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유튜버 길고양이 구조기에 울고웃는 동물병원들
노트펫
입력 2019-10-31 16:08 수정 2019-10-31 16:08
[노트펫] 큰 상처를 입은 길고양이를 구조하고 치료한 과정을 게시하고 있는 유튜버의 말 한 마디에 동물병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대표 고양이 병원은 체면을 구기고 있는 반면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신예 동물병원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보호자들은 한편에는 분노를, 다른 한편에는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수의계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는 SNS의 힘을 새삼 느끼면서 씁쓸해 하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백산동물병원은 지난 30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겸한 공지문을 게시했다.
"최근 불거진 구조된 고양이 치료 과정에 대한 당사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내용이 포함된 팝업창이 홈페이지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00년 개원한 백산동물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고양이 전문병원을 표방해왔고, 자체 고양이 헌혈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고양이 진료 면에서 선두에 섰다.
수의사는 20명 가까이 근무하고 있고, EBS 고양이를부탁해 등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김명철 수의사가 여러 원장들 가운데 한 명으로 있는 곳이다.
주로 반려돼지 영상을 소개해온 열혈 유튜버의 길고양이 '설이' 구조 및 치료 동영상이 발단이 됐다.
설이는 구조되기 이전 다른 고양이들과 어울려 살던 고양이로 지난 8월말 링이 입에 걸려 입이 찢어지고 먹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
평소 설이의 모습을 봐온 유튜버는 그대로 둘 수 없어 구조한 뒤 치료에 나섰다. 지난달 중순 상처 때문에 최소 23일을 굶은 설이를 가까스로 포획하고, 이달 11일까지 입원 3곳을 포함해 병원 5곳을 옮겨 다니면서 치료비 406만원을 포함해 총 700만원 가까이를 쓰고서야 이제 정상으로 되돌려 놨다.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유튜버가 그간 있었던 일을 유튜버에 올리고 있다. 유튜버는 병원 다섯 곳을 전전하면서 겪은 일을 동영상 속에 포함시켰다.
특히 백산동물병원에 대해 사료의 미급여, 진료비, 담당 수의사의 잦은 교체, 격리입원실 청결, 짧은 면회시간 등을 지적하면서 사실상 별 1개 평가를 내렸다.
유튜버는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백산동물병원을 B병원으로 지칭했지만 고양이 보호자들은 TV에 나오는 유명 수의사 부분을 보고선 금세 알아차렸다. 이것은 김명철 수의사가 자신의 SNS에 사과와 함께 백산을 떠나는 절차를 밟고 있음을 공표하는 계기가 됐다.
진료비 수준 역시 백산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서가 됐다. 백산동물병원은 업계에서 진료비 수준이 높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진료비 수준에 상관없이 백산 만의 치료 수준에 만족한다는 보호자들도 많고, 치료 수준 덕분에 고양이 대표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백산동물병원이 고양이 보호자들에게 성토 대상이 된 사이 또 한 곳의 동물병원에는 찬사가 쏟아졌다.
유튜버는 백산동물병원을 나와 구리의 D동물병원을 거쳐 마지막에 찾아간 곳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24시 쓰담쓰담동물메디컬센터였다. 설이는 이곳에서 17일 동안 입원하면서 치료를 마치고 유튜버의 집으로 왔다.
유튜버는 "고생 끝에 좋은 병원을 만났습니다"고 동영상을 별도로 제작할 정도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일하게 실명을 공개한 곳이기도 했다.
민간 단체의 길고양이 치료비 지원 제도의 소개, 검사의 최소화, 넉넉한 면회시간, 사진 전송을 통한 상태 안내, 무엇보다 이전까지의 치료비 부담을 감안한 치료비 조정 등 별 5개를 줬다.
이곳은 용인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다. 2012년 수의사 면허를 취득한 배수범 원장이 이끄는데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고, 근무하는 수의사 역시 5명으로 백산동물병원과는 경력이나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보호자의 사정을 특히 잘 헤아려 줬다는 측면은 물론 무시할 수 없다. 개원한 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자만하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것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유튜브 영상과 백산동물병원의 공지문을 살펴본 한 동물병원장은 "상태가 크게 좋지 않은 고양이가 사흘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옮겨간 병원에서 정상으로 돌아왔다면 초기 집중처치를 잘한 것"이라며 "동물병원마다 수의사마다 진료와 처치에 대한 절차가 달리 존재하는 만큼 진료와 처치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볼 만한 부분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수의사 역시 "쓰담쓰담동물메디컬센터에서는 이전 동물병원들의 진단과 처치를 우선 참고한 뒤 설이를 치료했을 것"이라며 "결국 선행 병원들의 처치가 큰 도움이 됐고, 병원마다 각기 고유의 절차와 진료비 정책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의사는 종종 아픈 동물들을 상대하는 것 말고도 아픈 동물들의 주인을 상대하는 것이 더 곤혹스럽다고 토로한다. 치료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은 주인에게 달려 있는데 주인에게 치료 과정을 납득시키고, 진료비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심적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칫 보호자의 기분을 언짢게라도 했다면 병원 평판이 수직하강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수의계는 대세가 됐다는 유튜브의 힘을 이번 일을 계기로 재차 확인하고 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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