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개선안 ‘과잉 규제’ 논란… “임원 개인 잘못이 항공사 책임”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8-11-19 14:15 수정 2018-11-19 15:09
최근 국토교통부가 ‘항공산업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항공산업 발전 을 위한 방안이라는 국토부 측 설명과 달리 규제 조항이 대거 신설돼 산업 경쟁력과 경영의지를 꺾는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지난 14일 항공사 임원 자격 요건과 운수권 신규배분 제한, 독점 노선 관리, 노선별 운항의무기간 차등 설정, 항공사 안전관리체계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항공사업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총수 일가를 포함한 항공사 임원이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일정 기간 새 항공노선 배정을 신청하지 못하고 임원 재직도 금지된다. 비정상 경영 행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고려한 조치지만 개인 잘못을 기업 책임으로 돌리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항공운송사업 관련 법률을 위반했을 때 임원 재직이 제한됐지만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해당 방안이 기업과 국내 산업 자체를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허술한 관리로 항공법상 금지됐던 일부 국적 항공사들의 외국인 임원 재직을 걸러내지 못했던 국토부가 자체 귀책을 덮기 위해 다양한 규제 조항을 신설했다는 의혹도 있다.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노선별 최대 연간 40주로 설정된 운항 의무기간을 두고 독점 노선의 경우에는 노선 평가를 통해 운수권 회수 및 재배분을 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방안은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규제 조항이다. 특히 이미 배분된 운수권에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소급 입법 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업계 관계자 측은 강조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항공업계의 경우 자국 항공사를 보호·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적 지원을 추진 중”이라며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동 항공사의 경우 정부에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자국 항공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방안을 항공사업법 등 관련 법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시행에 앞서 내달 항공사별 적정 정비인력 및 장비 기준도 마련하기로 정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국토부는 지난 14일 항공사 임원 자격 요건과 운수권 신규배분 제한, 독점 노선 관리, 노선별 운항의무기간 차등 설정, 항공사 안전관리체계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항공사업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총수 일가를 포함한 항공사 임원이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일정 기간 새 항공노선 배정을 신청하지 못하고 임원 재직도 금지된다. 비정상 경영 행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고려한 조치지만 개인 잘못을 기업 책임으로 돌리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항공운송사업 관련 법률을 위반했을 때 임원 재직이 제한됐지만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해당 방안이 기업과 국내 산업 자체를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허술한 관리로 항공법상 금지됐던 일부 국적 항공사들의 외국인 임원 재직을 걸러내지 못했던 국토부가 자체 귀책을 덮기 위해 다양한 규제 조항을 신설했다는 의혹도 있다.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중요성이 크긴 하지만 정부기관이 사기업 임원 자격을 박탈하고 주요 자산인 운수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초법적인 권한을 보유한다는 것 자체가 과잉규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항공사 일부 임원의 개인 잘못과 범죄를 항공사 운영과 연관 지어 신규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규제라는 의견이다. 항공사 임원 일탈을 항공기 전파 사고와 동일한 수준의 사안으로 여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일부에서는 위헌·위법 논란도 나오고 있다. 항공사 임원 자격 박탈의 경우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임원이 항공운송사업과 관련된 법률을 위반한 것이 아닌데 회사 운영과 관련된 제재가 가해진 것은 무리한 집행이라는 설명이다.
유사 사례가 위헌으로 판결난 경우도 있다. 지난 2014년 4월 구 건설산업 기본법 제13조 제1항 제4조 등 위헌소헌(전원재판부 2013헌바25, 2014. 4.24)에서 건설업을 영위하는 법인의 임원이 금고 이상 형을 받은 경우 법인 건설업 등록을 말소토록 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고 판결됐다. 건설업과 관련 없는 죄로 형을 선고 받은 자가 임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법인이 건설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적합한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것이다.동일기업집단 내 계열 항공사간 임원 겸직을 금지하는 조치도 법적 문제 소지가 남아있다. ‘평등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비계열 항공사나 항공사가 아닌 다른 회사 임원 겸직은 정부가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노선별 최대 연간 40주로 설정된 운항 의무기간을 두고 독점 노선의 경우에는 노선 평가를 통해 운수권 회수 및 재배분을 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방안은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규제 조항이다. 특히 이미 배분된 운수권에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소급 입법 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업계 관계자 측은 강조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항공업계의 경우 자국 항공사를 보호·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적 지원을 추진 중”이라며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동 항공사의 경우 정부에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자국 항공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항공산업이 정부 과잉 규제로 재산권에 해당되는 운수권까지 잃게 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 및 투자의지가 더욱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운수권 조정으로 인해 운항되지 못하는 기간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임원 및 총수들의 잘못이 기업 책임으로 전가돼 근로자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업체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와 경영 환경이 어려워져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방안을 항공사업법 등 관련 법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시행에 앞서 내달 항공사별 적정 정비인력 및 장비 기준도 마련하기로 정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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