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산업-종교를 알면 국가의 생활체계가 보인다”

박재명 기자

입력 2024-04-25 03:00 수정 2024-04-25 13:5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DA 스페셜] 세계도시 바로 알기 9권 출간한 권용우 교수

◀ 권용우 성신여대 지리학과 명예교수

“말(언어), 먹거리(산업), 종교 세 가지로 한 국가의 특성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게 ‘세계도시 바로 알기’ 마지막 권을 국가가 아닌 주제에 따라 쓴 이유입니다.”

권용우 성신여대 지리학과 명예교수(76)가 2021년 시작한 세계도시 바로 알기(박영사) 시리즈의 마지막권 출판을 최근 끝냈다. 서유럽에서 시작한 노학자의 세계 탐험 여정은 9권인 ‘말 먹거리 종교’로 마무리됐다. 책 9권, 2500쪽에 걸쳐 전 세계 62개국, 240개 도시를 다룬 권 명예교수는 “평생소원을 이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도시 바로 알기 시리즈를 쓰게 된 계기는.

“지리학 교수로서 1987년부터 2021년까지 34년 동안 전 세계 60여 개국의 수백 개 도시를 직접 찾아가 답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 그때 정리해 놓았던 자료를 모아 출판하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방대한 책을 쓰게 될지는 나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다.”


―8권까지 지역별로 서술하다가 마지막 9권은 말, 먹거리, 종교로 전 세계를 분류했다.

“통상 국가의 총체적 생활상은 지리, 역사, 경제, 문화 4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이 중 지리, 역사, 문화는 ‘말(언어)’과 ‘종교’로, 경제는 ‘먹거리(산업)’로 포괄 수렴된다. 이 때문에 각 나라와 도시의 말, 먹거리, 종교를 파악하면 대번에 총체적인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인도네시아는 1920년대 이후 ‘바하사 인도네시아’ 언어로 민족 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데다 최근 봉제 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아시아의 새로운 제조업 생산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 중 이슬람교가 87%로 종교 정체성이 분명하다. 슬로바키아는 1843년 민족 부흥 운동으로 1000년 전 모라비아 제국의 언어를 복원해 슬로바키아어를 체계화했다. 자동차 공장 등을 유치해 유럽의 제조업 기지가 됐다. 가톨릭이 전인구의 68.8%다. 이처럼 말, 먹거리, 종교 세 가지를 통해 국가의 총체적 생활상을 간략하게 파악할 수 있다.”

권 명예교수는 이번에 내놓은 저서를 통해 전 세계 국가들의 산업 경쟁력 순위를 분석했다. 국가별로 자동차, 전기차, 2차전지, 조선 등 총 21개 산업의 33개 품목을 대상으로 상위 10위 이내에 몇 개가 포함되는지 조사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 한국이 3위로 나타났다.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상위권에 오른 산업 국가로 나타났다.

“그렇다. 이번 분석을 하면서 놀란 사실인데 대한민국은 세계 3위의 산업 강국이다. 한국은 24개 산업 품목이 세계 10위 이내에 들었다. 특히 조선, 가전제품, 병상수, 로봇 밀도, TV 세트 판매 등 5개 품목은 세계 1위였다. 미국이 29개 품목이 세계 10위에 들면서 1위, 중국이 28개 품목으로 2위였다. 앞으로 산업 외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국가 어젠다를 ‘세계 3대 선진 강국’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방문국 중 가장 기억이 남는 국가는.

“2002년 이라크를 방문한 게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이라크로 가는 하늘길이 막혀 요르단 암만에서 19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겨우 입국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방문하지 못해 아쉽다. 이슬람 신자가 아니면 메카로 들어갈 수 없어 포기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