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號, 부회장 6명과 함께 새 체제… 미래 먹거리 ‘과제’

서동일 기자

입력 2018-05-21 03:00 수정 2018-05-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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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걸린 LG 4세 경영]6월 29일 주총 거쳐 경영전면 나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별세하면서 LG그룹 후계구도 준비 작업도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 이사회는 17일 구 회장 장남(양자)인 구광모 LG전자 ID(Information Display)사업부장(40·상무)을 사내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한 LG그룹 ‘4세 경영 체제’의 첫걸음이 이미 시작한 셈이다.

재계는 LG그룹이 2003년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를 갖춰 이번 세대교체로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주 회사 체제 전환으로 다른 대기업그룹보다 신속하게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그룹이 총 4조 원을 들여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지은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 ‘LG사이언스파크’. LG그룹 제공
LG그룹 및 재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구 상무는 다음 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안건이 통과되면 곧바로 LG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LG그룹 주요 계열사마다 미래 신성장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데다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가 실적 악화를 비롯해 크고 작은 악재에 빠져있다는 점은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또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도 문제다.

구 상무는 다음 달 ㈜LG로 자리를 옮긴 뒤 LG그룹 내 6명의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과 함께 새 경영 체제 구축 작업을 곧바로 시작한다. 구 상무를 현장 경험이 풍부한 60대 경영인들이 측면 보좌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 상무가 현장 경험을 통해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만 40세로 비교적 젊은데다 그룹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한 4세 경영 체제를 이끌 핵심 인물로는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이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LG를 비롯해 LG그룹 계열사 모두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체제를 유지하되 구 상무를 그룹 경영의 최고 자리에 올려놓는 작업을 곧바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구 상무를 지원할 부회장들은 상당시간 LG그룹 내에서 주력 계열사를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하 부회장은 고인과 함께 지주회사인 ㈜LG 공동 대표이사를 지냈고,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각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올 초 구 상무가 LG전자 ID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약 4년 동안 구본준 LG그룹 부회장과 함께 구 상무의 경영 수업을 맡아왔다고 알려져 있다. ‘형제 경영 체제’를 구축해 LG그룹 사업 전반을 총괄했던 구 부회장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뗄 전망이다.

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주회사 지분 11.28%가 구 상무에게 어떻게 승계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LG 2대 주주는 구 부회장으로 7.72%를 갖고 있다. 구 상무는 6.24%로 3대 주주다. 2004년 양자로 입적되기 전까지 구 상무의 ㈜LG 지분은 0.14%에 불과했지만 양자 입적 후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구 상무의 어머니 김영식 씨도 ㈜LG 지분 4.20%,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LG 지분 3.45%를 갖고 있다.

구 상무는 구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만 물려받아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세금 부담이 크다는 점은 문제다. 증여나 상속 규모가 30억 원 이상일 경우 과세율은 50%에 달한다. 또 상속세 계산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일 때는 할증(약 20%)이 붙는다. ㈜LG 주가인 7만9800원(18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해도 상속세만 약 9000억 원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의 지분을 승계할 구 상무 입장에서는 상속 재원 마련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LG그룹 계열사 중 이렇다 할 캐시카우(Cash cow)가 없는 상태에서 LG그룹을 물려받게 된다는 점도 과제로 놓여있다. 지난해 초부터 LG그룹 사업 및 경영을 총괄해왔던 구 부회장도 최근 LG그룹 계열사에 ‘위기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모두 모인 ‘글로벌 CEO전략회의’에서도 구 부회장은 반도체처럼 독보적 기술력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가 우리에게 없어 자칫하다간 올해 LG그룹 사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수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실제 LG그룹 주요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보면 명확히 ‘1등’이라 할 만한 사업이 마땅찮다. 반면 ‘세이프가드 등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경제 저성장 기조 장기화’ ‘디스플레이 패널, 모바일 등 중국 저가 공세 심화’ 등 안팎으로 경영 악재 요인들은 산적해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60조 원을 돌파한 LG전자도 당장 넘어야 할 산이 많다. OLED(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내세워 안정적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HE사업본부를 제외하면 위협 요인이 적지 않다. MC사업본부(모바일 사업)는 번번이 LG전자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고,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삼고 있는 VC사업본부(자동차 전장부품)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 탓에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 영역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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