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그리고 있는 큰 그림' 카츠노리 콘도 아소비모 CEO
동아닷컴
입력 2018-06-15 11:14 수정 2018-06-15 11:24
카츠노리 콘도 아소비모 최고경영자(좌)가 아소비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측에는 나종구 아소비모 경영기획 부장이 통역을 도왔다.(출처=IT동아)
"게임과 블록체인, 그리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스토어를 하나로 연결해 우리 게임을 즐겨주시는 혹은 향후 디지털 콘텐츠를 즐길 일반인들이 투명하고 깨끗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소비모의 아소비코인을 지켜봐 주세요."
카츠노리 콘도(Katsunori Kondo) 아소비모(Asobimo)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준비 중인 아소비코인(AsobiCoin)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만약 아소비코인이 공개되고 활성화가 이뤄지면 블록체인 플랫폼을 자체 운영 가능한 몇 안 되는 게임 개발사가 될 것이다. 현재 ICO(암호화폐 상장)를 준비 중인 아소비모는 총 3억개, 우리나라 기준 약 492억 원(엔화 50억) 규모의 암호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일본 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왜 우리나라까지 찾아와 암호화폐 상장에 대한 소식을 알리고 있는 것일까? 단지 국내 서비스 중인 게임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소비모는 아소비코인과 자체 스토어(아소비마켓)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일본 내는 물론, 우리나라 및 여러 국가를 중심으로 서비스 중인 자사 게임들이 큰 원동력이 되었다.
게임 개발사에서 블록체인을 연결하려고 했던 이유, 그리고 아소비모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에 카츠노리 콘도 아소비모 최고경영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 자리에는 나종구 아소비모 경영관리본부 경영기획 부장이 함께 했다.
게임 디자이너로 시작해 지금의 아소비모까지
"당시 킹오파 시리즈는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서 팀 자체 인원도 많고 분위기도 좋았어요. 반면, 제가 있던 팀은 상대적으로 대작은 아니다 보니까 팀원도 적고 분위기도 차분한 편이었습니다."
카츠노리 콘도 아소비모 최고경영자.(출처=IT동아)
이렇게 게임 개발에 참여하다 2003년 외주 개발을 위한 게임 개발사를 세웠고, 이후 2007년에 지금의 아소비모를 창업하게 됐다고. 흔히 MMORPG라고 부르는 게임들도 그 때부터 연을 쌓기 시작했단다. 나름대로 온라인 게임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소할 수 있지만 아소비모는 일본 내에서 나름대로 규모 있는 온라인 게임 개발사다. 아바벨 온라인, 토람 온라인, 이자나기 온라인, 알케미아 스토리 등을 개발했다. 연 매출 약 100억 엔(원화 약 983억 원) 가량이고,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수 이용자가 약 1,0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는 비록 자사 게임들이 한국어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되고 있지만 열정만큼은 뜨겁다고 말한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치열하고 쟁쟁한 개발사들이 많아 쉽지 않지만 게임을 즐겨주는 한국 게이머들이 있어 고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아소비모는 지금 알케미아 스토리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의 유행과 같은 실사 그래픽이 아닌 카툰 렌더링(애니메이션과 같은 효과) 느낌의 MMORPG다. 본격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게이머들이 하나 둘 모이는 중이라는 것이 카츠노리 최고경영자의 설명이다.
건전한 게임 콘텐츠 이용을 위한 열쇠 '블록체인'
"만약 사용자가 게임 내에서 무기를 샀다고 치죠. 이 칼은 게이머가 쓰지만 소유권은 없어요. 어떤 경로로 없어지면 시간이건 비용이건 돌려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심지어 게임 업데이트 상황에 따라 데이터 불법 복제도 생길 수 있지요. 하지만 이걸 블록체인에 담아두면 게이머에게 소유권이 기록되니까 거래도 가능하고 데이터 불법복제도 막을 수 있어요."
이해가 힘든 기자에게 그가 추가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소비모가 게임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도입한 것은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무기간 현금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불법이기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 못박았다. 게이머가 구입한 코인은 게임 내 소모성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우선 쓰인다. 이후 아소비마켓에서 추가될 디지털 콘텐츠(음원, 전자책)를 구매하는 데에도 쓰일 예정이다.
채굴은 지원하지 않는다. 사용자는 현금으로 아소비코인을 구매해야 된다. 현재 비중은 현금과 암호화폐가 각각 1:2다. 50엔을 지불하면 100아소비코인을 제공하는 식이다.
아소비모가 서비스 중인 여러 모바일 게임에 아소비코인과 마켓이 연동될 예정이다.(출처=IT동아)
"만화책을 다운로드한 다음 판매한다거나 게임 아이템을 처분하고 다른 콘텐츠를 구매한다거나 하는 등 투명한 상호거래가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디지털콘텐츠의 2차 유통, 즉 중고거래에 대한 시장 창출도 기대하는 부분입니다. 현재 이 분야의 시장은 전무한 상태인데 이게 구현된다면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약 5조 엔 규모로 성장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소비모가 ICO를 시도한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바로 투자금 확보다. 카츠노리 최고경영자는 주식 상장과 암호화폐 상장(ICO) 중 후자가 자금 조달이 빠를 것으로 판단해 진행하게 된 것이라 말했다. 암호화폐 플랫폼 운영과 ICO를 위해 정식으로 일본금융청의 허가를 받기도 했다.
ICO 규모로 50억 엔을 선택한 이유도 무리하기 보다 안정적으로 코인이 활용되길 희망하는 의미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아소비모는 이 중 절반인 25억 엔을 일반 시장에 유통시키고, 나머지 절반은 차기 게임 개발 및 여러 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것이 더 쓰인다면 하드포크를 통해 암호화폐를 추가 발행한다는 계획. 아소비코인은 기본적으로 이더리움에 기초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아소비코인 활성화 시킬 것
"아바벨 온라인 내에서 이벤트를 열어 아소비코인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오는 6월 22일 테스트를 시작으로 29일 대회를 열고 7월 6일에는 2차 대회, 11에 3차 대회가 열릴 겁니다. 각각 500만 엔 규모의 아소비코인을 게이머들에게 제공할 생각입니다. 향후 꾸준히 보스 몬스터 레이드(협동 사냥)나 이스포츠(개인전) 등을 개최해 꾸준히 아소비코인을 알리고 이를 자연스레 유통하도록 유도할 방침이에요."
아소비마켓은 게임 아이템 거래 외에도 음원이나 전자책 같은 디지털 콘텐츠 거래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자산의 적절한 가치를 유지하고 기술적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자신들의 숙제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플랫폼을 완성해 여러 디지털 콘텐츠 유통사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좌측부터) 카츠노리 콘도 아소비모 최고경영자와 나종구 경영기획 부장.(출처=IT동아)
카츠노리 최고경영자는 단순히 디지털 재화가 아니라 블록체인 자체로는 기업 운영의 입장에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서버/회선 비용이나 운영 측면에서 총보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에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게이머들이 자유롭게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하는 플랫폼까지 더해지면서 얼마든지 선순환 구조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소비코인, 그리고 아소비마켓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시험대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단순한 게임 서비스에서 벗어나 그 이상을 꿈꾸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간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과연 아소비모가 시도하려는 블록체인 플랫폼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과정들을 조용히 지켜보고자 한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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