 포유동물들의 시력을 비교연구한 논문들에 따르면, 동물 시력과 눈 크기는 여러 가지 생태적 요소들 (주행성인지 야행성인지 여부, 초식동물인지 육식동물인지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고양이가 나쁜 시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요? 궁금하다가도 뭐 예쁘니까 된 것같기도 합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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