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 꽃핀 ‘ICT 한류’

신동진 기자

입력 2018-05-16 03:00 수정 2018-05-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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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해외 첫 ‘기가아일랜드’ 성과

10일(현지 시간) 방글라데시 모헤시칼리섬의 마을회관을 개조해 만든 ‘IT 스페이스’에서 주민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 여성 교육에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권인데도 수강생의 40%가 여학생일 정도로 정보기술(IT) 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KT 제공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남동쪽으로 400km 떨어진 모헤시칼리섬. 최빈국 단골 후보국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인 이곳에 가려면 다카에서 비행기로 1시간, 차로 20분, 배를 타고 30분을 더 가야 한다. 쓰러져가는 건물과 폐허가 불규칙하게 늘어선 비포장도로에서는 볼일 보는 가축들과 헐벗은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가축 분뇨와 습지에서 올라온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진도와 비슷한 면적(362km²)에 30만 명이 사는 낙도에 이방의 기술이 들어온 건 1년 전. KT는 국제이주기구(IOM) 등과 손잡고 이곳에 해외 첫 ‘기가아일랜드’를 구축했다. 9개 마을, 25개 공공기관에 초고속인터넷이 깔렸다. 학교와 마을회관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교육장이 설치됐다. 인터넷 불모지는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빠른 100Mbps(초당 메가비트) 유선망을 갖춘 디지털 섬이 됐다. 2014년 국내 도서산간 지역에서 발원한 KT의 ‘정보기술(IT)판 브나로드 운동’이 방글라데시 섬마을까지 닿은 것이다.

10일(현지 시간) 섬 마을회관에 마련된 ‘IT 스페이스’에서는 IOM이 운영하는 컴퓨터 수업이 한창이었다. PC를 켜고 끄는 법부터 워드, 엑셀 등을 배우는 3개월 과정이다. IOM은 교육생이 책임감을 갖고 의지를 높이도록 하기 위해 한화로 3만 원의 수업료를 받는다. 주민 1인당 월평균 수입이 60달러(약 6만4000원)도 안 되는 형편에 부담될 법도 했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KT는 하루 6시간 공급되는 전력 상황을 태양광시설로 보완해줬다. 1년간 200여 명이 수강했고 40%가 여학생이었다. 수강생 샤히둘라 군(18)은 “컴퓨터 교육을 받으면 도시에 있는 호텔에 취업하기 쉽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이나 디자인을 전공하는 것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학급당 학생이 60, 70명인 포키라고나 초등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영어다. 2인용 책상에 3명씩 끼어 앉은 학생들은 교실 앞 스크린 속 영어선생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섬에는 영어 전문 강사가 없어 다카에 있는 교사가 화상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KT는 지난해 초등학교 3곳에 설치한 화상회의 솔루션(케이박스)을 올해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농부들은 중개상에게 헐값에 넘기던 농작물을 제값에 팔 수 있게 됐다. 마을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입담배, 건어물 등 특산물을 전자상거래로 도시에 직접 팔기 시작한 것. 6개월 만에 500개 농가와 계약을 맺었다. 청년 사업가 사나올라 씨(28)는 “중개상에게 한 묶음(120개)당 300타카(약 4500원)에 넘기던 잎담배를 온라인 판매로 600∼1000타카(약 9000∼1만5000원)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 수가 턱없이 모자랐던 섬의 유일한 종합병원은 영상의료 솔루션으로 숨통을 틔웠다. KT가 모바일 초음파기와 혈액분석기를 지원해 뭍에 나가지 않고도 기본적인 검진이 가능해졌다. 페피 시디크 IOM 프로젝트 매니저는 “방글라데시 정부도 ‘디지털 2021’ 일환으로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시설 설치에 그치고 관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KT는 인프라뿐 아니라 주민의 삶 향상을 위한 솔루션까지 제공하며 글로벌 구호사업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헤시칼리=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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