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습관이 돈 되는 시대… “안전운전하면 보험료 깎아줘요”

신동진 기자

입력 2018-05-23 03:00 수정 2018-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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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IT 결합 인슈어테크 확산
T맵 운전습관 빅데이터 활용… DB-KB손보 최대 10% 보험료 할인
운전자 안전점수도 꾸준히 높아져… 걸음수 측정 건강보험 할인 상품도


운전 습관이나 보행 습관 등 정보기술(IT)로 획득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를 깎아주고 수익을 올리는 ‘인슈어테크’(보험+IT)가 확산되고 있다. 평소 건강관리나 안전운전에 신경 쓰는 가입자는 질병이나 사고 위험이 적다고 보고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모델이다. 보험 가입자 입장에선 습관을 바꾸면 보상을 받는 서비스여서 스스로 안전과 건강을 챙기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 T맵으로 운전습관 바꾸고 보험료 할인

SK텔레콤은 지난달 말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 이용자들의 주행이력을 지도에 표시해 운전자가 어느 구간에서 교통법규 위반을 많이 했는지 체크할 수 있는 개인화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고객 스스로 본인의 운전 습관을 교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6년부터 T맵에 탑재한 ‘운전습관 서비스’는 과속·급감속·급가속 등 주행 습관을 점수로 계량화해 알려준다. 내 운전 점수가 전체 운전자 중 몇 등인지도 알 수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T맵 운전자 830만 명의 주행 습관을 가늠하기 위해 빅데이터 활용에 나서고 있다. DB손해보험은 2016년 5월부터,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부터 SK텔레콤과 손잡고 500km 이상 주행 시 안전운전 점수가 61점 이상이면 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해준다. 과속을 하다가 단속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줄이는 얌체운전자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특정 구간의 속도위반 여부가 아닌 구간 전체의 규정속도 준수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기 때문이다.

올바른 주행 행태에 따라 혜택을 주는 특약이 인기를 얻으면서 안전점수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 65%에 머물렀던 50점 이상의 T맵 안전점수 비율은 1년 만에 72%로 늘었다. 같은 기간 50점 미만 비율은 35%에서 28%로 줄었다. 지난해 DB손해보험 안전운전 특약에 가입한 고객의 사고율은 일반 고객군보다 14.5% 낮게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손해율(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낮추고 가입자는 안전운전 습관을 들이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 건강보험 상품도 빅데이터 활용 급증

건강보험 상품에도 헬스케어 데이터가 활발히 접목되고 있다. 질병과 사망률을 낮춰 보험금 지급을 줄이고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 생명보험사 ‘오스카헬스’는 2013년부터 가입자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나눠주고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하면 연간 최대 240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메트라이프는 하루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있다. 중국 중안보험은 IT업체 텐센트와 함께 혈당 수치에 따라 보험료를 조절해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금융 당국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접목한 보험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관련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걸음 수를 측정해 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해주는 AIA생명의 ‘걸작(걸으면 보험료가 작아진다) 암보험’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혁신 상품을 개발하고 싶어도 설계에 필요한 기초 통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헬스케어 데이터를 수집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통신사들도 수백만 명의 가입자 데이터 활용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데이터 뱅크’가 생겨났다.

스타트업 ‘직토’는 보행 습관과 수면 패턴 등을 측정하는 ‘더챌린지’라는 앱을 통해 하루 평균 100만 건의 생활 습관 데이터를 수집해 보험사 등에 제공하고 있다. 직토 관계자는 “보험사는 고객 한 명당 연간 700원 정도의 비용으로 헬스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어 30억 원이 넘는 기존 시스템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걸을 때마다 적립금이 쌓이는 걷기 앱으로 유명한 ‘캐시워크’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ABL생명보험 등과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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