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수영]SNS 피로감

홍수영 논설위원

입력 2018-06-27 03:00 수정 2018-06-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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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좋아요’ 버튼의 개발자 저스틴 로즌스타인은 요즘 학생들에게 “좋아요 버튼에 중독되지 말라”고 ‘반(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캠페인’ 중이다. 미국에선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이 나서 SNS의 역기능을 경고하는 ‘인도적 기술센터’ 단체가 생겼다면 우리나라에선 ‘자발적 SNS 난민’이 적지 않다. 시어머니, 장인, 직장상사 등 불편한 사람을 피하려고 SNS를 탈퇴하거나 공개용 계정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집안 어른들의 친구 신청을 받고는 이전에 올린 맛집, 여행 사진을 일일이 지운 뒤 이후엔 업데이트하지 않는다는 이들도 꽤 있다. 네트워킹을 위한 SNS가 되레 관계의 부담을 주는 패러독스다.

▷무섭게 질주하던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기업들에 태클이 걸렸다. 현재의 위기는 플랫폼 자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최근 글로벌 홍보회사 에델만이 미국 중국 프랑스 등 9개 국가 900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SNS 콘텐츠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SNS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 확산이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다.

▷SNS 이용률 전 세계 공동 3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도 심상치 않다. 광고 플랫폼 전문기업 DMC미디어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SNS 이용 시간이 지난해 하루 평균 42.9분에서 올해 35.5분으로, 처음 줄었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SNS를 하는 이들의 감소 폭(8.2분)이 PC(3분)에서보다 더 컸다. 모바일 기기를 주로 쓰는 젊은층의 SNS 이탈이 본격화되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그간 SNS 피로감은 대개 중독이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호소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주객전도 광고 때문에 SNS를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오랜만에 페이스북을 열어 보니 관심도 없는 ‘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와 ‘주방용 수도꼭지’ 광고가 추천 게시물로 떠 있어 도로 창을 닫았다. ‘맞춤형 콘텐츠’를 찾아준다는 알고리즘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거나 SNS 기업들이 지나친 돈 욕심을 부리고 있거나.
 
홍수영 논설위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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