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휘발유車… 번지는 폴크스바겐 파문

김성규기자

입력 2015-11-05 03:00 수정 2015-1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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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계획을 발표하며 수습 국면으로 가는 듯했던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다시 커지고 있다. 그동안 2000cc급 이하 소형 디젤(경유) 엔진만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3000cc급 엔진과 가솔린(휘발유) 엔진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폴크스바겐그룹의 모든 차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됐다.

3일(현지 시간) 폴크스바겐그룹은 성명을 통해 “내부 조사 과정에서 80여만 대의 차량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산화탄소 수치 불일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소한 하나의 가솔린(휘발유) 엔진 차량도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디젤 게이트’를 넘어 ‘폴크스바겐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의 발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폴크스바겐그룹 내 고급 차 브랜드인 포르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을 포함한 3000cc급 엔진에서도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발견됐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은 EPA의 발표는 부인했지만 사태가 다시 커지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처음부터 이번 사안을 명확히 규명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면서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 경영진이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즉각 책임 있는 당국과 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형 디젤엔진 모델에 국한됐던 지금까지의 사태와 달리 대형 차와 가솔린 엔진까지로 조사 대상 범위가 확대되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문제가 된 반면, 이번에는 이산화탄소가 문제가 돼 관련 제도와 규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대형 악재이긴 하지만 대상이 디젤차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폴크스바겐이 몇 년 내로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 발표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전 세계 판매량 중 가솔린과 디젤 엔진의 비중은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경우 대부분 가솔린 엔진을 팔고 있다. 9월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중국 시장에서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포르셰는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제기된 ‘카이엔’의 미국과 캐나다 판매를 자체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포르셰는 3일 “2014∼2016년형 카이엔 디젤 모델의 판매를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한다”며 “EPA의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GM과 포드, 현대자동차 등 경쟁 업체들이 지난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자릿수 판매율 신장을 달성한 데 비해 폴크스바겐은 판매가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내 판매량은 5일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판매 부진에 빠진 폭스바겐코리아는 4일 11월 한 달 동안 폴크스바겐 전 차종을 무이자 할부로 구매할 수 있는 특별 금융 프로모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현금 할인도 최대 1772만 원이 가능하다. 티구안, 골프 등을 포함한 17개 주요 모델에 대해서는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제타, 투아렉, 페이톤은 선납금이 없는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들 브랜드의 지난달 판매량은 이번 사태 이전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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