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병원 옮길때마다 진료기록 직접 떼는 불편 싹”
장재웅 기자
입력 2018-06-11 03:00 수정 2018-06-11 03:00
블록체인으로 의료혁명 꿈꾸는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창업자 인터뷰
○ 블록체인이 가진 ‘무결성’에서 답을 찾다
이 대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 때는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관심사를 반영해 의사 시절 느낀 국내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풀어보고 싶었다. 이 대표가 특히 관심을 보인 분야는 ‘의료 종합 건강기록시스템(PHR·Personal Health Record)’. 현재 개인건강정보는 각 병원이 보관할 뿐 통합된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건강정보 자체가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은 진료를 위해 병원을 옮길 때마다 이전에 진료를 받았던 병원을 찾아 자신의 진료기록을 직접 떼어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개인건강기록이 개인정보임에도 개인이 그 소유권을 가지지 못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블록체인은 기술적으로 ‘탈중앙화’와 ‘무결성’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메디블록 이전에도 개인건강기록 통합 관리 플랫폼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하나가 신뢰성이고 다른 하나가 개인정보의 남용 문제였다. 먼저, 개인건강기록을 개인이 보관하면 이 기록을 어디까지 신뢰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개인이 해당 자료를 임의로 가공, 조작해 보험료를 더 많이 타내는 등의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일부 정부단체나 기업이 독점하는 것도 문제다. 개인정보 남용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이 모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특징인 무결성 덕분이다. 개인의료기록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장부를 공동 소유하기 때문에 임의로 기록을 고칠 수 없다. 진본 증명이 쉬워지기 때문에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탈중앙화가 가능해 어느 누구도 개인의 의료 정보를 마음대로 열어보거나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의료정보시스템에서 병원이 플랫폼 역할을 했다면 메디블록의 서비스에서는 환자 스스로가 플랫폼이 된다.
이 대표는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이 사진이 스마트폰 사진앱에 저장되는 것처럼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모든 진료 기록이 메디블록의 플랫폼에 남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암호화폐 발행으로 참여자 확보
메디블록이 만들고 있는 개인건강기록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다수의 참가자가 개인의 건강기록을 제공해야 한다. 메디블록은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메디토큰을 발행해 플랫폼 참가자를 모았다. 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것을 가상통화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라고 하는데 메디블록은 ICO로 약 2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총 70개 국가에서 6500여 명이 메디블록 성공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 특히 ICO를 통해 자금 유치뿐만 아니라 잠재적 사용자 확보, 글로벌 홍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처럼 모든 블록체인 플랫폼에는 참여자가 필요하다”며 “이들을 모으기 위해선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메디토큰이 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블록은 또 플랫폼의 확산을 위해 국내 병원들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한양대 의료원, 경희대 치과병원을 비롯해 글로벌 화상 전문센터인 베스티안재단과 의료정보시스템을 제공하는 디자인 컨설팅 그룹 파인 인사이트 등과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파트너사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 플랫폼 구축 이후 비즈니스 모델 개발
메디블록은 메디토큰을 통해 메디블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이 플랫폼에 개개인의 건강기록 정보가 올라가도 메디블록은 이 정보에 대해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한다. 기존 상식으로 보면 남 좋은 일만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플랫폼의 잠재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수익 목적이 아닌, 탈중앙화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고 이 생태계가 커지면 다양한 수익모델이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메디블록은 게임기로 치면 콘솔을 만들고 있는 셈”이라며 “콘솔을 만들고 나면 이 콘솔에 맞는 게임 팩이 있어야 하듯 플랫폼이 완성되고 나면 플랫폼용 앱들이 필요한데 이런 앱을 통해 수익을 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네이버나 구글 역시 초기에 포털을 만들 때는 특별한 수익모델이 없었다”며 “포털을 구축하고 나서 다양한 수익 모델이 파생됐듯 우리도 플랫폼 안정화 후 수익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 창업자는 영상의학전문의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 및 레지던트를 거쳤다. 어려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껴 서울과학고 재학시절에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컴퓨터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개인건강기록
플랫폼이 완성되고 나면 플랫폼용 앱들이 필요한데 이런 앱을 통해 수익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암호화폐 열풍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진 반면 이 기술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분야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메디블록(Medibloc)’의 이은솔 공동 창업자를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만났다. DBR 250호(6월 1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블록체인이 가진 ‘무결성’에서 답을 찾다
이 대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 때는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관심사를 반영해 의사 시절 느낀 국내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풀어보고 싶었다. 이 대표가 특히 관심을 보인 분야는 ‘의료 종합 건강기록시스템(PHR·Personal Health Record)’. 현재 개인건강정보는 각 병원이 보관할 뿐 통합된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건강정보 자체가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은 진료를 위해 병원을 옮길 때마다 이전에 진료를 받았던 병원을 찾아 자신의 진료기록을 직접 떼어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개인건강기록이 개인정보임에도 개인이 그 소유권을 가지지 못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블록체인은 기술적으로 ‘탈중앙화’와 ‘무결성’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메디블록 이전에도 개인건강기록 통합 관리 플랫폼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하나가 신뢰성이고 다른 하나가 개인정보의 남용 문제였다. 먼저, 개인건강기록을 개인이 보관하면 이 기록을 어디까지 신뢰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개인이 해당 자료를 임의로 가공, 조작해 보험료를 더 많이 타내는 등의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일부 정부단체나 기업이 독점하는 것도 문제다. 개인정보 남용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이 모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특징인 무결성 덕분이다. 개인의료기록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장부를 공동 소유하기 때문에 임의로 기록을 고칠 수 없다. 진본 증명이 쉬워지기 때문에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탈중앙화가 가능해 어느 누구도 개인의 의료 정보를 마음대로 열어보거나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의료정보시스템에서 병원이 플랫폼 역할을 했다면 메디블록의 서비스에서는 환자 스스로가 플랫폼이 된다.
이 대표는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이 사진이 스마트폰 사진앱에 저장되는 것처럼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모든 진료 기록이 메디블록의 플랫폼에 남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암호화폐 발행으로 참여자 확보
메디블록이 만들고 있는 개인건강기록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다수의 참가자가 개인의 건강기록을 제공해야 한다. 메디블록은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메디토큰을 발행해 플랫폼 참가자를 모았다. 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것을 가상통화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라고 하는데 메디블록은 ICO로 약 2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총 70개 국가에서 6500여 명이 메디블록 성공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 특히 ICO를 통해 자금 유치뿐만 아니라 잠재적 사용자 확보, 글로벌 홍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처럼 모든 블록체인 플랫폼에는 참여자가 필요하다”며 “이들을 모으기 위해선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메디토큰이 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블록은 또 플랫폼의 확산을 위해 국내 병원들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한양대 의료원, 경희대 치과병원을 비롯해 글로벌 화상 전문센터인 베스티안재단과 의료정보시스템을 제공하는 디자인 컨설팅 그룹 파인 인사이트 등과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파트너사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 플랫폼 구축 이후 비즈니스 모델 개발
메디블록은 메디토큰을 통해 메디블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이 플랫폼에 개개인의 건강기록 정보가 올라가도 메디블록은 이 정보에 대해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한다. 기존 상식으로 보면 남 좋은 일만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플랫폼의 잠재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수익 목적이 아닌, 탈중앙화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고 이 생태계가 커지면 다양한 수익모델이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메디블록은 게임기로 치면 콘솔을 만들고 있는 셈”이라며 “콘솔을 만들고 나면 이 콘솔에 맞는 게임 팩이 있어야 하듯 플랫폼이 완성되고 나면 플랫폼용 앱들이 필요한데 이런 앱을 통해 수익을 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네이버나 구글 역시 초기에 포털을 만들 때는 특별한 수익모델이 없었다”며 “포털을 구축하고 나서 다양한 수익 모델이 파생됐듯 우리도 플랫폼 안정화 후 수익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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