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AI 두뇌’ 심는다… 휴머노이드 개발 가속

전남혁 기자

입력 2024-06-18 03:00 수정 2024-06-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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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AI로봇 연구-투자 경쟁
‘생성형’ 넘어 ‘행동형’으로 진화
젠슨 황 “AI, 물리적 세계 학습”
인간수준 사고력 갖춘 ‘AGI’ 예고



구글 'RT-2'
5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장이 건물의 외관을 촬영한 2차원(2D) 이미지 2장을 프로그램에 넣었다. ‘실행’ 버튼을 누르자 약 3초도 걸리지 않아 건물의 폭, 높이, 길이까지 구현된 3차원(3D) 이미지가 생성됐다. 네이버는 로봇 개발 등에 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그룹장은 “어린 아기가 주변 사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3차원 감각을 익히는 것처럼 로봇이 한두 장의 이미지만 학습해도 3차원 거리감을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며 “AI를 통해 로봇이 장애물을 피하는 등 더 똑똑해질 수 있다. 사람처럼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로봇이 AI 발전 획기적으로 가속


AI가 글이나 그림을 만드는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과 결합해 물리적 움직임까지 구현하는 행동형 AI로 진화하고 있다. 시각·언어 모델 등으로 외부 세계를 인지하고 명령까지 이해하는 AI 기술이 챗GPT의 등장 이후 급속히 발전한 덕분이다.

기존의 로봇은 프로그래밍된 동작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요 빅테크들이 뛰어들고 있는 AI 로봇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면서 사전에 배우지 않았던 동작도 수행할 수 있다.

피규어AI '피규어01'
실제 주요 빅테크들은 로봇 관련 연구를 재개하거나 관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주요 개발사가 AI를 로봇에 결합시키는 이유는 로봇의 물리적 특징이 AI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가속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특히 인간과 유사하게 행동하는 로봇의 지능이 강화된다면 인간 수준의 사고력을 갖춘 범용인공지능(AGI)의 탄생을 앞당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로봇 팀’을 부활시켰다. 2017년 로봇공학팀을 만들었지만 대형언어모델(LLM)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2021년 관련 팀을 해체시킨 바 있다. 오픈AI는 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로봇 기업 ‘피규어AI’ 등과 연계해 로봇의 두뇌가 되는 AI 모델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옵티머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 시간)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이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25조 달러(약 3경4550조 원)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는 테슬라가 2021년 처음 개발 계획을 밝힌 로봇이다. 테슬라는 이 로봇이 공장 내 노동부터 가사도우미 등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젠슨 황 “로봇의 시대가 열렸다”

옵티머스와 AI의 결합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는 60억 달러(약 8조29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xAI의 투자 유치를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테슬라 자동차의 데이터를 AI 훈련에 사용하고, 동시에 xAI의 기술을 테슬라의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에 결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로봇이 인공지능(AI)의 다음 물결"이라며 "엔비디아가 AI 로봇 개발을 주도하겠다" 고 강조했다. 타이베이=AP 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16일 대만 방송 프로그램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앞으로 자동차처럼 보급될 것이라며 앞으로 2∼3년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달 초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로봇의 시대가 열렸다. AI의 다음 물결은 물리적 세계에서 학습하는 AI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지금까지는 AI의 학습을 위해 인간이 자료를 모아 정리해줘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로봇과 AI가 결합되면 AI가 스스로 움직이면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차원이 다른 학습’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 세계의 이해가 동반된다면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많은 연구자는 AI 훈련에 (로봇을 통한) 구체화된 경험을 접목함으로써 AGI에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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