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제목이 왜 ‘무제’?

김민 기자

입력 2024-10-22 03:00 수정 2024-10-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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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이름의 기술’展

예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제목을 보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작가가 즉흥적으로 붙인 제목이 나중에 바뀌기도 하고, 또 어떤 제목은 후대의 연구자들이 임의로 붙이기도 한다. 또 어떤 제목은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일부러 동떨어진 내용의 제목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예술 작품의 제목을 돌아본 전시 ‘이름의 기술’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만1560점 중 관객이 난해하게 여길 만한 ‘무제’, ‘기호’, ‘문장형’의 제목을 가진 작품 37점을 소개한다. 먼저 ‘무제’는 추상 작품에 가장 많이 사용된 이름으로 1970, 80년대 멋이나 유행의 어조로 지어지기도 했다. 아무런 내용이 없어 불친절하거나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는 관객에게 해석의 자유를 주기 위한 의도였다. 따라서 전시는 ‘무제’ 제목이 붙은 작품은 이미지를 언어에 가두지 않고 관객이 직접 교감하라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호형’은 의미를 알 수 없거나 불분명하게 내세워 작가의 의도를 감춘다. 김도균 작가의 ‘b.vfd. 46.1783921.266070-01, 2011’이 그 예다. 이 작품은 밤하늘의 별을 촬영한 사진으로, 촬영한 장소의 지도에 표기된 좌표를 제목으로 만든 것이다. 이러한 암호 같은 제목은 작품이 한 가지 방향으로 해석되지 않고 관람객이 상상하고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든다.

문장형은 1990년대 이후 작품에서 자주 발견된다. 공성훈의 ‘예술은 비싸다’(1992년), 김상진의 ‘나는 사라질 것이다’(2021년)처럼 작품이 던지고자 하는 화두를 제시하거나, 온라인에서 밈으로 활용되는 유행어를 차용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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