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어머니 고통 떠올라…” 기권한 제이슨 데이

정윤철기자

입력 2017-03-24 03:00 수정 2017-03-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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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델 매치플레이 첫날 중도포기… “연초에 1년 시한부 진단… 곧 수술”
쓰레기 속에서 주운 클럽으로 골프… 12세때 아버지 잃고 방황했지만… 어머니가 집까지 팔며 뒷바라지


제이슨 데이가 23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에서 기권한 뒤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첫번째 사진). 오른쪽 사진은 어머니 데닝 데이. 사진 출처 PGA투어 홈페이지
두 번의 눈물을 흘리게 한 대상은 같았지만 의미는 달랐다. 정상에 우뚝 섰을 때의 눈물이 어머니를 향한 고마움 때문이었다면, 대회를 중도 포기한 뒤 흘린 눈물에는 투병 중인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2015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뒤 고난을 함께 이겨낸 어머니 데닝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던 세계 3위 제이슨 데이(30·호주). 그는 23일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의 오스틴CC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첫날 팻 페레즈(미국)와의 경기에서 폐암에 걸린 어머니 때문에 기권했다. 6번홀까지 데이가 3홀을 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데이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 이 대회 2연패에 실패한 아쉬움 때문이 아니었다. 데이는 “올해 초 어머니가 폐암으로 12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어머니가 이번 주 금요일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동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던 데이는 여러 차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어머니가 겪고 있는 고통이 떠올라 경기를 할 수가 없다. 내가 골프를 하는 이유인 어머니와 함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이는 어머니의 헌신 속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호주인인 앨빈이며 어머니는 필리핀 이민자였다. 3세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한 그는 어려운 형편에 다른 사람이 버린 골프채를 주워 썼고, 구세군 센터에서 구입한 옷을 입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찾아낸 낡은 3번 우드가 데이의 첫 골프 클럽이었다. 12세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삶은 더욱 곤궁해졌다. 데이는 방황에 빠져 학업을 멀리했지만 어머니는 살던 집까지 팔아가며 아들을 스포츠 프로그램이 있는 유명 국제학교에 보냈다. 어머니의 뒷바라지 속에 마음을 다잡은 데이는 학창 시절 3년 동안 매일 오전 5시 30분부터 훈련에 매달린 끝에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데이는 한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12세 데이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에서 어머니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데이에게.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에 인생이 산산조각 난 기분이겠지만 네겐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아들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한 어머니의 말을 항상 새겨듣고 그대로 행동한다면 네 인생은 성공적으로 변할 거야.”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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