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독립 선언’… 온라인쇼핑 무한경쟁 카운트다운
송충현 기자
입력 2018-06-20 03:00 수정 2018-06-20 03:00
SK플래닛서 분리 9월 출범
국민연금 등서 5000억 투자 유치… AI 쇼핑서비스 도입-물류망 정비
SK계열사와 결합상품 선보일듯… 롯데-신세계도 e커머스 투자 확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가 SK플래닛에서 독립한다. SK그룹은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분리한 뒤 국민연금 등에서 5000억 원을 투자받아 ‘한국판 아마존’으로 키울 방침이다. 최근 e커머스 부문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롯데, 신세계에 이어 SK그룹도 e커머스 강화에 나서면서 국내 e커머스 1위 자리를 놓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11번가 한국판 아마존으로
19일 SK플래닛은 이사회를 열고 11번가를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e커머스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운영하던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분리 운용하기로 했다.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떼어내 시시각각 바뀌는 쇼핑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는 가볍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SK플래닛의 직원은 1600명이며 이 중 900여 명이 11번가 소속이다. 신설법인은 9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11번가는 이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쿠팡과 벌이는 온라인 시장 선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11번가는 거래액과 방문자 수에선 업계 선두권이지만 지난해 249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11번가에 투자하기로 한 사모펀드(PEF)와 국민연금 등도 SK 측에 분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이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와 국민연금 등에서 약 5000억 원을 투자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H&Q가 1000억 원, 국민연금이 4000억 원을 투자한다.
SK 관계자는 “SK플래닛의 사업 부문으로 남을 경우 경쟁사와 실적을 명확히 비교하기 어려워 투자사 측에서 회사를 분리하는 것을 투자 조건으로 걸었다”며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액이 e커머스 부문에 사용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 물류망 개선하고 SK 계열사 시너지 노려
11번가는 신설법인을 설립한 뒤 본격적인 e커머스 체질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물류망을 정비해 배송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11번가는 쿠팡과 달리 직접 배송을 하지 않고 오픈마켓에 참여한 상인들이 배송을 맡고 있다. 11번가는 대한통운 등 전문 물류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송을 회사가 책임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이스쇼핑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쇼핑 서비스도 선보인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상품과 빠른 배송, 저렴한 가격 등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큐레이션(상품 추천 및 제안)이 e커머스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SK그룹 계열사와 연계한 결합상품은 또 다른 무기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과 협력한 통합 콘텐츠 상품을 만들 계획이다. 가령 휴대전화 요금 할인과 인터넷TV(IPTV) 콘텐츠 무료 시청권, 11번가 쇼핑 할인권 등을 결합한 상품이 나올 수 있다. 11번가에서 SK 계열사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 대기업 간 e커머스 경쟁 심화
SK그룹이 본격적으로 e커머스 시장 확대를 선언하며 국내 대기업 간 온라인 쇼핑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지난달 백화점 마트 등 8개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해 하나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롯데의 각 계열사에서 온라인 전담 인력을 모아 8월 롯데쇼핑에 ‘e커머스 사업본부’를 만들고 앞으로 5년간 3조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신세계 역시 1월에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분리돼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해 온라인 쇼핑을 전담할 신설 법인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글로벌 투자운용사로부터 1조 원 이상을 투자받아 연내 신설법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기업들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4년 45조3000억 원에서 지난해 78조2000억 원으로 약 73% 성장했다. 올해엔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 관계자는 “11번가는 이미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독립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국민연금 등서 5000억 투자 유치… AI 쇼핑서비스 도입-물류망 정비
SK계열사와 결합상품 선보일듯… 롯데-신세계도 e커머스 투자 확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가 SK플래닛에서 독립한다. SK그룹은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분리한 뒤 국민연금 등에서 5000억 원을 투자받아 ‘한국판 아마존’으로 키울 방침이다. 최근 e커머스 부문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롯데, 신세계에 이어 SK그룹도 e커머스 강화에 나서면서 국내 e커머스 1위 자리를 놓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11번가 한국판 아마존으로
19일 SK플래닛은 이사회를 열고 11번가를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e커머스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운영하던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분리 운용하기로 했다.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떼어내 시시각각 바뀌는 쇼핑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는 가볍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SK플래닛의 직원은 1600명이며 이 중 900여 명이 11번가 소속이다. 신설법인은 9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11번가는 이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쿠팡과 벌이는 온라인 시장 선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11번가는 거래액과 방문자 수에선 업계 선두권이지만 지난해 249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11번가에 투자하기로 한 사모펀드(PEF)와 국민연금 등도 SK 측에 분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이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와 국민연금 등에서 약 5000억 원을 투자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H&Q가 1000억 원, 국민연금이 4000억 원을 투자한다.
SK 관계자는 “SK플래닛의 사업 부문으로 남을 경우 경쟁사와 실적을 명확히 비교하기 어려워 투자사 측에서 회사를 분리하는 것을 투자 조건으로 걸었다”며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액이 e커머스 부문에 사용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 물류망 개선하고 SK 계열사 시너지 노려
11번가는 신설법인을 설립한 뒤 본격적인 e커머스 체질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물류망을 정비해 배송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11번가는 쿠팡과 달리 직접 배송을 하지 않고 오픈마켓에 참여한 상인들이 배송을 맡고 있다. 11번가는 대한통운 등 전문 물류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송을 회사가 책임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이스쇼핑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쇼핑 서비스도 선보인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상품과 빠른 배송, 저렴한 가격 등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큐레이션(상품 추천 및 제안)이 e커머스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SK그룹 계열사와 연계한 결합상품은 또 다른 무기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과 협력한 통합 콘텐츠 상품을 만들 계획이다. 가령 휴대전화 요금 할인과 인터넷TV(IPTV) 콘텐츠 무료 시청권, 11번가 쇼핑 할인권 등을 결합한 상품이 나올 수 있다. 11번가에서 SK 계열사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 대기업 간 e커머스 경쟁 심화
SK그룹이 본격적으로 e커머스 시장 확대를 선언하며 국내 대기업 간 온라인 쇼핑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지난달 백화점 마트 등 8개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해 하나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롯데의 각 계열사에서 온라인 전담 인력을 모아 8월 롯데쇼핑에 ‘e커머스 사업본부’를 만들고 앞으로 5년간 3조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신세계 역시 1월에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분리돼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해 온라인 쇼핑을 전담할 신설 법인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글로벌 투자운용사로부터 1조 원 이상을 투자받아 연내 신설법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기업들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4년 45조3000억 원에서 지난해 78조2000억 원으로 약 73% 성장했다. 올해엔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 관계자는 “11번가는 이미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독립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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