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대하는 수의사의 속내.."매일 울지 않으려고 노력해"

노트펫

입력 2019-10-04 16:09 수정 2019-10-04 16:1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노트펫] 한 수의사가 안락사를 대하는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적은 글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온라인 예술잡지 보어드판다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버포드에 사는 수의사 버렌다 고프(Brenda Gough)가 SNS에 올린 글을 소개했다.

버렌다는 소동물 수의사로 주로 강아지와 고양이를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올해로 24년 째 수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매주 1~2건 정도의 안락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느 날 버렌다는 자신의 SNS에 안락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올렸고 이 글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반려동물들과의 첫 만남은 항상 좋았다. 병원 자체를 싫어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지속적인 만남 끝에 우정을 쌓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버렌다는 강아지, 고양이들 뿐 아니라 보호자들과도 우정을 쌓으며 그들을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그들 삶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수술이 잘 끝나고 난 뒤 웃으면서 실없이 나눴던 얘기들도 간식을 달라고 보채는 강아지,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그녀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별은 어느 날 갑자기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심장병, 암, 심한 관절염 등으로 녀석들은 고통스러워하고 버렌다도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그녀는 매번 실패했다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렇게 안락사의 시간이 다가왔다. 브렌다는 수의사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그간 강아지, 고양이, 보호자들과 나눴던 좋은 추억들도 한켠으로 밀어 넣고 숨을 깊게 들이 쉰 다음 방안으로 들어섰다.

항상 강아지, 고양이들에게 줄 간식으로 빵빵하게 차 있던 흰 가운 주머니에는 안락사 주사가 들어 있다.

그걸 모르는 녀석들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달콤한 눈빛으로 브렌다를 쳐다봤다.

그 때마다 브렌다는 녀석들이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지만 마법의 힘이 없는 한낱 수의사라 좌절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렇게 안락사가 진행되고 보호자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브렌다는 울지 않으려고, 강해지려고 노력했다.

보호자가 문을 닫고 나갔을 때야 비로소 그녀는 싸늘해진 녀석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별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브렌다는 "아마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며 "녀석들이 영원하게 살길 바라고 보호자 분들이 너무 오래 힘들지 않길 바란다는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자와 반려동물들 삶의 작은 부분을 함께 했던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항상 여러분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