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한국 미술시장에 긴장 불러올까?[영감 한 스푼]

김민 기자

입력 2022-07-16 11:00 수정 2022-07-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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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형 갤러리 참여 아트페어
9월 한국 키아프(KIAF)와 같이 열려


Linda Nylind·Frieze 제공
안녕하세요.

오늘은 올해 한국 미술시장의 핫 이슈인 ‘프리즈 서울’에 대한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번 뉴스레터에서 ‘아트페어’에 대해 간략히 언급했었는데요. 코엑스에서 매년 열리던 ‘한국 국제아트페어’(KIAF)가 올해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국제적 아트페어 ‘프리즈’와 함께 개최된답니다. ‘프리즈 서울’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아트페어가 어떤 행사인지, 왜 미술계에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 다음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서 보도한 위작에 얽힌 소송 관련 소식입니다. 대형 경매사인 소더비에서 1990년대 구매했던 샤갈 작품이 20년 만에 프랑스 샤갈 전문가 위원회로부터 위작이라는 판정을 받아 파기될 위기에 처한 한 컬렉터의 이야기를 NYT는 소개했습니다. 경매사를 믿고 산 작품이 위작이라는 것도 억울한데, 파기까지 된다니요?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미술시장에 ‘긴장’ 불러올까? 프리즈 아트페어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프리즈 아트페어’의 서울 버전 ‘프리즈 서울’이 올해 9월 한국에서 열립니다. 아트페어란 무엇이고, 그 중에서도 프리즈 아트페어는 어떤 페어이며 이것이 한국에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프리즈 서울이 한국 미술계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요?



소더비에서 산 샤갈 작품, 가짜라는데 경매사는 책임 없다?:

1994년 소더비 경매 도록에도 실렸던 샤갈의 작품 ‘Le Couple’를 구매한 미국인 클레그 씨는 2년 전 소더비의 권유로 이 작품을 다시 경매에 내놓기로 합니다. 그리고 ‘형식적인 절차’라며 프랑스 샤갈 감정 위원회에 작품을 보내자는 제안에도 동의했는데요. 충격적이게도 위원회에서 이 작품이 위작이라며 파기하겠다고 합니다. 경매사는 보증 기간이 지났다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 프리즈, 한국 미술계에 ‘긴장’ 불러올까?
2021년 영국 런던 리젠트파크에서 열린 ‘프리즈 조각(Frieze Sculpture)’전. 프리즈 홈페이지 캡처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을 비롯한 노르웨이의 주요 예술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국립 박물관의 건물이 6월 11일 문을 열었습니다! 무려 4개의 국립 기관을 합친 건축물로, 북유럽에서는 가장 큰 박물관이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명한 라익스박물관보다도 크다고 하네요. 가까이 가면 전체 건물을 한 눈에 보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하는데요.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요?



프리즈 아트페어, 넌 누구냐

▲ 미술 매거진에서 출발한 아트페어: 영국 런던에서 2003년 시작된 프리즈 아트페어의 ‘모체’는 영국의 미술 매거진 ‘프리즈’(Frieze)입니다. 1991년 창간한 이 매거진의 첫 호에는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나비 페인팅이 표지를 장식했는데요. 영국의 현대미술 작가군인 yBa(young British Artists)의 미디어적 성장과 결을 함께 한 매거진입니다.

▲ 핫한 컨템포러리 분위기로 차별화: 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같은 도발적인 yBa 작가들의 에너지를 이어 받은 프리즈 아트페어는 지금 핫한 컨템포러리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기존 아트바젤 같은 페어가 유럽 중심의 무게감 있는 작품을 다뤘다는 점에서 틈새 공략을 한 것이죠. 그러나 2011년부터는 ‘프리즈 마스터스’ 페어도 런칭해 분야를 확장했습니다.



아트페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요

▲ 컬렉터 확장으로 등장한 갤러리 박람회: 아트페어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컬렉터들은 은퇴할 즈음 부를 쌓을 때까지 오랜 시간 동안 정보를 접한 뒤 갤러리에서 신중하게 작품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컬렉터층이 점점 넓어지면서 동시대 작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여러 갤러리가 모여 박람회의 형태로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작품을 선보이는 ‘아트페어’가 등장하게 됐습니다.(멜라니 겔리스의 저서 ‘아트 페어 스토리’ 참조)

▲ 아트바젤, 3일 동안 전시 작품 가치만 2조원: 2011년 한 보험회사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3일 동안 열리는 아트바젤 페어에서 팔리는 작품 규모만 약 2조원(17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남부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리는 테파프는 약 4조원(32억 달러) 정도라고 하네요. 통상 아트딜러들이 판매하는 작품 절반이 아트페어에서 팔린다고 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프로모션의 장으로 변화하는 경향: 코로나19 사태로 아트페어가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정보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아트페어의 형태도 변해가는 양상입니다. 요즘에는 아트페어가 열리면, 개막하기 전에 이미 PDF로 주요 컬렉터들이 작품 정보를 받아보고 판매가 다 이뤄지며 오프라인 전시는 작품을 선보이는 쇼룸의 형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 페어에서는 페로탱 갤러리 부스에서 한 예술가가 모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속 바나나를 먹어치우는 등 스캔들을 일으키며 프로모션의 장으로 변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미술 시장은 어떻게 되는걸까?

▲ 아시아 컬렉터 겨냥하는 프리즈: 이쯤되면 ‘프리즈는 왜 서울을 택했을까?’라는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서울의 컬렉터들이 활발하게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습니다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시아의 컬렉터를 겨냥하는 허브로 서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 프리즈와 유사한 대형 국제 아트페어가 일본 도쿄와 싱가포르에서도 예정되어 있거든요.

▲ 한국 컬렉터 해외 갤러리에 빼앗길까?: 우려되는 점은 미술 시장의 국경이 급속도로 무너지면서, 한국의 컬렉터들이 더 이상 국내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지 않고 해외 갤러리를 선호할 경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2017년부터 리만머핀, 패로탕 갤러리가 서울 분점을 내고 이후 여러 해외 갤러리들이 그 뒤를 이으면서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 미술허브 유치를 기회로: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프리즈 서울이 열리게 되면 아시아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컬렉터는 물론 해외 주요 미술관 관계자 등 미술 인사들이 모이는 허브가 형성되게 됩니다. 이 때를 계기로 치밀한 준비를 통해 한국의 저평가된 작가들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거센 파도가 밀려오는 가운데 한국 미술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까요?


○ 경매에서 산 샤갈 작품, 가짜라고 파기된다면?

벨라루스의 샤갈 미술관. 출처: 위키피디아(Jurasikt)
흔히 작품을 구매할 때 경매는 ‘기록’이 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경로로 여겨지곤 합니다. 초심자 컬렉터도 작품 판매 가격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서 경매에서 산 샤갈 작품을 경매사의 제안으로 판매하려고 내놓으려다 위작 판정을 받은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도록에 실렸던 샤갈 작품, 20여 년 뒤 가짜 판명?!

▲1994년 도록에 실렸던 샤갈 작품: 미국의 컬렉터인 스테파니 클레그 씨는 1994년 소더비 옥션에서 샤갈의 1950년대 작품이라는 ‘커플’을 9만 달러에 낙찰 받습니다. 이 때는 샤갈이 사망한 지 9년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소더비 경매 도록에까지 실린 작품이기 때문에 클레그 씨는 이를 믿고 구매했습니다.

▲경매사 권유로 작품을 내놓았는데…: 클레그 씨는 2020년 원래 살 던 집에서 좀 더 작은 곳으로 이사하면서 갖고 있던 작품들을 경매에 내놓기로 합니다. 이 때 소더비의 권유로 소장하고 있던 샤갈 작품을 내놓기로 하는데요. 소더비에서는 작품을 경매에 부치기 전 ‘형식적인 절차’로 프랑스 샤갈 감정 위원회에 작품을 보내자고 합니다. 클레그 씨는 소더비에서 작품을 구매했고, 2008년 재감정까지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응합니다.

▲위작 판정까지 모자라 파기한다고?: 문제는 샤갈 감정 위원회에서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로 구성된 이 위원회에서 ‘커플’ 작품이 위작이라고 판정을 내린 것인데요. 위작 판정도 모자라 프랑스 법에 따라 이 작품을 압류하고 파기한다고까지 통보해왔습니다. 당황한 클레그 씨는 소더비 경매사에 항의했는데, 경매사에서는 1994년 판매 당시 가져간 수수료에 해당하는 1만8500달러를 크레딧으로 주고 향후 경매에서 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클레그 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경매사와의 책임 공방


▲경매사가 진품을 보증하는 기간은 지나: 소더비 측은 첫 판매에 20여 년 전에 이뤄졌고, 진품 감정 보증 기간인 5년이 지났다고 클레그 씨에게 설명했습니다. NYT에 따르면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4년 이내에 감정에 대해 법적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재판매를 권유한 것은 경매사: 클레그 씨는 애초에 경매사가 판매를 했고 재판매를 권유했기 때문에 경매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더비는 드물기는 하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 등으로 작품이 가짜로 판명나는 경우가 있고 이런 경우 옥션 하우스에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작품 파기까지 해야할까?: NYT는 작품 감정이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작품 파기까지는 과도한 처사가 아니냐는 전문가 의견도 소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도 1970년대 가짜라고 보았던 벨라스케스의 필립4세 초상화를 약 40년 뒤 다시 진품이라고 뒤집은 경우가 있다면서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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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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