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직업의 미래] 4.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
동아닷컴
입력 2018-06-12 13:57 수정 2018-06-12 14:00
[편집자주] IT 커뮤니티인 '오컴(대표 편석준)'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직업 선택을 고민하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주요기술과 각 업계 현업자들의 조언을 전달하는 강연을 개최했다. 이 연재에서는 연사별 강연 내용을 간추려 정리했으며, 강연 개최 정보는 '온오프라인' 또는 '오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Clip IT 3차 강연(6월 1일)은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사회'를 주제로 유현재 씨가 발표했다. 유현재 씨는 현재 한국거래소 글로벌IT사업단에서 근무 중이며, 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 IT트렌드 따라잡기>, <핀테크 인사이트>, 역서로는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2.0>, <트루스 머신 블록체인과 세상 모든 것의 미래>가 있다.
Clip IT 4차 강연은 7월 5일(목)에 '5G의 현재와 미래사회'를 주제로 서울 역삼동 마루 180 1층에서 진행된다. 연사로 나서는 이상협 씨는 현재 LG유플러스 UX센터에서 5G 및 신규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LTE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다.
4.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 (한국거래소 유현재)
미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브라더스'는, 2008년 1월 29일 자사의 2007년도 재무제표를 발표한다. 그 보고서는 590억 달러의 수익과 42억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이는 2003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리먼브라더스는 그렇게 순조롭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9개월 뒤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한다. 그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부조작을 통한 자본주의 신뢰붕괴의 모습을 여지 없이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신뢰, 특히 제도에 대한 신뢰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위한 윤활유와도 같은 필수 사회 자본 중 하나다. 줄을 서고 있으면 차례에 따라 내가 다음 순서가 된다든가, 교통신호 준수도 나 이외의 타인들도 응당 그리 할 거라 믿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뢰는 현재 중앙집권형 기관들에 의해 강제되고, 중앙화된 장부기록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곤 한다. 그리고 지난 날 일어난 금융위기처럼, 신뢰를 잃는 일이 발생하면 중앙화된 기관들은 강제력을 동원해 돈을 찍어내거나 회계처리의 계정과목을 입맛대로 바꾸는 일을 자행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개인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함께 등장한 '분산장부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인 블록체인(Block Chain)은 이런 문제를 중앙기관이 해결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들의 자발적 참여와 감시, 그리고 보상을 통해 신뢰 구축의 문제를 멋지게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열광했다.
사실 비트코인이 등장한 2009년 이후 많은 사람들은 그 기술보다는 암호화폐라는 새 투자수단에 더 열정을 보였지만, 열정적 추종현상이 조금은 사라진 지금은, 사회 각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함의를 알아가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그 노력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암호화폐 지갑이 탑재된 전기자동차가 충전을 위해, 스마트 그리드와 암호화폐 지갑이 설치된 집이나 장소에 도착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서로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용한 전기료를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세상을 꿈꾸는 게 이제 허황되지 않다. 이는 실제로 ‘Car-eWallet’이라는 프로젝트로 소개된 바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정치, 금융, 공급사슬관리(SCM), 저작권, 국제원조, 사이버 보안 등의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해, 신뢰받는 제3자를 배제한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열광했던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세만큼이나 블록체인 기술 발전의 상승세는 더디기만 하다. 아직 대표 암호화폐들의 거래처리 속도는 초당 6만 5,000건을 처리할 수 있는 비자카드 네트워크의 처리속도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2018년 현재 블록체인이 선제적으로 적용된 분야도 금융거래의 인증분야, 장외주식시장, 은행 이용이 불가한 이들을 위한 대안적 금융시스템, 국제원조를 위한 신원증명체계 등 기존 인프라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분야에서 적용하려 하고 있다. 물론 기존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전통적 산업계에서도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적용점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산업 분야에서는 인증시스템을 넘어선 후선결제업무 및 거래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을 미래에 적용한다는 청사진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해당 기술을 연구 중이다. 금융 이외의 기타 다른 산업분야도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적용분야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T경영학에서 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칼럼 중 하나로, 당시 편집장이었던 니콜라스 카의 'IT는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라는 칼럼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이 칼럼에서 니콜라스는 산업혁명 초기에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생산성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였지만, 이제 전기는 누구나 다 사용하는 인프라가 됐고 전략적 경쟁우위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말하며, IT도 마찬가지로 현대 기업에게는 경쟁우위 요소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를 블록체인에 적용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모든 기업들이 (인터넷)닷컴열풍처럼 블록체인 기술에 열광하여 너도나도 도입하려 하지만, 닷컴열풍 당시처럼 아직까지 그 기술이 혁신적 수준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1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IT와 인터넷 기술의 지속 발전 덕분에 모든 비즈니스 모델에서 이 두 기술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시대에 섰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매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며 살고 있지만, 그 기반 기술인 TCP/IP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듯이, 현재 진행 중인 블록체인에 대한 열광 또한 이후의 기업들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고 경쟁우위도 되지 않는 기술이 될 것이다. 기존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거나 개인들의 저항이 강한 곳에서는 기존 중앙집권적 시스템과 신뢰받는 제3자를 배제한 모델을 차츰 내놓을 것이다. 반대로, 기존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곳이라면 그에 맞는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기존 IT시스템과 융합해 현행의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해나갈 것이다. 이렇게 블록체인은 예전의 IT와 인터넷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 조용하게 스며들고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Clip IT 3차 강연(6월 1일)은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사회'를 주제로 유현재 씨가 발표했다. 유현재 씨는 현재 한국거래소 글로벌IT사업단에서 근무 중이며, 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 IT트렌드 따라잡기>, <핀테크 인사이트>, 역서로는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2.0>, <트루스 머신 블록체인과 세상 모든 것의 미래>가 있다.
Clip IT 4차 강연은 7월 5일(목)에 '5G의 현재와 미래사회'를 주제로 서울 역삼동 마루 180 1층에서 진행된다. 연사로 나서는 이상협 씨는 현재 LG유플러스 UX센터에서 5G 및 신규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LTE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다.
4.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 (한국거래소 유현재)
미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브라더스'는, 2008년 1월 29일 자사의 2007년도 재무제표를 발표한다. 그 보고서는 590억 달러의 수익과 42억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이는 2003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리먼브라더스는 그렇게 순조롭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9개월 뒤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한다. 그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부조작을 통한 자본주의 신뢰붕괴의 모습을 여지 없이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리만브라더스 파산 (출처=포춘)
신뢰, 특히 제도에 대한 신뢰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위한 윤활유와도 같은 필수 사회 자본 중 하나다. 줄을 서고 있으면 차례에 따라 내가 다음 순서가 된다든가, 교통신호 준수도 나 이외의 타인들도 응당 그리 할 거라 믿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뢰는 현재 중앙집권형 기관들에 의해 강제되고, 중앙화된 장부기록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곤 한다. 그리고 지난 날 일어난 금융위기처럼, 신뢰를 잃는 일이 발생하면 중앙화된 기관들은 강제력을 동원해 돈을 찍어내거나 회계처리의 계정과목을 입맛대로 바꾸는 일을 자행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개인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함께 등장한 '분산장부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인 블록체인(Block Chain)은 이런 문제를 중앙기관이 해결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들의 자발적 참여와 감시, 그리고 보상을 통해 신뢰 구축의 문제를 멋지게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열광했다.
사실 비트코인이 등장한 2009년 이후 많은 사람들은 그 기술보다는 암호화폐라는 새 투자수단에 더 열정을 보였지만, 열정적 추종현상이 조금은 사라진 지금은, 사회 각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함의를 알아가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그 노력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암호화폐 지갑이 탑재된 전기자동차가 충전을 위해, 스마트 그리드와 암호화폐 지갑이 설치된 집이나 장소에 도착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서로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용한 전기료를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세상을 꿈꾸는 게 이제 허황되지 않다. 이는 실제로 ‘Car-eWallet’이라는 프로젝트로 소개된 바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정치, 금융, 공급사슬관리(SCM), 저작권, 국제원조, 사이버 보안 등의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해, 신뢰받는 제3자를 배제한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
카 이월렛 프로젝트(출처=IT동아)
하지만 우리가 열광했던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세만큼이나 블록체인 기술 발전의 상승세는 더디기만 하다. 아직 대표 암호화폐들의 거래처리 속도는 초당 6만 5,000건을 처리할 수 있는 비자카드 네트워크의 처리속도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2018년 현재 블록체인이 선제적으로 적용된 분야도 금융거래의 인증분야, 장외주식시장, 은행 이용이 불가한 이들을 위한 대안적 금융시스템, 국제원조를 위한 신원증명체계 등 기존 인프라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분야에서 적용하려 하고 있다. 물론 기존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전통적 산업계에서도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적용점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산업 분야에서는 인증시스템을 넘어선 후선결제업무 및 거래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을 미래에 적용한다는 청사진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해당 기술을 연구 중이다. 금융 이외의 기타 다른 산업분야도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적용분야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T경영학에서 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칼럼 중 하나로, 당시 편집장이었던 니콜라스 카의 'IT는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라는 칼럼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이 칼럼에서 니콜라스는 산업혁명 초기에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생산성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였지만, 이제 전기는 누구나 다 사용하는 인프라가 됐고 전략적 경쟁우위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말하며, IT도 마찬가지로 현대 기업에게는 경쟁우위 요소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를 블록체인에 적용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모든 기업들이 (인터넷)닷컴열풍처럼 블록체인 기술에 열광하여 너도나도 도입하려 하지만, 닷컴열풍 당시처럼 아직까지 그 기술이 혁신적 수준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1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IT와 인터넷 기술의 지속 발전 덕분에 모든 비즈니스 모델에서 이 두 기술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시대에 섰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칼럼 2003년 5월호(출처=IT동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매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며 살고 있지만, 그 기반 기술인 TCP/IP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듯이, 현재 진행 중인 블록체인에 대한 열광 또한 이후의 기업들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고 경쟁우위도 되지 않는 기술이 될 것이다. 기존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거나 개인들의 저항이 강한 곳에서는 기존 중앙집권적 시스템과 신뢰받는 제3자를 배제한 모델을 차츰 내놓을 것이다. 반대로, 기존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곳이라면 그에 맞는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기존 IT시스템과 융합해 현행의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해나갈 것이다. 이렇게 블록체인은 예전의 IT와 인터넷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 조용하게 스며들고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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