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덕의 '법+IT'] 모두가 법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
동아닷컴
입력 2018-06-12 14:00 수정 2018-06-12 14:03
[편집자 주: 본문 내용은 IT동아의 집필기조 및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특별검사제도(특검). 고위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행위 등에 대해 정규검사가 아닌, 독립된 변호사가 어떠한 영향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수사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모종의 비리 사건, 도덕적 해이로 인한 사건 등이 드러날 때마다 특검을 진행했던 건, 그래도 이 땅에 남은 최후의 정의실현 절차가 발효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요. 헌데 문제는 '이 특검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입니다.
국민들이 뉴스나 신문을 통해 사건 전말을 접하고 분개하다가, 가끔은 이 분개가 정치적 동력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특검 진행 여부가 결정됩니다. 국민 여론이 커져야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정의의 최종 확인절차인 사법 시스템이 이제 국민에게는, 재판거래를 하는지 안하는지 또는 법관매수가 가능한지 아닌지 의심하는 의혹의 대상이 됐습니다.
'법관의 망치, 검사의 칼날'을 소유하지 못한 국민은 결코 '갑'이 될 수 없습니다. 사법 시스템 밖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이 아닌 쪽이 늘 그렇게 하루하루 일상을 소비하며 분개하곤 하는데요. 그에 비해 국민이 얻는 결과물은 영 탐탁찮습니다. 권력과 권한, 인맥 등을 통해 유전무죄가 되거나, 솜방망이 처벌 뒤 곧 다시 활개치곤 합니다. 최소한의 정의를 보장받는 국가에서 살기 위해 국민이 치르는 시간적, 경제적, 감정적 손해가 너무 큽니다.
이제는 그동안의 사법 기록, 예를 들어 공소장과 판결문 등의 '데이터'에 드러난 관련 사법인물 관련 기록을 '법조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일정 수위, 사건 당사자 이름 등은 공개되지 않는 범위에서, '망치와 칼날'을 휘두르는 이들의 행적을 누구든지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록은 역사가 됩니다. 우리는 잘못된 역사, 왜곡된 기록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당장의 이익과 안위 유지에 급급해 국가 골격이 뿌리째 흔들린 역사 사례를 여러 번 겪어왔죠.
법조 데이터를 이대로 막연하게 흘려 보내면, 지금 당장 죄를 짓는 사람이 누구인지, 누가 도덕적 해이를 빈번하게 저지르는지 충실하게 기록하고 이를 바로 잡을 기회를 또 다시 놓칠 수 있습니다.
민간이든 지자체이든 국가든 간에, 법조 데이터를 손에 쥔 국민들이 일정 규칙 하에 동의절차를 거쳐 차곡차곡 '데이터화'하는 게 절실한 때라 생각합니다. 특검 만을 기대하기에는 국민들에게 그 일정도 결과도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이죠. 확실한 도구, 결정적 도구를 우리가 우리 손에 쥐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도구를 정의롭고 날카롭게 연마해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공소장과 판결문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법관들의 경향과 그동안의 판결 결과를 수치화, 정형화, 데이터화하려면 우선 비즈니스 모델이 확보돼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돈이 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힘 있는 운영이 보장되는 거죠. 스마트폰용 법조 관련 앱을 개발하는 개발사 또는 개발자라면, 국민들의 공소장 및 판결문 데이터를 지금부터라도 차곡차곡 쌓아 법조 데이터베이스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법률 분쟁이 발생하면 변호사를 찾습니다. 변호사 선임에 있어 가장 궁금하지만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해당 변호사의 '재판 승소율'입니다. 헌데 그 변호사가 어떤 사건에서 얼마나 승소했는지를 현재로서는 미리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도 후기를 통해 평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데, 거액을 지불하는 변호사 선임 등의 법조 서비스에는 서비스의 질을 미리 확인할 수 없죠.
이처럼 법조 서비스와 법조인 대상으로 만족도나 승소율 등을 마치 후기 작성하듯 데이터로 기록하는 법조 관련 앱을 만들면 정말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날씨도 확인하고 기차표도 예매하거나 동네맛집도 추천 받는 것처럼, 법조 서비스도 데이터를 토대로 한 평가 시스템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피고와 원고의 성별과 출신지역, 재력 수준, 판사 성별과 연령, 출신지역, 판결 사례 등의 데이터를 정형화하고 이를 저장, 분석할 수 있다면, 국민의 위치와 해당 법관의 위치가 각각 어디 즈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법조 관련 앱도 내비게이션 앱이나 도서구매 앱, 뉴스 큐레이터 앱 등과 같이, 공적 정보를 제공하고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고요. 혹은 정보별 부분 유료정책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아닌 민간이 법조 관련 앱을 개발해도 수익성은 충분합니다. 국가에 기대하며 기다리기 보다, 국민이 먼저 움직이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분노할 기운을 잃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갈 힘을 빼앗기지 않는 것, 그리고 담담하게 자신의 권리 행사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이야 말로 기술의 힘을 빌어볼 시대입니다. 열등한 위치의 국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손해를 감당하며 분개하다가 일상조차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손에 쥘 수 있는 정의,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정의를 IT강국의 국민으로서 직접 수립하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글 / 칼럼니스트 장연덕 (nutsberrypie@gmail.com)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특별검사제도(특검). 고위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행위 등에 대해 정규검사가 아닌, 독립된 변호사가 어떠한 영향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수사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모종의 비리 사건, 도덕적 해이로 인한 사건 등이 드러날 때마다 특검을 진행했던 건, 그래도 이 땅에 남은 최후의 정의실현 절차가 발효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요. 헌데 문제는 '이 특검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입니다.
국민들이 뉴스나 신문을 통해 사건 전말을 접하고 분개하다가, 가끔은 이 분개가 정치적 동력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특검 진행 여부가 결정됩니다. 국민 여론이 커져야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정의의 최종 확인절차인 사법 시스템이 이제 국민에게는, 재판거래를 하는지 안하는지 또는 법관매수가 가능한지 아닌지 의심하는 의혹의 대상이 됐습니다.
'법관의 망치, 검사의 칼날'을 소유하지 못한 국민은 결코 '갑'이 될 수 없습니다. 사법 시스템 밖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이 아닌 쪽이 늘 그렇게 하루하루 일상을 소비하며 분개하곤 하는데요. 그에 비해 국민이 얻는 결과물은 영 탐탁찮습니다. 권력과 권한, 인맥 등을 통해 유전무죄가 되거나, 솜방망이 처벌 뒤 곧 다시 활개치곤 합니다. 최소한의 정의를 보장받는 국가에서 살기 위해 국민이 치르는 시간적, 경제적, 감정적 손해가 너무 큽니다.
이제는 그동안의 사법 기록, 예를 들어 공소장과 판결문 등의 '데이터'에 드러난 관련 사법인물 관련 기록을 '법조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일정 수위, 사건 당사자 이름 등은 공개되지 않는 범위에서, '망치와 칼날'을 휘두르는 이들의 행적을 누구든지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기록은 역사가 됩니다. 우리는 잘못된 역사, 왜곡된 기록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당장의 이익과 안위 유지에 급급해 국가 골격이 뿌리째 흔들린 역사 사례를 여러 번 겪어왔죠.
법조 데이터를 이대로 막연하게 흘려 보내면, 지금 당장 죄를 짓는 사람이 누구인지, 누가 도덕적 해이를 빈번하게 저지르는지 충실하게 기록하고 이를 바로 잡을 기회를 또 다시 놓칠 수 있습니다.
민간이든 지자체이든 국가든 간에, 법조 데이터를 손에 쥔 국민들이 일정 규칙 하에 동의절차를 거쳐 차곡차곡 '데이터화'하는 게 절실한 때라 생각합니다. 특검 만을 기대하기에는 국민들에게 그 일정도 결과도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이죠. 확실한 도구, 결정적 도구를 우리가 우리 손에 쥐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도구를 정의롭고 날카롭게 연마해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공소장과 판결문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법관들의 경향과 그동안의 판결 결과를 수치화, 정형화, 데이터화하려면 우선 비즈니스 모델이 확보돼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돈이 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힘 있는 운영이 보장되는 거죠. 스마트폰용 법조 관련 앱을 개발하는 개발사 또는 개발자라면, 국민들의 공소장 및 판결문 데이터를 지금부터라도 차곡차곡 쌓아 법조 데이터베이스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법률 분쟁이 발생하면 변호사를 찾습니다. 변호사 선임에 있어 가장 궁금하지만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해당 변호사의 '재판 승소율'입니다. 헌데 그 변호사가 어떤 사건에서 얼마나 승소했는지를 현재로서는 미리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도 후기를 통해 평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데, 거액을 지불하는 변호사 선임 등의 법조 서비스에는 서비스의 질을 미리 확인할 수 없죠.
이처럼 법조 서비스와 법조인 대상으로 만족도나 승소율 등을 마치 후기 작성하듯 데이터로 기록하는 법조 관련 앱을 만들면 정말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날씨도 확인하고 기차표도 예매하거나 동네맛집도 추천 받는 것처럼, 법조 서비스도 데이터를 토대로 한 평가 시스템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피고와 원고의 성별과 출신지역, 재력 수준, 판사 성별과 연령, 출신지역, 판결 사례 등의 데이터를 정형화하고 이를 저장, 분석할 수 있다면, 국민의 위치와 해당 법관의 위치가 각각 어디 즈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법조 관련 앱도 내비게이션 앱이나 도서구매 앱, 뉴스 큐레이터 앱 등과 같이, 공적 정보를 제공하고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고요. 혹은 정보별 부분 유료정책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아닌 민간이 법조 관련 앱을 개발해도 수익성은 충분합니다. 국가에 기대하며 기다리기 보다, 국민이 먼저 움직이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분노할 기운을 잃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갈 힘을 빼앗기지 않는 것, 그리고 담담하게 자신의 권리 행사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이야 말로 기술의 힘을 빌어볼 시대입니다. 열등한 위치의 국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손해를 감당하며 분개하다가 일상조차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손에 쥘 수 있는 정의,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정의를 IT강국의 국민으로서 직접 수립하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글 / 칼럼니스트 장연덕 (nutsberrypie@gmail.com)
(출처=IT동아)
장연덕 컬럼니스트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재난과 범죄,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위험) 등을 해결할 방법을 연구했다. IT업계로 진출해 플랫폼/어플리케이션 개발 기업을 창업, 운영하면서 틈틈이 칼럼과 책 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인터넷 속도보다 국가현안/민생문제 해결 속도가 더 빨라지길 바라는 1인.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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