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 희생자 아빠들의 분노, ‘학교 총격 게임’ 퇴출시키다
손택균기자
입력 2018-05-31 03:00 수정 2018-05-31 03:00
테러범 선택해 소총-수류탄 무장… 교실-복도 돌며 난사 점수 올려
“아이들 죽음 소재로 역겨운 돈벌이”… 유가족 등 10만명 출시금지 서명
쇼핑몰 결국 6월 판매 계획 취소
‘학교에 침입해 소총과 수류탄으로 학생들을 학살하는’ 설정의 1인칭 컴퓨터 게임이 등장해 “학교 내 총격사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긴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제의 게임은 러시아 업체 ‘에이시드(Acid)’가 제작한 ‘액티브 슈터(Active Shooter)’. 총기를 들고 움직이는 사람의 시야로 모니터를 보며 앞에 나타난 대상을 줄줄이 쏴 죽이는 방식의 1인칭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인기 슈팅 게임인 ‘둠’,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흡사하지만 눈앞의 배경이 외계인 요새나 전쟁터가 아니라는 점이 다르다. 게이머는 학교 내 교실, 화장실, 복도, 체육관을 누비며 학생과 경찰을 사살해 점수를 올린다.
기본 설정은 경찰특공대원으로 학교 내 총기테러 현장에 침투해 범인과 대결하는 것이지만 범인 또는 학생 역할도 선택할 수 있다. 게임업체는 “오직 ‘액티브 슈터’에서만 총기테러범 역할을 골라 경찰특공대 정예요원과 대결할 수 있다!”며 이 ‘선택 기능’을 광고 문구에 넣어 강조했다. 회원 1억2500만 명을 보유한 온라인 PC게임 쇼핑몰 ‘스팀(Steam)’에서 다음 달 6일부터 10달러(약 1만 원)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홍보했다.
학교 강당에 터진 수류탄 연기 아래로 피를 철철 흘리는 학생들의 시체가 나뒹구는 이 게임의 홍보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미국에서 일어났던 총기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분노가 폭발했다.
2월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마저리스톤맨더글러스 고교에서 일어난 총기 참사로 목숨을 잃은 여학생 제이미의 아버지 프레드 구텐버그 씨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이 게임은 유가족에게 최악의 고통을 안겼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도 내 딸을 돌아오게 할 수 없지만, 남겨진 어른들에게는 이런 무책임하고 역겨운 이윤 추구 행위를 막아낼 의무가 있다”며 발매 금지를 주장했다. 14세 딸 알레이나를 같은 참사로 잃은 라이언 페티 씨도 페이스북에 “현실에서 벌어진 비극을 상황극처럼 꾸민 게임으로 돈을 벌려 하는 작태에 구역질이 난다. 총기 참사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는 일은 ‘게임’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업체 측이 인터넷 쇼핑몰에 올린 글이 비난 여론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개발업체 ‘리바이브드 게임스’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이건 그저 시뮬레이션 게임일 뿐이다. 이 게임 때문에 주변 사람을 해치고 싶어졌다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액티브 슈터’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 참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니 10만 명을 넘어섰다. 결국 쇼핑몰 측은 29일 긴급 성명을 내고 판매를 취소했다. 게임 내용과 배경 설정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해당 게임 개발업자가 저작권 침해 제품과 체험 후기 조작으로 소비자를 우롱한 전력이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아이들 죽음 소재로 역겨운 돈벌이”… 유가족 등 10만명 출시금지 서명
쇼핑몰 결국 6월 판매 계획 취소
학교에 침입해 소총과 수류탄으로 학생들을 대량 학살하는 내용의 1인칭 컴퓨터 게임 ‘액티브 슈터’의 플레이 화면. 놀라 도망치는
여학생의 뒤통수를 조준해 총을 쏴 맞히면 화면 왼쪽의 점수가 올라가는 등 끔찍한 상황을 게임화해 총기 참사 유가족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사진 출처 vox.com
“경찰? 테러범? 당신의 선택입니다! 총기로 무장해서 싸우고 파괴하세요!”‘학교에 침입해 소총과 수류탄으로 학생들을 학살하는’ 설정의 1인칭 컴퓨터 게임이 등장해 “학교 내 총격사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긴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제의 게임은 러시아 업체 ‘에이시드(Acid)’가 제작한 ‘액티브 슈터(Active Shooter)’. 총기를 들고 움직이는 사람의 시야로 모니터를 보며 앞에 나타난 대상을 줄줄이 쏴 죽이는 방식의 1인칭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인기 슈팅 게임인 ‘둠’,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흡사하지만 눈앞의 배경이 외계인 요새나 전쟁터가 아니라는 점이 다르다. 게이머는 학교 내 교실, 화장실, 복도, 체육관을 누비며 학생과 경찰을 사살해 점수를 올린다.
기본 설정은 경찰특공대원으로 학교 내 총기테러 현장에 침투해 범인과 대결하는 것이지만 범인 또는 학생 역할도 선택할 수 있다. 게임업체는 “오직 ‘액티브 슈터’에서만 총기테러범 역할을 골라 경찰특공대 정예요원과 대결할 수 있다!”며 이 ‘선택 기능’을 광고 문구에 넣어 강조했다. 회원 1억2500만 명을 보유한 온라인 PC게임 쇼핑몰 ‘스팀(Steam)’에서 다음 달 6일부터 10달러(약 1만 원)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홍보했다.
학교 강당에 터진 수류탄 연기 아래로 피를 철철 흘리는 학생들의 시체가 나뒹구는 이 게임의 홍보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미국에서 일어났던 총기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분노가 폭발했다.
2월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마저리스톤맨더글러스 고교에서 일어난 총기 참사로 목숨을 잃은 여학생 제이미의 아버지 프레드 구텐버그 씨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이 게임은 유가족에게 최악의 고통을 안겼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도 내 딸을 돌아오게 할 수 없지만, 남겨진 어른들에게는 이런 무책임하고 역겨운 이윤 추구 행위를 막아낼 의무가 있다”며 발매 금지를 주장했다. 14세 딸 알레이나를 같은 참사로 잃은 라이언 페티 씨도 페이스북에 “현실에서 벌어진 비극을 상황극처럼 꾸민 게임으로 돈을 벌려 하는 작태에 구역질이 난다. 총기 참사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는 일은 ‘게임’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업체 측이 인터넷 쇼핑몰에 올린 글이 비난 여론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개발업체 ‘리바이브드 게임스’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이건 그저 시뮬레이션 게임일 뿐이다. 이 게임 때문에 주변 사람을 해치고 싶어졌다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액티브 슈터’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 참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니 10만 명을 넘어섰다. 결국 쇼핑몰 측은 29일 긴급 성명을 내고 판매를 취소했다. 게임 내용과 배경 설정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해당 게임 개발업자가 저작권 침해 제품과 체험 후기 조작으로 소비자를 우롱한 전력이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NYT는 “파클랜드에서 반자동 라이플을 난사한 범인 니컬러스 크루즈는 평소 컴퓨터 게임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컴퓨터 게임의 유해성을 비난하던 이들이 ‘액티브 슈터’에 대해 침묵을 지킨 데에도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의 게임 판매는 취소됐지만 이번 사태의 불똥이 정치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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