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고 땅 팔라고 했어”…아산 탕정 개발 예정지도 투기 의혹

뉴스1

입력 2021-03-18 15:42 수정 2021-03-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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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탕정 호산리 내 조립식 주택 모습. 이 지역 농경지를 LH가 매입한다는 소문이 돌자 외지인들이 보상을 노리고 이런 가건물들을 지어놓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스1

“조립식 건물 주인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오는데 자꾸 나보고 땅을 팔으라고 했어.”

충남 아산 탕정면 호산리에서 60여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A씨는 18일 마을 내에 지어져 있는 조립식 건물들을 가리키면서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 마을에는 몇년 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을 매입해 개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아산 탕정면 매곡·호산리 등 사업예정지에는 동일한 조립식 건물이 수십채 지어져 있었으나 1~2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비어 있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지만 인적이 드물고, 조립식 건물인 탓에 마치 다른 마을인 듯 보였다.

인근에는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고 있는 밭들이 있었으나 곳곳에는 묘목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묘목이 심어진 밭 대부분은 외지인들이 심어놓은 것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조립식 주택 주인이 한 500평쯤 땅을 갖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두번씩 운동하러도 오고, 자고 가기도 한다”며 “가끔 술도 마시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은근슬쩍 땅을 팔라고 해서 몇번이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땅도 외지에서 온 사람이 샀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갑자기 보지 못했던 묘목들이 자라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은 잘 모르니까 그 사람들이 비싼 값에 사겠다고 하면 땅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지인들이 눈독들이고 있는 땅은 천안아산KTX역세권 R&D집적지구 조성사업‘ 부지로 지정돼 토지 보상을 앞두고 있다.

충남도 등에 따르면 천안아산KTX역세권 R&D집적지구 조성사업은 대통령 공약사업 중 하나로 2018년 2월 충남도와 천안시, 아산시, LH가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 조성에 나섰다.

이 사업은 천안 불당동·아산 탕정면 일원 68만㎡에 국비 501억원, 충남도비 1864억원, 천안·아산 시비 1457억원 등 3822억원을 투입해 지식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천안에는 충남지식산업센터·제조기술융합센터·충남국제컨벤션센터가, 아산에는 공공지식산업센터·수면산업실증기반 기술소고도화지원센터·마이크로바이옴 상용화센터·벤처산업육성존이 조성된다.

핵심 시설인 제조기술융합센터는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으며, LH가 하반기에 설계한 후 국토부에 사업 승인 요청할 예정이다.

수년 전부터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2017년 18건이었던 건축인허가는 1년새 107건으로 6배가량 증가해 보상을 노린 투기 의혹이 제기된다.

투기의혹에 아산시는 뒤늦게 지난 2019년 3월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사업 예정지 일대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아산시는 최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사회적 파장이 일자 도시개발사업 관련 3개 도시개발 사업지구를 대상으로 공무원들의 불법 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자는 “LH나 행정기관 직원들이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투기 여부를 조사한다고 하지만 쉽사리 드러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ㆍ충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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