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도 오래 하면 병… 8주 넘기면 치료 받으세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김상훈 기자

입력 2024-06-22 01:40 수정 2024-06-22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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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노을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2~3주 급성기침, 병일 확률 낮아… 만성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 달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인식하면서… 이물감 느껴도 헛기침 자제하는 등
목-기관지 신경 둔감하게 만들어야… 나올 것 같을 때 참는 훈련도 필요


강노을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으로 인한 만성기침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비특이적 만성기침을 구별해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평소 민감한 목을 잘 관리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만성기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20대 후반 남성 이명훈(가명) 씨는 새벽 조깅을 즐긴다. 언젠가부터 숨이 조금 차는 느낌이 들더니, 이윽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앓고 있던 알레르기 비염이 원인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따로 조치하지는 않았다.

기침이 더 심해졌다. 게다가 기침할 때 약간 쌕쌕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이 씨는 강노을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를 찾았다. 강 교수는 천식을 의심했다. 폐 기능 검사와 기관지 확장제 반응 검사 등을 시행했다. 그 결과 천식으로 진단됐다. 이 사실도 모르고 이 씨는 오랫동안 비염 치료만 했던 것이다. 이 씨는 천식 흡입제를 처방받아 사용했고 얼마 후 기침 증세가 거의 사라졌다. 강 교수는 “이 씨처럼 만성기침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로 치료하다가 증세를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만성기침에 대해 알아두자

의학적으로 기침 그 자체는 질병이 아니다. 외부에서 해로운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폐와 기관지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몸이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침을 통해 이물질을 배출하는 것. 강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기침이 1, 2주 이어진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침을 급성기침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질병과 무관하다.

질병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기침은 8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기침이다. 외부 자극이나 이물질이 침투하지 않았는데도, 혹은 기침이 발생할 요인이 없는데도 기침이 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성인 100명 중 3∼10명 비율로 만성기침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성기침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비염이 원인이 된 만성기침(상기도기침증후군)이 있는가 하면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폐질환이 있을 때, 혹은 흡연을 오래 했을 때도 만성기침이 나온다. 백일해같이 어렸을 때 앓았던 호흡기 감염증 후유증으로 드물게 만성기침을 얻기도 한다. 아주 드물게는 약물 부작용으로도 만성기침이 생길 수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기침도 있다. 이를 비특이적 만성기침이라고 한다. 이런 환자는 대부분 ‘기침 과민성’이 높다. 목과 기관지에 있는 기침과 관련된 신경이 과도하게 예민한 상태라는 뜻이다. 이 경우 △온도 변화 △자세 변화 △음식 섭취 △향수 △먼지 △말하기 같은 사소한 자극만 받아도 기침 충동을 느끼고, 실제로 기침을 많이 하게 된다.


● 원인에 맞춰 정확한 치료 필요

60세 여성 박정순(가명) 씨는 기침이 심해 요실금 증세까지 생겼다. 기침 때문에 밤에 잠에서 깰 때도 많았다. 박 씨는 비염 증세도 없고 흡연도 하지 않았다. 천식 검사도 했지만 음성이었다. 그런데 왜 기침을 심하게 하는 걸까.

강 교수는 기침이 나는 상황에 주목했다. 교회 지하에서 성가대 일을 할 때마다 기침이 나왔다. 지하철역에 들어갈 때도 기침했다. 이처럼 지하에 들어갈 일이 있을 때는 하루 종일 기침을 해 댔다. 일단 기침을 하면 발작적으로 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비특이적 만성기침으로 진단했다. 특정 상황에서 기침 과민성이 높아지는 유형으로 판단했다. 비특이적 만성기침일 때는 ‘기침 센서’가 뇌로 보내는 신호를 차단하는 약물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성분명 코데인)나 우울증 계열 약물을 쓴다. 박 씨 또한 이 약물을 썼고, 그 결과 증세가 좋아졌다. 강 교수는 “약물을 장기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효과가 나타나면 중단했다가 만성기침이 재발하면 다시 쓴다”고 했다.

40대 남성 강정훈(가명) 씨도 만성기침 때문에 강 교수를 찾았다. 강 씨는 주로 밤에 기침이 심했다. 숨이 차기도 했고, 쌕쌕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강 교수는 강 씨에 대해서도 천식을 의심했고, 관련 검사를 진행한 결과 천식 양성 판정이 나왔다.

강 교수는 천식 흡입제를 처방했다. 이 약물은 직접 폐로 전달돼 부작용을 줄이면서 증세를 완화해 준다. 실제로 강 씨 또한 흡입제를 사용한 뒤 1주일 만에 기침 증세가 크게 줄어들었다. 강 교수는 “일반적으로 천식 약물을 쓰면 3주째 정도부터 약효가 나타나며 4주 차 정도가 되면 뚜렷하게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증세가 좋아졌다고 해서 무조건 약물을 끊으면 천식 증세가 악화할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물을 잘못 쓴다면 기침은 사라지지 않는다. 50대 남성 김정현(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김 씨는 동네 의원에서 천식 진단을 받았다. 이후 오랫동안 흡입제를 처방받아 썼다. 그런데 기침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목에 이물감도 느껴졌다.

강 교수가 김 씨를 진단한 결과는 달랐다. 김 씨는 비특이적 만성기침에 더 가까웠다. 그러니까 기침이 멎지 않았으며 이물감 같은 증세는 흡입제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강 교수는 흡입제를 끊게 하고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했다. 김 씨는 기침이 잦아들었고 다른 부작용도 사라졌다.

● 천식과는 어떻게 다른가

천식에 의한 기침인지, 비특이적 만성기침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다. 다만 기침의 양상을 세심하게 관찰하면 일반인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천식에 의한 기침이라면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느낌이 강하게 나타난다. 다만 숨 차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다른 점을 더 살펴야 한다. 주로 환절기나 야간에 기침이 더 심해진다는 점을 알아두자.

감기에 걸린 후 천식 기침이 생겨날 수 있다. 만약 감기가 다 나았는데도 한 달 이상 기침이 지속된다면 천식 기침이 시작됐다고 의심해야 한다. 천식 환자는 기도 점막이 취약하다.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기도 염증이 더 증가하고 예민해진다. 이 경우 천식 흡입제를 빨리 써야 기침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이 원인이라면 만성기침과 함께 속쓰림 증세가 나타난다. 좀 심할 경우 식도가 타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비염이 원인이라면 코에 알레르기 증세가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비특이적 만성기침은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일단 시간적, 계절적 관련성이 없다. 하루 종일 기침이 나올 수도 있고, 며칠 동안 기침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기침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목이 간질간질하다가 기침이 시작된다. 발작적으로 기침이 나올 때가 많다. 한번 기침이 시작되면 잘 멈추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한 시간 넘게 기침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침이 심해지면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한다.

일반 동네 의원에서는 천식 여부를 정밀하게 진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증세만 가지고 흡입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강 교수는 “일주일 정도 흡입제를 처방받아 써 본 다음에도 효과가 없다면 상급 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민감한 목, 이렇게 관리하자

만성기침은 원인에 따라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 교수는 강조했다.

일단 기침 과민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첫째, 기침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인식해야 한다. 강 교수는 “폐질환 때문에 가래가 있는 기침이 아니라면 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더라도 헛기침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둘째, 입술을 오므리고 숨을 쉰다. 이와 함께 복식호흡을 하는 것도 과민성을 막는 방법이다. 평소에 자주 물을 마셔 주는 것도 좋다.

셋째, 외부의 민감한 자극 자체를 피하려고 해야 한다. 흡연은 물론이고 간접흡연도 피하는 게 좋다. 멘톨처럼 목에 화끈한 느낌이 들면서 건조하게 하는 것은 먹지 않도록 한다. 다만 단 성분이 있는 사탕은 기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먹어도 무방하다.

평소 이같이 노력해도 목이 가려우면서 기침 충동이 생길 수 있다. 이때도 기침을 하지 않으려는 2차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기침이 나올 것 같으면 팔로 입을 막는다. 그 상태에서 침을 삼키거나 물을 마신다. 숨을 5∼10초 동안 참는다. 다음에는 최소한 30초 동안 코로 천천히 숨을 쉬도록 한다. 기침하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 팔에서 입을 떼고 코로 부드럽게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호흡한다. 만약 기침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남아 있다면 이 과정을 2회 이상 반복하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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