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 정부 경기 진단, ‘경기회복세’에서 ‘경제 하방위험 증가’로 

세종=정순구 기자

입력 2024-12-13 14:28 수정 2024-12-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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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의 경기 진단이 180도 달라졌다. ‘경기 회복’과 같은 표현은 빠지고 그 자리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나 ‘경제심리 위축’, ‘하방위험 증가’ 등이 채웠다.

기획재정부는 비상계엄 사태 후 내놓은 첫 경기진단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각종 송년회 등 연말연시 모임이나 행사가 취소되면서 민간 소비가 줄고, 탄핵 정국 장기화로 기업 투자가 위축될 리스크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지난달 그린북에 포함된 ‘완만한 경기회복세’라는 문구는 이달 제외했다.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언급은 ‘불확실성 확대’로 변경해 리스크가 커졌음을 나타냈다. 다만 구체적인 하방위험과 경제에 미칠 영향은 추후 이를 반영한 지표 등이 나온 이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충격이 얼마나 됐다거나, 제한적이었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고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그린북에서 ‘계엄’이나 ‘탄핵 정국’ 등의 단어가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포함된다”며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2016년 12월(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그린북의 문구를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던 2016년 12월 그린북에는 “국내적 요인에 의한 소비·투자 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확대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에도 정치적 상황의 직접 언급은 없었다.

비상계엄 사태 전에도 우리 경기는 소비나 투자 등 내수 회복세 부진이 계속되던 상황이었다.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10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4% 감소했고, 설비투자지수도 5.8% 줄었다. 건설기성(불변) 역시 건축공사(-1.9%)와 토목공사(-9.5%)가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4.0% 내렸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마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 증가하며 1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증가폭은 8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기재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대외신인도를 확고하게 유지하는 한편 산업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민생안정 지원방안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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