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기그 노동자 일하게 하려면… 개인의 목표와 관성 고려해야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 정리=김윤진 기자

입력 2024-04-22 03:00 수정 2024-04-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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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번다고 항상 더 일하진 않아
목표 소득 도달하면 의욕 떨어져
노동 중독 등 관성 나타나기도
행동경제학 고려한 보상 체계 필요



정규직으로 직장을 다니는 대신에 단기 계약을 맺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기그(Gig)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자율성을 누린다.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그 노동자와 일하는 기업이라면 이들이 어떤 보상에 반응하고 더 열심히 일하는지를 이해하고, 개인의 목표나 관성 등의 행동경제학적 특성을 고려해야 생산성과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경제학의 전형적인 표준 소득 효과에 따르면 많은 임금은 노동자가 더 많은 노동을 제공하게 하는 인센티브 역할을 한다. 행동경제학은 이와 다른 예측을 내놓는다. 개인이 무조건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더 많이 일하는 게 아니라 개인마다 고유한 기준에 따라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뉴욕시의 택시 운전사들은 소득이 많은 날에 일찍 일을 마친다. 각자의 기준이나 준거점이 되는 목표 소득에 도달하면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준거 의존성’이라고 불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맥길대, 버클리대 연구진은 기그 노동자들이 표준 소득 효과의 예측대로 행동하는지, 아니면 준거 의존적으로 행동하는지를 탐구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택시 호출 플랫폼과 협력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358일 동안 뉴욕시에서의 운전 활동과 금전적 인센티브에 대한 대규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표준 소득 효과의 예측대로 시간당 급여가 늘어날수록 기그 노동자들이 택시를 운행할 확률은 높아졌고 일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노동 결정을 독려하고 근무 시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그 노동자의 누적 소득이 커질수록 택시를 운행할 확률이 낮아지고 운행 시간이 짧아진다는 행동경제학적 특성도 관찰됐다. 운전자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 소득에 가까이 갈수록 근무하려는 의지가 약해지고 근무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누적 운행 시간과 관련해서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누적된 운행 시간이 많은 운전자가 적은 운전자보다 일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았으며 운행 시간도 더 길었다. 이는 기그 노동의 독특한 유연성 때문에 발생하는 관성으로 보인다. 작업의 자율성으로 인한 피로 감소, 불규칙하지만 빈번히 발생하는 보상에 따른 노동 중독 등도 관성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 결과가 보여주듯 기그 노동자들은 목표 소득 설정 및 관성 등 행동경제학적 특성을 함께 나타낸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를 고려한 보상을 설계해야 한다. 연구 결과 기그 노동자의 행동 경향을 고려해 인센티브 정책을 설계했을 때는 추가 비용 없이 생산성을 22%포인트 늘릴 수 있었고 동일한 서비스를 30%포인트 더 낮은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기그 이코노미는 더 이상 특별한 형태가 아니라 미래 노동시장의 특징이자 모습이다. 기그 이코노미 체제에서 노동의 수요와 공급을 효과적으로 매칭하려면 노동자의 개인적 목표나 관성 같은 행동경제학적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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