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몸사리는 부동자금, 金-채권-MMF에만 몰렸다

이건혁 기자

입력 2019-07-22 03:00:00 수정 2019-07-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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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낮추며 돈 풀기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내외 악재 탓에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일단 현금을 보유하려 하거나 금 같은 안전자산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120조1801억 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120조 원을 넘었다. MMF 규모는 18일에 다시 120조 원 아래로 내려갔지만 이달 1일(104조618억 원)에 비하면 15%가량 늘어난 것이다. MMF는 수시로 돈을 넣었다가 뺄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때 자금을 맡기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주식 투자를 염두에 둔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예탁금은 17일 현재 23조9065억 원으로 이달 1일 27조4384억 원보다 12.9% 줄었다. 예탁금이 감소하는 것은 그만큼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2월부터 꾸준히 10조 원을 넘었으나 11일 이후 10조 원 아래로 내려왔다.



통상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실제로 금리를 인하하면 시중 자금은 증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는 등 저위험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에 돈이 몰리는 것이다. 기업들도 금융비용이 낮아지면서 투자를 늘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한국 경제가 둔화하는 상황을 우려해 결정된 만큼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보다 일단 지켜보는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19일 금 가격은 g당 5만45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금시장이 열린 201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금 가격은 금리가 낮아지면 오르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반영되면서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도 늘고 있다. 한은이 연내 추가로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 수요가 늘면서 채권 가격은 강세(채권 금리는 하락)를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9일 기준 연 1.327%까지 낮아지며 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나타난 부동자금 증가 및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한은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2% 달성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상장 기업들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에 목돈을 넣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금리 인하기 부동 자금이 대거 이동하곤 했던 부동산 시장도 불확실성이 크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4분기(10∼12월)나 내년 초까지는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수출 반등과 같은 긍정적 신호가 확인돼야 투자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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