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출시 막히고 주행중 화재… 수입차 덜컹

강유현기자

입력 2015-11-10 03:00 수정 2015-11-1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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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배출가스 인증 두달째 중단

《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여파로 국내서도 미니, 아우디, 볼보, 지프 등 수입 디젤차 일부 모델에 대한 배출가스 인증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는 9월 배출가스 인증을 신청한 일부 수입차 업체에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서류로 증명하라”고 통보했다. 통보받은 모델들은 폴크스바겐과 같은 방식인 희박질소촉매장치(LNT)로 배출가스를 처리하는 차량들이다. 그러나 아직 단 1곳도 보완 자료를 내지 못해 인증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인증을 받지 못해 신차 판매 일정도 미뤄졌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를 계기로 정부의 배출가스 인증 절차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수입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고급차에 차량 결함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독일 디젤차가 주도해온 수입차 시장에 ‘급 브레이크’가 걸렸다.


○ BMW, 지프, 아우디 등 신차 출시 줄줄이 연기


BMW코리아는 이달 20일 미니의 해치백 ‘뉴 미니쿠퍼 D 클럽맨’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그러나 일단 가솔린 모델만 내놓고 디젤 모델은 출시는 내년 상반기(1∼6월)로 미뤘다. 디젤 모델에 대한 인증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당초 BMW코리아는 ‘X1’ 풀체인지 모델도 연내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아직 인증절차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X1 출시 일정도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코리아는 9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2016년형 ‘지프 체로키 디젤’ 인증을 신청했으나 절차가 중단됐다. 지프 체로키 디젤은 올해 1∼9월 1408대 팔려 크라이슬러 전체 판매량(4679대)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모델이다. 현재 FCA코리아는 이 차량에 대해 사전예약만 받고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2016년형 ‘A3 스포트백 25 TDI’ 인증을 진행 중이다. 2015년형 재고가 소진돼 해당 모델은 아예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4륜구동)도 출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 4개 차량은 미국에서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 차량들과 동일한 방식의 배출가스 처리장치인 희박질소촉매장치(LNT)를 장착하고 있다. 질소산화물을 필터에 포집한 뒤 촉매로 정화시켜 질소만 배출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메르세데스벤츠, 푸조 등은 요소수를 이용해 질소산화물을 희석시키는 선택적환원촉매(SCR) 방식을 사용한다. LNT는 SCR 방식보다 값이 싸고 가벼워 소형차에 주로 쓰인다. 한편 포드의 ‘쿠가’는 LNT 방식을 사용하지만 폴크스바겐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인증을 마쳐 다음 달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현재 수입차 배출가스 인증 작업은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국산차 인증은 환경부가 각각 진행한다. 정부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LNT 방식의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 또한 달라질 것”이라며 “향후 LNT를 부착한 차량은 조작 장치가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인증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수입차 점유율도 떨어져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차량에 잇달아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다. 3일 BMW ‘520d’ 차량이 타이밍벨트 결함으로 리콜 수리를 받은 뒤 돌아가는 길에 화재로 전소했다. 이에 차량 소유주가 판매대리점 앞에 전소한 차량을 끌어다 놓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앞서 9월에는 2억 원이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S63 AMG’ 차량 소유주가 “엔진이 자꾸 멈추는데도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며 대리점 앞에서 2시간 동안 차량을 골프채로 내리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이런 악재들이 겹쳐 지난달 국내 수입차 판매량 1∼4위인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4개 독일 브랜드의 판매량은 9월에 비해 모두 줄었다. 특히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947대로 전월 대비 67.4% 감소했다. 나머지 브랜드는 10∼27% 각각 판매량이 줄었다. 수입차 중 디젤차 비중도 지난해 10월 66.9%에서 올해 10월 63.5%로 떨어졌다. 수입차의 10월 내수 점유율도 11.2%로 상반기(16.6%)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수입차 브랜드에 대해 관대했던 소비자들의 시선이 달라진 만큼 수입차 업체들은 서비스 품질 체계를 갖추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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