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영의 웰컴투오디오] 1. '좋은 음질'이란 과연 무엇인가?

동아닷컴

입력 2018-06-07 17:05 수정 2018-06-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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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다녀오던 주말 저녁 전철 안에서 A 씨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던 중, 뭔가 평소와는 다르게 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수십 번은 들어 이미 귀에 익은 록 음악이었지만, 전에는 들은 적 없던 미세한 소리가 음악 곳곳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집에서 주말드라마를 보고 있던 B 씨 역시 배우들의 대사가 왠지 모르게 더 또렷하게 들린다는 걸 느끼고, 평소와 다른 기분으로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었다.

A 씨는 엊그제 딸이 선물한 20만 원대 이어폰을 챙겼다가 귀가길에 듣게 됐으며, B 씨는 최근 새로 변경한 이동통신사 IPTV 옵션으로 선택한 인공지능(AI) 스피커로 드라마를 보고 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은연 중 체험한 것은 그동안 고정되어 있던 자신의 청취환경 내 변경되고 개선된 사운드 품질이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 두 사람의 사례와 비슷할 텐데, 사운드 환경에 그리 민감하지 않게 지내왔지만, 최근 우리 주변의 '듣기' 환경은 빠르고 친숙하게 변화하고 있다. 다만 사운드 품질(음질)의 변화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언제나 긍정적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제품 가격이 절대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으며, 음악과 소리를 빈번히 접하는 경우라면 좀더 쉽게 '음질이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정도다.

이처럼 소리 품질의 변화라는 건, 누군가가 '방금 소리가 좀더 좋아졌습니다'라고 해서 인위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게 아닌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과정이다. 그게 듣는 사람과 보는 사람을 흥미롭게 만든다.

고음질 사운드를 듣기 위해서는...(출처=IT동아)

현재 우리가 구현할 수 있는 음질개선 방법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다. 여기에 좀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탠다면 그 반경은 훨씬 넓어진다. 구체적인 상황과 선택방법 등은 다음 연재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우선 고음질로 음악과 소리를 들으면 뭐가 좋을까? (사실 '고음질'이라는 단어는 익숙하긴 하지만 표준어는 아니다.)

다양한 청음 환경 속에서 무질서하게 떠다니고 있는 이 개념에 대해 명쾌한 정돈이 필요하다. 고음질이 과연 무엇을 제공하는지 하나씩 살펴보는 건, 고음질에 대한 물리적 실체를 막연히 파악하느라 초반부터 흥미와 기운을 잃어버리지 않을 중요한 절차라 생각한다.

첫째, 고음질 사운드로 들으면 이전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 고음질로 데이터가 증가하면 임의 생략, 삭제된 기존 음악신호를 좀더 원본에 가깝게 끄집어내 출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체감효과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원본 사운드가 들려주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물을 체감함으로써 감동은 배가된다.

소리의 정도에 대해 글과 말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시각적 기준인 '해상도(resolution)'로 대치하면 이해가 쉽다. 흔히 말하는 고음질이란 단어 그대로 '고해상도(high resolution)'라 대치하면 원본에 가깝다는 의미가 좀더 분명해질 것이다.

둘째, 여러 이유로 원래/원본과 다르게 들리던 소리를 원래/원본 상태로 들려준다. 앞서 말한 데이터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이는 보통 원본에 견준 '고충실도(Hi Fidelity)', 약칭 '하이파이' 개념의 시작이다. 사운드 데이터의 증가가 이전까지 들리지 않던 음을 듣게 해준다면, 하이파이는 이전까지 잘못 들린 음(왜곡된 음)을 원본에 가깝게 교정해준다. 원본의 구현 또는 원본의 발견이라는 측면에서 이로 인한 감동 역시 클 것이다.

셋째, 음의 조합과 구조를 넘어서는 정보를 체감할 수 있다. 음의 흐름은 음이 멈춘 후에도 계속 진행되며, 서서히 소멸하는 배음이라든가, 공간 속을 흐르던 음파가 어느 지점에서 반사되며 멈추는지 등의 현상으로 파악되는 공간정보, 구체적으로는 음의 강약 묘사, 연주자의 모습이나 정확한 연주 위치 등이 듣는 이를 향해 묘사된다. 이는 녹음 품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그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넷째, 심리적으로 좀더 분명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분명하다'는 의미는 즐거움이나 쾌감 이외에 공포나 슬픔 등 원래 음원이 갖고 있는 감정 정보를 뜻한다. 원래 즐거움을 주도록 제작된 음원이 품질 문제로 불쾌하거나 귀에 거슬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음원의 주류인 디지털의 경우, 동일한 음원을 놓고 음질 등급에 따라 조금씩 편차를 보이는 심리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어떤 음악을 기준으로 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상의 음질은 기본적으로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음악신호를 전달해서, 결국 원본을 저장하던 단계의 그 소리를 들었을 때의 심리상태로 만들어 준다.

참고로, 가장 완벽한 디지털 음질 구현은 정상 재생된 아날로그의 상태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 이때 '정상 재생된 아날로그'란 사실 상의 원본 파일을 LP나 자성테입 등의 재생매체로 완벽에 가깝게 재생했을 때의 상태를 말한다.

고음질에 대해 대충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고음질 사운드를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오디오라는 게 돈도 많이 들고 구성도 복잡할 것 같지만, 요즘은 딱히 그렇지 않다. 음원파일을 통한 음악감상의 주류로 등장한 이래 음향기기 부문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고음질, 좋은 음질로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은 거국적일수록 효과가 크겠지만, 여기서는 쉽고 간단하게 음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설명한다.

1) 스마트폰과 이어폰

현재 가장 보편적인 고음질 감상 수단으로 스마트폰만한 게 없다. 최근 출시된 고사양 스마트폰이라면 자체 저장장치(메모리)에 음원파일을 저장할 수 있고, 이동통신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대부분의 음악을 곧바로 들을 수도 있다.

최신 스마트폰은 고음질 음악을 듣기에 적합하다(출처=IT동아)

여러 스마트폰은 음악감상 기능의 강화를 위해 디지털 파일을 빠른 속도로 프로세싱(읽어내고 전달)해서 컨버팅(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스마트폰 경쟁이 과열되면서 최근 들어 전용오디오 등급 전용 칩을 내장시킨 고사양 스마트폰도 출시됐다. 통신기능이 없는 DAP(Digital Audio Player)와 같은 음악전용 플레이어를 사용한다면 감상 음질을 좀더 끌어올릴 수 있다. 이 부문의 원조인 '소니'는 얼마 전 고급 DAP를 출시하면서 '워크맨'의 고유로고와 이름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든 DAP든 이동식 음악 플레이어의 관건은, 음의 최종출구로서 어떤 등급의 이어폰으로 청취하느냐에 달렸다. 거치형 오디오에서 결정적인 고음질의 구현은 스피커에 있는데, 스피커에 해당하는 부문이 바로 이어폰이다. 헤드폰은 이어폰보다는 좀더 스피커에 가깝거나 넓은 대역을 다루기에 유리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원본 음원파일에 근접하는 24비트/96kHz 사양(음악파일 종류, 등급은 이후 연재에서 설명할 예정) 이상의 음원들을 감상해본다면 고음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깊어질 것이다. 압축과 손실 정도가 낮은 음원파일일수록 음질 위력은 강해진다.

2) 일체형 포터블 스피커

통칭 '블루투스 스피커'라고 부르는 충전식 소형 스피커는 정식명칭이라 하기엔 제품 사양이 워낙 다양해서, 그냥 '올인원(일체형) 포터블 뮤직 플레이어'라고 하면 대략 들어맞는다. 일상에서 즐기는 스피커라 누구랄 것도 없이 언젠가부터 '라이프스타일 오디오'라 인식하고 있다.

음원 공급은 저장매체(USB 메모리 등) 혹은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음원파일을 재생해 일체형 바디 내에 장착된 자체 스피커로 출력한다. 스피커는 대개 한 개를 사용하지만(모노 사운드), 두 개를 스테레오 사운드로 구성해 하이파이 오디오의 정식 성능을 구현하기도 한다. 'apt-x' 코덱을 통해 무선 블루투스 방식을 통해,스마트폰이나 기타 무선 송신기능을 갖춘 플레이어의 신호를 수신 및 재생하도록 제작된다.

이 일체형 뮤직 플레이어가 갖는 의미는 스마트폰과는 사뭇 다르다. 이른 바 '거치형 오디오의 르네상스'를 가져왔다고 할 만큼 대중화된 뮤직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한 손으로 이동할 만큼 작은 크기에 수려한 디자인을 갖춰 방이나 거실, 부엌 등에 배치하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또한 전력소모도 크지 않아 인터넷 라디오 등을 하루 종일 틀어놓고 고음질 음원을 들을 수 있다.

오디오 트렌드가 소형화로 흐르고 있고, 사용자 그룹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하게 된 것도 바로 이 일체형 뮤직 플레이어 덕분이다. 실제로 여러 제조사에 걸쳐서 시간이 갈수록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주도해 개발하고 있는 자사 IPTV 전용 AI 스피커도 이에 속한다.

이외에 자동차에서도 USB 메모리를 이용해 음악을 듣거나, 블루투스를 활용한 '카플레이' 기능 등이 기존 카스테레오 기기를 대체하고 있으며, 전원 노이즈를 억제하는 음악재생 전용 컴퓨터용 파일재생 시스템은 고음질 음악감상의 훌륭한 기초가 된다.

어쩌면 이러한 고음질 음악감상 환경에 우리는 이미 무의식적으로 맞닿아 있거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인 지도 모른다. 한번쯤 '고음질'적이지 않은 환경(일반 mp3 플레이어+번들이어폰 조합)으로 비교해본다면, 최근 10년 사이에 얼마나 결정적인 음악적 기술발전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원천적이고 자연스러운 문화현상으로서의 음악활동은 음악산업이 발전하든 곤두박질 치든 계속 전개돼 왔다. 그건 인간이 음악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반응하면서 진화해왔는 지 확인할 단서가 된다. 공급자가 주도하고 소비자는 그에 의존하던 기존 음악산업 약 70년 간에 걸친 무한양적확산의 상황을 떠올리면, 최근 10년 간 음악산업은 조급하고 성미 급한 소비자들을 대응하느라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음악 소비자들은 스스로 발전하면서 자유롭게 다변화했다. 사용자 혹은 구매자 혹은 청취자가 주도하는 음악문화는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래서 각자는 어떻게 음악을 즐기는 게 바람직한 지를 이후 연재를 통해 살펴 본다.


글 / 오승영 (samisontheway@gmail.com)

오승영 대표(출처=IT동아)
국내 대표 오디오 평론가. 음반산업의 정점이었던 90년 대부터 디지털 음원서비스가 자리 잡은 2000년대 후반까지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에서 레이블 & 마케팅 매니저를 역임했다. 하이파이 간행물 '스테레오뮤직'의 발행인과 편집장을 거쳐, 20년 이상 국내 오디오 월간지와 온라인 웹진, 네이버 캐스트 오디오 부문 등에 기고하고 있다. IT 관련 수출사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으나, 오디오 및 음악관련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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