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영의 웰컴투오디오] 2. 나를 위한 음악듣기 환경 조성하기

동아닷컴

입력 2018-06-20 11:55 수정 2018-06-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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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영의 웰컴투오디오] 1. '좋은 음질'이란 과연 무엇인가 - http://it.donga.com/27810

전철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A 양은 최근 평소 눈 여겨 온 이어폰을 하나 큰 맘 먹고 질렀다. 약간 비싸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따져 보니 하루에 거의 3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으로 음악과 영상을 듣고 보고 있다는 사실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여러 차례 청음 테스트도 해보고, 사용기도 꼼꼼히 읽어 본 후라서 자신에게 잘 맞는 제품이라 확신했다.

왕복 3시간 거리를 차로 출퇴근하는 B 과장은 이번에 새 차를 마련했다. 음악을 꽤나 좋아하는 그로서는 음질이 좋다고 정평이 난 이 차를 오래 전부터 점찍었는데, 집에서 자고 나오기 바쁜 그는 출퇴근 길 차 안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집에서 음악감상을 못해도 그다지 아쉬울 게 없을 듯하다.

오후 5시면 '칼'퇴근을 하는 C 국장은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새 집으로 이사했다. 평소에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서 편안하게 자유롭게 음악을 듣는 일이 그의 오랜 로망이었다. 매일은 아니어도 자신이 꿈꾸어 온 자신만의 리스닝룸과 그간 지극정성으로 오디오 시스템에 공들인 그의 마음은 언제나 자신만의 공간인 음악감상실로 향하고 있었다.

주부 D 씨는 오래 전부터 동호회 활동을 해온 음악애호가다. 그 동안 익숙해진 커다란 거실 오디오 시스템에는 손이 덜 가는 반면, 얼마 전에 마련한 작고 예쁜 일체형 블루투스 오디오로 거의 하루 종일 클래식음악 전문채널을 애청하고 있다. 가족의 공유물이 아니라 자신만의 오디오라는 점에서 그녀의 기쁨은 더 크다.

자동차는 훌륭한 음악 감상 환경이다(출처=IT동아)

몇 가지 전형적인 상황을 예로 들었지만, 2018년 현 시점에서 음악듣기 환경은 위보다 훨씬 다양하다. 대한민국의 상황만 이렇고, 영토와 문화를 넘어서면 셀 수 없이 많은 음악듣기 환경이 펼쳐진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활패턴, 즉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났고 음악을 듣는 모습과 방법도 그에 따라 변화했다. 현재의 음악듣기 문화를 고찰해보면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현상이 있다.

1) '개인 시스템'으로...
2) '개인을 위한 환경'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는 점이다.


1) 개인 시스템

가족이 공유하는 오디오라고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가장인 남자가 주도해서 구성했던 오디오 시스템은 사실상 주인공인 가장 이외엔 그리 관심도 재미도 없었다. 가족이라도 다른 사람은 손도 못 대게 하던 거실 오디오는 그게 이유가 되기도 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팽개쳐지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이 '거실 오디오'가 계기가 되어 음악적 영감과 꿈을 키운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잠시 동안 외치는, 그저 '우리 집에 이런 좋은 오디오 있다'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앞서 사례에서 보듯 이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가족에게도 각자의 음악감상 시스템이 존재한다.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편리하게 언제든지 재생할 수 있으며, 제품의 선택이나 음악을 듣고 안 듣고의 자유마저도 고스란히 자신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1인 가족인구 비율은 30%에 육박했다. 가족 영역을 벗어나 1인 가구의 상황이 되면, 이 음악듣기 환경은 오히려 좀더 확장된다. 모바일, 거치형, 기타 음악듣기 환경이 총체적으로 자신만의 것으로 재구성된다. 음악감상을 위한 인테리어가 구축되고, 영상기기와 결합되기도 하며, 사물인터넷 환경과 연계되기도 한다.

특정 시점에 집안 어디서나 같은 음악이 흐르도록 하는 멀티룸 기능을 구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1인 가구 시스템은 머지 않아 현실화될 인공지능(AI, 사용자 환경 인식 인공지능) 시스템과 결합되면 상호작용을 하며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 음악듣기 환경

사용자 환경에 따른 음악듣기 환경의 변화는 '수평(다양성)'과 '수직(품질적 심화)' 양면에 걸쳐 입체적으로 결합되어 급속 확장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가 바람직해 보이는 건, 사용자 의식 수준 또한 성장해서 남과 다른 자신을 의식하고, 자신과 다른 남을 인정하는 성숙한 문화가 동반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처럼 가격만이 거의 유일한 가치이던 시절의 오디오 문화를 지양하는 음악듣기가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다.

잠시 10년 전의 음악듣기 모습을 떠올려본다. CD가 음질 면에서 여전히 최상위 포맷의 지위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음악은 CD 기준으로 흐르고 있었다. 홈오디오에는 CD 플레이어가 등급에 따라 다양하게 활약하고 있었지만, 모바일 음원서비스는 (지금과 달리) 전용 앱 또는 하드웨어와의 안정적 연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핸드폰을 이용한 음악듣기는 일반화되지 못했다. 이동 중 음악 감상은 MP3 플레이어 중심으로 주로 젊은 세대들에게 지속 확산되고 있었다.

최근 들어 가정용 인공지능 스피커가 인기를 얻고 있다(출처=IT동아)

다만 이들이 주로 듣는 음악 장르의 특성 상 MP3 음질 자체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고, 아이팟(iPod) 등과 같은 고품격 하드웨어가 화제가 되는 정도였다. 데스크탑 오디오로 대변되는 컴퓨팅 기반 파일재생도 점차 확대되고 있었지만, 음악재생 환경과 기기의 다양성 면에서 볼때 당시로서는 음악감상이라는 링 위에 오를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보다 몇 배 축소된 이러한 음악듣기 환경은 이보다 10년을 더 거슬러 가면 더 급격히 축소된다. 이렇게 역으로 시간을 거슬러 되짚어 보는 건 현재 상황까지 얼마나 변화무쌍했는 지 감 잡기에 좋은 참고가 된다. 사람들은 지금 누리고 있는 음악적 호사의 가치와 불과 몇 년 전의 상황을 쉽게 잊어버린다.


내게 맞는 음악 시스템이란?

자신에게 맞는 음악듣기 시스템에 대한 질문은 음악듣기 초보자나 오랜 경험자 모두에게 여전히 멈추지 않는 대표적인 이슈다. 음악을 잘 듣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언제나 궁금하다. 지금이 맞는지, 그 다음은 어디인지, 의문은 알만큼 알게 된 애호가가 돼도 끝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대답 또한 언제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이나 옷처럼 자신에게 맞는 것은 결국 자신이 찾아야 하는 영역이며, 거창하거나 혹은 소소한 모든 조언은 그저 선택을 위한 가이드일 뿐이다. 기준이 각기 다르지만,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에서 자신만의 음악듣기 시스템에 대한 가장 보편적 시작을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상황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 매일 이동 시간, 2) 좋아하는 음악, 3) 소리 vs 음악 선호도다.


1) 매일 이동하는 거리와 소요 시간

짐작할 수 있듯, 음악을 주로 드는 장소/환경에 대한 사안이다. 일반적인 음악감상 풍경과는 다르게, 집이나 자신만의 휴식공간에서 음악에 집중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모바일 환경 음악감상이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위 주변 사례에서 보듯이 대중교통이든 자가운전이든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이동하고 있다면, 핸드폰, DAP(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 이어폰과 헤드폰, 그리고 고음질 음악 재생이 가능한 자동차에 투자하기를 제안한다. 제품을 신중하게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후회 없이 행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분석

시간이 갈수록 음악의 종류와 수량은 점차 늘어간다. 지금부터 녹음과 공연을 자제하기 시작한다 하더라도, 인류가 기록하고 저장해 온 음악은 평생을 들어도 다 듣지 못한다. 수 많은 장르의 음악이 있고, 모든 장르의 음악을 다 듣고 좋아하는 사람도 드물겠지만, 직업으로 접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기록하는 습관을 갖길 권한다. 조만간 자신의 음악 선호 성향을 발견할 것이다. 장르에 대한 우열은 생각지도 말고, 마음을 비운 채 짧고 단순한 곡부터 들릴 때마다 체크하면 된다. 어느 정도 쌓이고 뭔가 패턴이 생기면, 비로소 '내 음악 리스트'가 나올 것이다.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 판매가 늘고 있다(출처=IT동아)


3) 소리를 좋아하는가, 음악을 좋아하는가

주로 음질을 따지는 감상 그룹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 중의 하나로, 음악을 듣고 있는 지 소리를 듣고 있는 지 등의 그룹으로 나뉜다. 둘 다 좋아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때도 일단은 둘 중 하나로 분류되는 게 일반적이다.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는, 음악 자체를 좋아하면 소리 품질에는 그다지 연연하지 않고, 소리 품질을 따지는 이들은 여러 음악을 골고루 듣지 않고 특별한 무언가(스페셜티)를 찾아다닌다.

그 중간의 경우가 사실상 가장 바람직하지만, 음악을 듣기엔 일상이 바쁘고 비용도 많이 지출하곤 한다. 음악애호가는 버라이어티에 가치를 두며, 소리애호가는 희귀성이나 소수의 가치를 중시한다. 둘 중 뭐가 나은 지 일률적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습관의 시작이다. 다만 자신이 어느 쪽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할 뿐.

위 세 가지 사안은 완벽히 독립되지 않고 서로 중첩되어 상호작용을 한다. 얼마 만큼씩 자신에게 관여되어 있는 지를 놓고, 자신의 정체를 확인하는 작업은 시간이 지날 수록 중요하게 된다. 작게는 음악 시스템에 지출하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도 있고, 장차 수시로 마주치는 음악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데 있어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파악하는 건 단시간 내에 명쾌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끊임없이 수시로 확인을 하려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물론 그 보람은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이어지는 연재에서 이에 대해 계속 다루어질 예정이니, 지금부터 음악을 듣는 주체로서의 자신을 파악하길 바란다.

다음 연재에는 상이한 라이프스타일의 각 사용자 그룹에 필요한 음악감상 기기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소개한다.


글 / 오승영 (samisontheway@gmail.com)

오승영 대표(출처=IT동아)

국내 대표 오디오 평론가. 음반산업의 정점이었던 90년 대부터 디지털 음원서비스가 자리 잡은 2000년대 후반까지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에서 레이블 & 마케팅 매니저를 역임했다. 하이파이 간행물 '스테레오뮤직'의 발행인과 편집장을 거쳐, 20년 이상 국내 오디오 월간지와 온라인 웹진, 네이버 캐스트 오디오 부문 등에 기고하고 있다. IT 관련 수출사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으나, 오디오 및 음악관련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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