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8부 -기업가치 산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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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5-31 19:44 수정 2018-05-31 19:49
[연재 순서]
시작하며 - 투자를 기대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 http://it.donga.com/27517
1부 - 투자자 구분,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20/
2부 - 펀드(투자조합) 결성 과정 알아보기 - http://it.donga.com/27545/
3부 - 최근 결성 펀드와 펀드별 목적 분야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80
4부 - VC의 투자 프로세스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98/
5부 - 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 파악하기 (1) - http://it.donga.com/27620/
6부 - 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 파악하기 (2) - http://it.donga.com/27650/
7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1) - IR 자료 작성하기 - http://it.donga.com/27686
8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2) - 기업가치 산정하기
9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3) - 계약서 주요 이슈 이해하기
10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4) - 투자유치 성공을 위한 조언
이번 8부 연재에서는, 창업자/스타트업과 VC 사이에서 빈번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자, 투심위 부결 주요 요인이기도 한 '기업가치(Value)' 산정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결국 주식 가격에 대한 이슈이자 의견 차이다. 만일 회사가 코스닥 또는 코스피 등의 공개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면, 가격은 이미 시장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높고 낮음을 떠나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비상장사 투자에서는 기업과 VC 양자 합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다 보니, 서로의 주장이 관여할 여지가 크고, 결국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투자 실패로 이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업가치를 높게 받고 싶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싸게 투자하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상장사 투자라 하더라도, 투자 심사역이 가진 경험과 직관에 따라, 그리고 VC업계 다수 심사역의 의견을 취합해 보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기업가치의 범위는 존재한다.
협상이라는 건 조율 가능성이 있을 때 이뤄지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거래는 성사될 수 없다. 그렇다고 기업이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VC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협상이 가능한 수준에서 기업가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게 결국은 '투자유치성공'을 생각할 때 회사에도 유의미할 것이다.
만일 시간과 노력을 들인 장시간의 투자유치 활동이 성과 없이 끝난다면, 창업자/스타트업이 받는 기회비용의 손실과 사업적 피해는 만만치가 않다. 또한 비즈니스는 타이밍도 중요하다는 건 두말 할 나위 없다. 적절한 기업가치로 제때 투자를 받아 계획한 대로 성장하는 게 궁극에는 더 좋은 접근방법이라 생각한다.
1) 용어 정의
'프리머니(pre-money)' 또는 '프리밸류(pre-value)', '포스트머니(post-money)' 또는 '포스트밸류(post-value)'라는 용어를 자주 듣게 될 것이다.
프리머니는 투자받기 전 기업가치, 포스트머니는 투자 받은 후 기업가치를 말하며, 아래 <그림 8-1>의 공식으로 정리된다.
2) 희석증권에 대한 고려 필요
기업가치란 결국 '(전체 주식 수) X (1주당 가격)'이다. 코스닥 또는 코스피 상장 기업이라면, 기업가치는 곧 시가총액을 가리킨다. 여기서 희석증권은 전체 주식수에 관여하는 변수인데, 기업이 생각하는 주식수와 VC가 생각하는 주식수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이해헤야 한다.
희석증권이란, 현재는 주식이 아니지만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 주식이다. 전환사채(CB) 전환 시 발행될 주식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warrant) 행사 시 발행될 주식수, 상환전환우선주(RCPS)/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의 투자계약 시 맺은 리픽싱(re-fixing. 전환비율조정) 조항에 의해 추가 발행될 가능성이 있는 주식수, 과거에 하회발행(이전 유상증자 시 발행가격보다 이후 유상증자에서 낮게 발행하는 것을 의미)이 있었던 경우 투자계약 조항에 의해 추가 발행해야 할 주식수, 스톡옵션 행사 시 발행될 주식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창업자/대표이사는 현재 주주명부에 올라있는 주식수만을 가지고서 1주당 가격을 곱해 기업가치를 제시하겠지만, VC는 숨어있는 잠재주식(희석증권)을 전부 고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대표이사는 '우리 회사 정도에 50억 원 기업가치면 싼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VC는 '100억원 기업가치는 지금 회사 단계에서는 비싼데~'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분명히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므로, 쌍방이 공감대를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3) 기업가치 산정방법
경험으로 보면, 아래 a, b, c 3가지를 순차적으로 고려하게 되는 것 같다.
a. 기업가치 = 당기순이익 x PER 공식 적용 (PER = 주가이익배수. price-earning ratio)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발생하는 기업이라면, 업계의 기업가치 산정방법은 '당기순이익 x PER'로 수렴한다. 여기서 PER는, 동종업계 상장기업의 평균 PER이다.
다만 초기기업일수록 이 공식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이 작아 기업가치가 낮게 나오고 기업가치 자체가 마이너스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창업자/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미래 잠재력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함에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초기기업일수록 동종업계 상장기업이 없다면, 평균 PER를 계산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초기기업이라면 위 공식에만 따라서 기업가치를 산정하지는 않는다. 참고로, 아래 <그림 8-2>와 같은 동종업계 주가정보에서 '아웃라이어(outlier)'라고 할 수 있는, 너무 높은 또는 마이너스 PER의 기업은 제외하고 보통 평균 PER를 계산한다는 것은 알아두면 좋겠다.
다만 주의해야 할 부분은, IR자료를 만들면서 향후 3년치, 향후 5년치에 대한 예상 매출 및 이익을 추정할 텐데, 3년 또는 5년 뒤를 생각해 보면 그 시점에서는 매출과 이익이 꽤 발생할 경우, 위 공식에 따른 기업가치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2년 뒤, 3년 뒤, 5년 뒤의 기업가치에 대비해 지금 VC에 제시하는 기업가치는 과연 몇 배의 비율인 지를 생각해 봐야 하겠다. 즉 기업가치 상승비율을 고려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VC는 고위험 투자인 만큼 고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2년 뒤, 3년 뒤의 기업가치 상승비율(<그림 8-3>에서 A와 B)이 현재보다 최소한 2배, 3배 이상은 되어야 VC에게 어필할 수 있다. 창업자/대표이사가 현재 시점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이해하지만, 만일 몇 년 뒤 예상되는 추정 매출과 이익에 의한 그 시점에서의 기업가치 상승률이 미미하다면, 그것은 현재의 기업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결국 현재 업체가 제시하는 기업가치로는 투자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적절한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낮추는 것이 VC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결국은 투자유치에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가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어차피 예상 수치인데 더 높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 심사역은 자체적으로 다시 계산한 예상 매출과 이익에 기반하여 공식을 적용하므로,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 차이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업체가 제시하는 예상 매출 추정을 VC가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4부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b. 동종업계 타기업의 최근 유상증자 또는 M&A 시 기업가치와 상대 비교
앞서 a의 방법처럼, 당기순이익 x PER로 기업가치 산정이 불가능하거나 의미가 없는 경우, 차순위로 고려하는 방법이 동종업계 타기업의 최근 유상증자 또는 M&A 시 인정된 기업가치와 상대 비교를 하는 것이다.
가령, 동종업계의 A기업이 최근에 프리머니=50억 원, 투자유치=5억 원, 포스트머니=55억 원이었다고 하자. 주요 비교항목 몇 개를 선정하고, A기업보다는 상대 비교를 했을 때 나은 부분이 있다면 기업가치에 '플러스 알파', A기업보다 상대 비교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기업가치에 '마이너스 알파' 식으로 기업가치를 가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A기업 대비 OO% 기업가치를 더한다든지 또는 OO% 기업가치를 빼는 식으로 본인의 기업가치를 마음 속으로 예상할 수 있다. 만일 비교할 수 있는 기업이 2개 이상이라면, 해당 기업 전부와 상대 비교를 해봤을 때 좀더 합리적으로 기업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이때 주의할 것은, 본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비교항목을 설정하고 편파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면, 당연히 투자자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다. 상대 비교라고 말은 했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다 보니, 투자 심사역마다 예상 기업가치에 얼토당토않은 편차를 보이지는 않는다.
c. 이종업계 타 기업의 최근 유상증자 또는 M&A 시 기업가치와 상대 비교
만일 동종업계에서 최근 유상증자 또는 M&A 사례가 없거나 그때의 기업가치를 알아내기 힘든 경우, 차선책으로 타업종의 동일 단계(stage)에 있는 기업들과 상대 비교를 할 수도 있다.
가령, VR기술 스타트업과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을 비교할 수도 있다. 단 이 경우는 동종업계 내 비교 대비 산업별 특성을 감안해야 하는 등 변동성이 어쩔 수 없이 더 커진다. 즉 이 방식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편차가 더 커진다는 뜻이다.
VR기술 스타트업인 A기업을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B기업과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따라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두 기업은 모두 업력 약 2년 정도로 기업 성장단계 상 동일한 위치에 있다고 가정하자. 제약바이오 분야는 일명 '터지면 대박'이라는 기대 때문에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사실이다. 헌데 VR기술 분야는 그렇지 않으므로, 일단 1/2~1/3배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VR기술 중에서도 A기업이 보유한 기술은 시장에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방송/스트리밍 미디어 등에 일단 적용되면 '사실 상의 표준(DeFacto Standard)'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1.5배~2배의 가치를 다시 추가할 수 있다. 결국 VR기술 스타트업 A기업의 가치를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B로부터 나름 합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게 된다.
d. 금번 유상증자에서 희생할 수 있는 지분율을 감안하여 기업가치를 역계산
앞의 a, b, c. 3가지가 전부 적용하기에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면, 금번 투자 라운드에서 창업자/대표이사가 희생할 수 있는 지분율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역계산할 수도 있다.
위 <그림 8-4>의 계산법을 따르면, 창업자/대표이사는 희생할 수 있는 지분율을 낮춰서 기업가치를 올리려는 욕구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대로, 쌍방이 관여하는 투자과정에서 공감대 형성 없이 혼자만 주장하다 투자가 부결되면, 결국 거래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기업가치는 아예 없는 것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본인이 희생할 수 있는 지분율을 투자유치활동 전에 이미 고려해야 한다. 만일 창업자/대표이사가 희생할 수 있는 지분율이 작다면, 투자유치금액을 줄여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마일스톤을 다시 살펴보고, 우선순위가 높은 마일스톤 달성 계획을 기준으로 투자유치금액을 재산정하면 된다.
이번 연재에서는 투심위 부결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기업가치 산정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강연이나 멘토링할 때 항상 하는 얘기지만, 창업자/대표이사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제때 자금수혈을 해서 제때 마일스톤을 달성하고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타이밍 역시 전략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므로, 때를 놓치고 1년이 지나서 100억 원을 투자 받는 것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10억 원을 유치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훨씬 유용할 수 있다.
물론 제때 성장하지 못한 기업이 1년 후에 갑자기 높은 기업가치에 거액을 투자받는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얼토당토않은 기업가치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협상을 진행하기는 하되 적절한 선에서 투자유치 마무리를 하라고 늘 조언하고 있다.
최근 예전에 직접 투자했던 회사의 코스닥 상장과정을 관여했다. 장기적으로 회사가 성장한다면, 과거 투자유치 때 기업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했던 걸 나중에 되돌아보니, 대세에 그리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는 걸 새삼 느꼈다. 회사가 본질적으로 성장하고 성공하는데 좀더 노력하고 집중하길 바란다.
다음 9부 연재에서는 투자유치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서, 계약서 작성에서 주의할 점 및 계약서 내용과 관련해 알아야 할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한다.
글 / (주)비아이지글로벌 파트너/이사 김민성 (yaacksan@bigglobal.co.kr)
비아이지글로벌은 영국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유럽, 미국, 중국 등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투자유치에 특화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다. 중국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 '大公坊(대공방)'의 국내 유일 공식 파트너로서 '대공방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시작하며 - 투자를 기대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 http://it.donga.com/27517
1부 - 투자자 구분,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20/
2부 - 펀드(투자조합) 결성 과정 알아보기 - http://it.donga.com/27545/
3부 - 최근 결성 펀드와 펀드별 목적 분야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80
4부 - VC의 투자 프로세스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98/
5부 - 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 파악하기 (1) - http://it.donga.com/27620/
6부 - 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 파악하기 (2) - http://it.donga.com/27650/
7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1) - IR 자료 작성하기 - http://it.donga.com/27686
8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2) - 기업가치 산정하기
9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3) - 계약서 주요 이슈 이해하기
10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4) - 투자유치 성공을 위한 조언
이번 8부 연재에서는, 창업자/스타트업과 VC 사이에서 빈번한 의견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자, 투심위 부결 주요 요인이기도 한 '기업가치(Value)' 산정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8부(출처=IT동아)
결국 주식 가격에 대한 이슈이자 의견 차이다. 만일 회사가 코스닥 또는 코스피 등의 공개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면, 가격은 이미 시장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높고 낮음을 떠나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비상장사 투자에서는 기업과 VC 양자 합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다 보니, 서로의 주장이 관여할 여지가 크고, 결국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투자 실패로 이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업가치를 높게 받고 싶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싸게 투자하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상장사 투자라 하더라도, 투자 심사역이 가진 경험과 직관에 따라, 그리고 VC업계 다수 심사역의 의견을 취합해 보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기업가치의 범위는 존재한다.
협상이라는 건 조율 가능성이 있을 때 이뤄지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거래는 성사될 수 없다. 그렇다고 기업이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VC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협상이 가능한 수준에서 기업가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게 결국은 '투자유치성공'을 생각할 때 회사에도 유의미할 것이다.
만일 시간과 노력을 들인 장시간의 투자유치 활동이 성과 없이 끝난다면, 창업자/스타트업이 받는 기회비용의 손실과 사업적 피해는 만만치가 않다. 또한 비즈니스는 타이밍도 중요하다는 건 두말 할 나위 없다. 적절한 기업가치로 제때 투자를 받아 계획한 대로 성장하는 게 궁극에는 더 좋은 접근방법이라 생각한다.
1) 용어 정의
'프리머니(pre-money)' 또는 '프리밸류(pre-value)', '포스트머니(post-money)' 또는 '포스트밸류(post-value)'라는 용어를 자주 듣게 될 것이다.
프리머니는 투자받기 전 기업가치, 포스트머니는 투자 받은 후 기업가치를 말하며, 아래 <그림 8-1>의 공식으로 정리된다.
<그림 8-1> 프리머니와 포스트머니의 관계(출처=IT동아)
2) 희석증권에 대한 고려 필요
기업가치란 결국 '(전체 주식 수) X (1주당 가격)'이다. 코스닥 또는 코스피 상장 기업이라면, 기업가치는 곧 시가총액을 가리킨다. 여기서 희석증권은 전체 주식수에 관여하는 변수인데, 기업이 생각하는 주식수와 VC가 생각하는 주식수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이해헤야 한다.
희석증권이란, 현재는 주식이 아니지만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 주식이다. 전환사채(CB) 전환 시 발행될 주식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warrant) 행사 시 발행될 주식수, 상환전환우선주(RCPS)/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의 투자계약 시 맺은 리픽싱(re-fixing. 전환비율조정) 조항에 의해 추가 발행될 가능성이 있는 주식수, 과거에 하회발행(이전 유상증자 시 발행가격보다 이후 유상증자에서 낮게 발행하는 것을 의미)이 있었던 경우 투자계약 조항에 의해 추가 발행해야 할 주식수, 스톡옵션 행사 시 발행될 주식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창업자/대표이사는 현재 주주명부에 올라있는 주식수만을 가지고서 1주당 가격을 곱해 기업가치를 제시하겠지만, VC는 숨어있는 잠재주식(희석증권)을 전부 고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대표이사는 '우리 회사 정도에 50억 원 기업가치면 싼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VC는 '100억원 기업가치는 지금 회사 단계에서는 비싼데~'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분명히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므로, 쌍방이 공감대를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3) 기업가치 산정방법
경험으로 보면, 아래 a, b, c 3가지를 순차적으로 고려하게 되는 것 같다.
a. 기업가치 = 당기순이익 x PER 공식 적용 (PER = 주가이익배수. price-earning ratio)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발생하는 기업이라면, 업계의 기업가치 산정방법은 '당기순이익 x PER'로 수렴한다. 여기서 PER는, 동종업계 상장기업의 평균 PER이다.
다만 초기기업일수록 이 공식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이 작아 기업가치가 낮게 나오고 기업가치 자체가 마이너스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창업자/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미래 잠재력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함에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초기기업일수록 동종업계 상장기업이 없다면, 평균 PER를 계산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초기기업이라면 위 공식에만 따라서 기업가치를 산정하지는 않는다. 참고로, 아래 <그림 8-2>와 같은 동종업계 주가정보에서 '아웃라이어(outlier)'라고 할 수 있는, 너무 높은 또는 마이너스 PER의 기업은 제외하고 보통 평균 PER를 계산한다는 것은 알아두면 좋겠다.
<그림 8-2> 포털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한 동일업종 PER 정보(출처=IT동아)
다만 주의해야 할 부분은, IR자료를 만들면서 향후 3년치, 향후 5년치에 대한 예상 매출 및 이익을 추정할 텐데, 3년 또는 5년 뒤를 생각해 보면 그 시점에서는 매출과 이익이 꽤 발생할 경우, 위 공식에 따른 기업가치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2년 뒤, 3년 뒤, 5년 뒤의 기업가치에 대비해 지금 VC에 제시하는 기업가치는 과연 몇 배의 비율인 지를 생각해 봐야 하겠다. 즉 기업가치 상승비율을 고려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VC는 고위험 투자인 만큼 고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2년 뒤, 3년 뒤의 기업가치 상승비율(<그림 8-3>에서 A와 B)이 현재보다 최소한 2배, 3배 이상은 되어야 VC에게 어필할 수 있다. 창업자/대표이사가 현재 시점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이해하지만, 만일 몇 년 뒤 예상되는 추정 매출과 이익에 의한 그 시점에서의 기업가치 상승률이 미미하다면, 그것은 현재의 기업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결국 현재 업체가 제시하는 기업가치로는 투자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적절한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낮추는 것이 VC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결국은 투자유치에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가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어차피 예상 수치인데 더 높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 심사역은 자체적으로 다시 계산한 예상 매출과 이익에 기반하여 공식을 적용하므로,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 차이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업체가 제시하는 예상 매출 추정을 VC가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4부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림 8-3> 기업가치 산정공식과 N년 후 기업가치 상승비율 비교(출처=IT동아)
b. 동종업계 타기업의 최근 유상증자 또는 M&A 시 기업가치와 상대 비교
앞서 a의 방법처럼, 당기순이익 x PER로 기업가치 산정이 불가능하거나 의미가 없는 경우, 차순위로 고려하는 방법이 동종업계 타기업의 최근 유상증자 또는 M&A 시 인정된 기업가치와 상대 비교를 하는 것이다.
가령, 동종업계의 A기업이 최근에 프리머니=50억 원, 투자유치=5억 원, 포스트머니=55억 원이었다고 하자. 주요 비교항목 몇 개를 선정하고, A기업보다는 상대 비교를 했을 때 나은 부분이 있다면 기업가치에 '플러스 알파', A기업보다 상대 비교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기업가치에 '마이너스 알파' 식으로 기업가치를 가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A기업 대비 OO% 기업가치를 더한다든지 또는 OO% 기업가치를 빼는 식으로 본인의 기업가치를 마음 속으로 예상할 수 있다. 만일 비교할 수 있는 기업이 2개 이상이라면, 해당 기업 전부와 상대 비교를 해봤을 때 좀더 합리적으로 기업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이때 주의할 것은, 본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비교항목을 설정하고 편파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면, 당연히 투자자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다. 상대 비교라고 말은 했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다 보니, 투자 심사역마다 예상 기업가치에 얼토당토않은 편차를 보이지는 않는다.
c. 이종업계 타 기업의 최근 유상증자 또는 M&A 시 기업가치와 상대 비교
만일 동종업계에서 최근 유상증자 또는 M&A 사례가 없거나 그때의 기업가치를 알아내기 힘든 경우, 차선책으로 타업종의 동일 단계(stage)에 있는 기업들과 상대 비교를 할 수도 있다.
가령, VR기술 스타트업과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을 비교할 수도 있다. 단 이 경우는 동종업계 내 비교 대비 산업별 특성을 감안해야 하는 등 변동성이 어쩔 수 없이 더 커진다. 즉 이 방식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편차가 더 커진다는 뜻이다.
VR기술 스타트업인 A기업을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B기업과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따라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두 기업은 모두 업력 약 2년 정도로 기업 성장단계 상 동일한 위치에 있다고 가정하자. 제약바이오 분야는 일명 '터지면 대박'이라는 기대 때문에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사실이다. 헌데 VR기술 분야는 그렇지 않으므로, 일단 1/2~1/3배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VR기술 중에서도 A기업이 보유한 기술은 시장에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방송/스트리밍 미디어 등에 일단 적용되면 '사실 상의 표준(DeFacto Standard)'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1.5배~2배의 가치를 다시 추가할 수 있다. 결국 VR기술 스타트업 A기업의 가치를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B로부터 나름 합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게 된다.
d. 금번 유상증자에서 희생할 수 있는 지분율을 감안하여 기업가치를 역계산
앞의 a, b, c. 3가지가 전부 적용하기에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면, 금번 투자 라운드에서 창업자/대표이사가 희생할 수 있는 지분율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역계산할 수도 있다.
<그림 8-4> 지분율을 감안한 기업가치 역계산 방법(출처=IT동아)
위 <그림 8-4>의 계산법을 따르면, 창업자/대표이사는 희생할 수 있는 지분율을 낮춰서 기업가치를 올리려는 욕구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대로, 쌍방이 관여하는 투자과정에서 공감대 형성 없이 혼자만 주장하다 투자가 부결되면, 결국 거래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기업가치는 아예 없는 것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본인이 희생할 수 있는 지분율을 투자유치활동 전에 이미 고려해야 한다. 만일 창업자/대표이사가 희생할 수 있는 지분율이 작다면, 투자유치금액을 줄여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마일스톤을 다시 살펴보고, 우선순위가 높은 마일스톤 달성 계획을 기준으로 투자유치금액을 재산정하면 된다.
이번 연재에서는 투심위 부결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기업가치 산정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강연이나 멘토링할 때 항상 하는 얘기지만, 창업자/대표이사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제때 자금수혈을 해서 제때 마일스톤을 달성하고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타이밍 역시 전략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므로, 때를 놓치고 1년이 지나서 100억 원을 투자 받는 것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10억 원을 유치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훨씬 유용할 수 있다.
물론 제때 성장하지 못한 기업이 1년 후에 갑자기 높은 기업가치에 거액을 투자받는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얼토당토않은 기업가치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협상을 진행하기는 하되 적절한 선에서 투자유치 마무리를 하라고 늘 조언하고 있다.
최근 예전에 직접 투자했던 회사의 코스닥 상장과정을 관여했다. 장기적으로 회사가 성장한다면, 과거 투자유치 때 기업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했던 걸 나중에 되돌아보니, 대세에 그리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는 걸 새삼 느꼈다. 회사가 본질적으로 성장하고 성공하는데 좀더 노력하고 집중하길 바란다.
다음 9부 연재에서는 투자유치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서, 계약서 작성에서 주의할 점 및 계약서 내용과 관련해 알아야 할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한다.
글 / (주)비아이지글로벌 파트너/이사 김민성 (yaacksan@bigglobal.co.kr)
비아이지글로벌은 영국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유럽, 미국, 중국 등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투자유치에 특화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다. 중국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 '大公坊(대공방)'의 국내 유일 공식 파트너로서 '대공방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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