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제페토, 당신보다 조금 더 귀엽고 예쁜 아바타

동아닷컴

입력 2018-05-30 17:04 수정 2018-05-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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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5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유나이트 서울 2018(UNITE SEOUL 2018)' 현장에서 스노우 위드 스튜디오에서 제페토(Zepeto) 프로젝트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대욱 리드를 만났다. 제페토는 증강현실(AR)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를 닮은 캐릭터, 아바타를 만드는 서비스다. 그리고 서비스이자, 플랫폼을 꿈꾼다. 제페토를 통해 생성된 아바타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겠다는 것. 그의 말을 빌리자면, 아바타 플랫폼이다.

인터뷰 시작 전, 유나이트 발표 무대에 올라 직접 제페토를 소개하기도 했던 그가 기자에게 먼저 했던 질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제페토를 아느냐"라며, "제페토는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라고 말을 시작했다.

< 스노우 제페토 개발팀의 김대욱 리드 >(출처=IT동아)

아바타 제작 앱이 아닌, 아바타 플랫폼입니다

IT동아: 제페토가 어떤 서비스인지, 플랫폼을 꿈꾼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궁금하다.

김대욱 리드(이하 김 리드): 제페토는, '나랑 닮은 캐릭터, 아바타를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단순히 아바타'만' 만드는 서비스가 아니다. 아바타'를' 만들고, 생성된 아바타를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해 '제공하는' 플랫폼을 꿈꾼다.

아바타는 만들어주는 서비스는 지금도 많다. 불과 며칠 전에도 페이스북이 아바타를 만들 것이라는 소식이 퍼질 정도로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아바타 제작 서비스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정말 사실적인 아바타와 엄청나게 캐릭터 특징을 살려 누가 누군지 모르는 아바타로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너무 사실적인 것은 똑같지만 징그럽고, 너무 캐릭터적인 적은 다른 사람과 구분이 안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여기서 차별점을 뒀다. 제페토는 '나랑 닮았지만 조금 더 귀엽고 예쁜 아바타'를 만들어주기로(웃음).

< 제페토 소개 이미지 >(출처=IT동아)

IT동아: 나랑 닮았지만 조금 더 귀엽고 예쁜 아바타… 그거, 모든 아바타 제작 서비스가 꿈꾸는 거 아닌가(웃음). 아바타는 제작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 리드: 필요한 것은 사진 1장뿐이다. 사진 1장만 있으면 제페토 앱이 알아서 사진을 분석하고 닮은 아바타를 만든다.

IT동아: 국내에 많이 알려진 삼성전자 AR 이모지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김 리드: 삼성전자가 만든 AR 이모지는 몇 가지 표준 얼굴이 있고, 사람의 얼굴을 각 표본에 맞게 뜯어서 붙이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보다 조금 더 개발해 텍스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제페토는 완전히 풀 3D 방식이다. 삼성전자의 이모지는 캐릭터가 만들어지면서 약간 어색한 부분이 생기거나, 거뭇거뭇한 부분도 발생한다. 하지만, 제페토 캐릭터는 완전히 3D로 구현해 재조합하는 방식이라 훨씬 매끄럽다고 자부한다(웃음). 보기에도 자연스럽고. 음… 사용자가 좀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많이 고민했다.

사용자 얼굴을 스스로 분석하는 인공지능

IT동아: 사진을 분석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김 리드: 요즘 많이 들리는 인공지능 기술,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했다. 사진을 봤을 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얼굴에 해당하는 각 부분을 분석한다. 머리 스타일, 눈, 코, 입 등 각 부위를 뜯어서 스타일부터 분류한다. 그리고 분류한 스타일에 따라 3D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IT동아: 결국 미리 만들어 놓은 표본 그러니까 샘플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김 리드: 아니다. 다르다. 샘플이라기 보다 기본 베이스 모델이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이를 '유전자'라고 말한다(웃음). 각 유전자를 몇대몇으로 섞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아, 헤어스타일은 고정된 표본을 사용한다.

헤어스타일을 제외하고 이야기해보자. 눈 크기를 예로 들어보자. 큰 눈과 작은 눈, 중간 크기 눈이 있지만, 사실 사람 눈 크기는 모두 다르다. 딱 한정지어서 어떤 눈은 크고, 어떤 눈은 작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제페토는 눈 크기를 결정할 때 큰 눈과 작은 눈의 비율을 따진다. 비율을 분석한 결과값을 적용해 자동으로 중간 눈 크기를 만든다. 이렇게 생성된 눈 크기에 대한 데이터는 저장되고, 또 다른 눈을 분석할 때 유전자로 사용된다. 즉,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이다.

< 스노우 제페토 개발팀의 김대욱 리드 >(출처=IT동아)

IT동아: 학습… 그러니까 스스로 배운다?

김 리드: 맞다. 계속 배우고 있다. 제페토는 지금도 스스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한다. 불과 한달 전에 생성된 데이터와 지금 생성되는 데이터를 비교하면, 스스로 조합하는 수치가 계속 늘어난다. 우리는 이 방식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판단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다른 분야와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기준이 있다. 사과, 바나나, 배처럼 고정된 이미지를 가진 물건은 인공지능도 사과를 사과라고 맞춘다. 하지만, 제페토는 (모두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의) 아바타를 만드는 서비스다. 만들어진 아바타가 당사자와 닮았는지 여부는 그 사람이 아는 것 아닐까. 때문에 (정답을 도출해내야 하는) 다른 인공지능 기술과는 평가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문제를 내면 채점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하는 방식이다. 정답이 없는 데이터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사람이 직접 감독하는 역할이 존재한다. 다만,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사람이 관여하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 직접 제페토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김대욱 리드 >(출처=IT동아)

아이폰과 AR kit, 애플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

IT동아: 고정된 틀에서 완성된 형태로 선보인 인공지능이 아니라,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왜 아이폰 버전으로만 출시한 것인지.

김 리드: 제페토는 어느 정도 기본 사양을 필요로 한다. 캐릭터 랜더링과 머신러닝을 실행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자연스럽게 아이폰을 선택했다. 아이폰은, 각 모델별로 사양이 다르긴 하지만, 언제나 평균 이상의 성능을 확보하는 제품이다. 흔히 말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표 주자 아닌가. 반면, 안드로이드는 제조사에 따라 성능 차이가 제각각 다르다.

이에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필요한 성능을 지니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기로 아이폰을 선택했다. 현재는 아이폰으로 제페토 플랫폼을 테스트한 뒤에, 적극적으로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할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플은 AR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AR kit'이 있지 않은가. AR kit을 이용헤 사용자의 얼굴 표정과 움직임을 파악하고, 현실 위에 아바타를 올려놓는 과정을 원활하게 적용할 수 있다. AR kit을 적용하고 활용하는데, 애플쪽에서도 많은 도움을 줬고, 아마 제페토가 국내에서 AR kit을 활용해 개발한 앱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IT동아: 제페토가 어떤 서비스인지, 그리고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겠다. 그런데, 그래도 풀리지 않는 원초적인 의문이 남는다. 대체 제페토를 왜 만든 것인가.

김 리드: 하하. 원초적인 질문에 원초적으로 답변하겠다. 우연한 기회에 자기 캐릭터를 직접 만든 3D 모델러의 작품을 본 적이 있었다. 자기 얼굴의 특징을 잘 살려서, 완전히 똑같지 않지만, 다른 캐릭터와 구분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바로 카카오톡 프로필이다. 대한민국 보통 남자들은 자기 얼굴을 프로필로 올려놓는 경우가 많지 않다. 프로필을 아예 올려놓지 않거나, 풍경사진,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 사진 등을 올려 놓는다. 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가(웃음).

이에 우연하게 보게 된 3D 모델러의 캐릭터를 보면서 '내 캐리터지만 별로 부끄럽지 않다면, 부담 없이 프로필로도 사용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캐릭터 즉, 제페토 아바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스노우 회사 차원에서도 아바타 서비스에는 관심이 많았다. 이전에는 캐릭터나 아바타를 남일처럼 생각하고 있다가, 모델러의 한 작품을 보고 생각을 바꾼 셈이다.

수익보다 플랫폼 고도화를 먼저 생각합니다

IT동아: 그럼 처음부터 캐릭터나 아바타를 담당하던 팀은 아니었던 것인가.

김 리드: 위트스튜디오는 원래 아바타 전문 조직이 아니었다. 스노우가 선보이는 다양한 서비스의 선행 개발을 주로 담당했었다. 스노우에 적용할 예정인 새로운 필터나 콘텐츠 등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일을 담당하다가, 아바타를 다음 선행 개발 중 하나로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점점 커진 셈이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웃음).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삼성전자의 AR 이모지가 먼저 나와 어떻게 해야 하는 고민도 있었고, 좌절도 많이 했지만, 결국 이렇게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은 전세계 사용자를 타겟으로 친숙하고 거부감 없는 아바타를 선보일 수 있도록 계속 다듬고 있다.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많이 참고하고 있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거부감 없는 아바타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 애플 앱스토어에 제페토를 활용한 '어린왕자 by ZEPETO'가 있다 >(출처=IT동아)

IT동아: 또 다른 의문이다. 제페토를 통해서 얻는 수익이 있어야 할텐데.

김 리드: 맨 처음 언급했지만, 제페토는 단순히 아바타를 만들어주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아바타를 활용한 플랫폼을 추구한다.

제페토를 만들면서 가장 먼저 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이 있다. 제페토 아바타를 서비스를 밖으로 꺼내야겠다고. A라는 사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를 여기저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생각이다. 이걸 기본으로 서비스를 설계했다.

예를 들어, 내 아바타를 가지고 레이싱 게임을 하거나, 달리기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동화같은 애니메이션 속에 내 아바타가 동화 주인공으로 나올 수도 있고. 제페토 앱 안에서만 사용되는 아바타가 아니라 게임, 메신저 내 이모티콘, 3D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IT동아: 아바타에 대한 저작권을 모두 풀어 주겠다는 뜻인가.

김 리드: 맞다. 개발자들이 원하는 SDK도 제공할 생각이다. 이번 유나이트 2018에서 발표하는 내용도 제페토 캐릭터를 이용해 게임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IT동아: 더욱 궁금해졌다. 대체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뜻인지.

김 리드: 제페토를 통해 만들어진 아바타를 통해 앱, 정확히는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유입될 것이라 기대한다.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제패토 앱으로 찾아올 수도 있고. 아바타가 아닌, 아바타 이외의 아이템으로 수익 모델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 부분은 지금도 고민 중이다(웃음).

< 스노우 제페토 개발팀의 김대욱 리드 >(출처=IT동아)

IT동아: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김 리드: 아바타의 기본 비율도 여전히 테스트 중이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좀더 패셔너블한 아바타를 원한다. 아직 남자, 여자를 구분하는 것도 조금 어려운 것 같고, 여전히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 화장한 모습도 일부 적용할 생각이다. 진한 눈 화장, 예를 들어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면, 제페토가 이를 분석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오픈한지 이제 막 1달 정도 지났다. 여전히 제페토를 완성하는데 집중하는 기간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수익화를 고민할 생각이다.

제페토를 사용하고자 하는 개발자를 위한 내용도 업데이트 예정이다. 유니티 내 에셋 스토어에 제페토를 무료 공개할 생각도 가지고 있고, 아바타의 키나 몸 비율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SDK로 제공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제페토가 만들어갈 아바타에 사용자와 개발자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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