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로펌들, IT-스타트업 찾아 ‘판교 상륙’

이호재 기자

입력 2018-05-16 03:00 수정 2018-05-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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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분사무소 업무시작… 세종도 5월말 사무실 열기로
한국의 실리콘밸리 진출 잇달아


법무법인 태평양이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분사무소를 새로 열었다.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고객으로 잡겠다며 대형 로펌이 ‘한국형 실리콘밸리’인 판교신도시에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태평양은 11일 법무부로부터 분(分)사무소 설립을 인가받고 업무를 시작했다. 분사무소는 성남시 분당구 판교현대백화점에 있으며 규모는 115m²다. 분사무소 오픈을 기념해 29일 판교신도시에서 ‘미국 특허분쟁 최근 동향, 실무 및 사례연구’ 세미나를 연다.

태평양이 판교신도시에 대형 로펌 중에서 처음으로 진출한 것은 IT 기업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다. 판교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굴지의 IT 대기업의 본사가 몰려 있다. 엔씨소프트 등 게임 대기업들도 여럿 있다. 이들 기업의 법률자문이 늘고 있는 만큼 관련 변호사들을 분사무소에 배치해 IT·게임 기업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IT 스타트업의 초기 법률자문에 응해 줌으로써 나중에 법률분쟁이 발생할 때 이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여서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제대로 된 법률조언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로펌이 스타트업의 고민을 해결해주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탄탄히 맺어두면 향후 이 기업들이 성장했을 때 로펌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법률사건을 수임할 수 있다. 또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사회적 의미도 커서 대형 로펌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판교 분사무소장은 이병기 변호사(50·사법연수원 24기)가 맡았다. 민인기(44) 박준용 변호사(45)가 분사무소에 상주하고 기업법무, 금융, 노동 등 10여 명의 전문변호사가 서울 강남구 본사와 판교 분사무소를 오가며 일한다. 본사와 분사무소는 화상회의, 원격시스템을 통해 교류한다.

태평양 관계자는 “판교신도시에 있는 IT·게임 기업들의 요구에 바로 대응하기 위해 전문변호사팀을 구성했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법률조언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평양 외에 법무법인 세종도 5월 말 판교신도시에 분사무소를 열 예정이다. 법무법인 한결은 2014년 이곳에 분사무소를 열었다. 로펌들이 잇달아 판교신도시에 분사무소를 내는 것은 갈수록 커지는 IT기업 법률시장을 차지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최근 구글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네이버 관련 법률조언을 끊기도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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