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먹어야 의미 있다”… 내 몸 속 ‘단기 여행자’ 프로바이오틱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04-25 18:26 수정 2024-04-25 18:3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hy 연구원이 배양된 균주를 확인하고있다. hy 제공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6조2022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조8936억 원 대비 27% 가까이 성장했다.

건강기능식품 중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기능성 원료 중 프로바이오틱스 판매액은 8913억 원으로 전체 판매 순위 2위에 해당했다.
유산균? 프리바이오틱스?… 그럼 프로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인체에 이로움을 주는 모든 미생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유산균과 같다고 여겨지지만 다르다. 유산균은 탄수화물 당 성분을 이용해 유산을 생산하는 미생물의 총칭으로, 프로바이오틱스보다 더 협의의 개념이다. 유산균을 비롯한 미생물들이 프로바이오틱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위와 쓸개를 거쳐 소장과 대장까지 도달, 증식 및 정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독성이 없고 비병원성으로 유용한 효과를 나타내야한다.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산균의 역사는 기원전 8000년 전 고대 조지아에서부터 시작한다. 와인 항아리인 ‘크베브리(Quvevri)’에 담긴 산패된 와인에서 최초의 유산균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실질적으로 유산균을 발견한 건 19세기 들어와서다. 1857년 미생물학자인 루이스 파스퇴르가 와인 제조업자의 의뢰로 마침내 유산균을 확인한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카제이 HY2782’. hy 제공

‘유익한 유산균’을 밝혀낸 건 1907년 일리야 메치니코프다. 그는 불가리아 지방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장수하는 비결을 연구하다가 불가리아에서만 추출되는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를 찾았다. 이후 1953년 독일계 과학자 베르너 콜라트가 ‘건강한 삶의 발전에 필수적인 활성 물질’이라는 의미로 프로바이오티카(Probiotika)라는 용어를 제안했고, 이게 지금의 프로바이오틱스다.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산균 외에도 헷갈리는 용어가 또 있다. 바로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식이섬유를 칭한다. 유산균의 활동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프로바이오틱스만 먹는 것보다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먹는 것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둘을 합쳐 섭취하는 것, 또는 제품을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라고도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에만 좋을까… 다양한 기능 연구 활발
스탠퍼드 대학교 저스틴 소넨버그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두고 ‘The transients(나그네, 여행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섭취 후 2주 정도 지나면 대변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프로바이오틱스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먹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건강에 좋다고만 알려져 있다. 실제로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 배변활동 등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밖에도 △신경계(기억력, 수면 등) △감각계(눈, 피부) △심혈관계(콜레스테롤, 혈압) △내분비계(혈당, 호르몬) △근육계(관절, 뼈, 근육) 등 다양한 신체 기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hy 중앙연구소. hy 제공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발효유 ‘야쿠르트’를 출시한 hy(옛 한국야쿠르트)다. hy는 1995년 국내 최초 한국형 유산균인 ‘HY8001’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면서 K-프로바이오틱스 시대를 열었다. 현재 hy가 연간 생산하는 액상형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약 9억개(2023년 기준)다.

특히 hy 중앙연구소는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장기배양’ 기술이다. hy가 보유하고 있는 균주 ‘HY2782’는 일정기간 배양한 후 새로운 배양 배지로 옮겨 다시 배양하는 장기배영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소화관 생존률과 정착성이 높은 균주를 만들 수 있다.
김주연 hy 중앙연구소 신소재 개발팀장이 24일 서울 앰배서더 아카데미에서 열린 프로바이오틱스 클래스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장-뇌 모사칩’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대장 모사시스템’도 있다. 인체 대장환경의 생화학적‧미생물학적 특성을 모사해 분변의 장내 미생물 연구를 진행한다. 사람을 대상으로는 불가능한 실시간 분변 마이크로바이옴(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의 총칭)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도 정적인 기존 세포 실험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체공학 반도체 및 유체역학 기술을 접목해 미세한 체액의 흐름을 재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장-뇌 모사칩’ 연구도 진행 중이다.

hy는 한국인에게 잘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발효식품에서 균주를 채취하는 프로젝트를 벌이기도 했다. 식당이나 시장에서 맛 본 김치가 공산품이 아니라면 균주를 채취하는 식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hy는 5000여종의 균주 라이브러리를 확보했다.

다만 제품으로 상용화된 균주는 많지 않다. 신제품 개발까지 약 1년 정도 걸리는 라면이나 스낵 제품과 달리 균주 연구에만 약 17년,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개발도 5~6년 소요되기 때문이다.

hy는 궁극적으로 K-프로바이오틱스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김주연 hy 중앙연구소 신소재 개발팀장은 “한국인이 “프로바이오틱스는 유럽에서 발견돼 생겨난 용어지만, K-뷰티와 같이 ‘한국에서 발굴된 것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전하는 게 최대 목표”라며 “한국인의 발효식품에서, 한국인의 장에서 발견한 프로바이오틱스가 최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