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업 면접장, 공 3개씩 주고 “저글링 해보세요”
서동일기자
입력 2015-03-23 03:00 수정 2015-03-23 03:00
순발력-창의력 테스트 한다며 황당 미션까지
‘별 모양 유지하며 과자 먹기’ 과제
“에베레스트山을 한국에 옮길 방법” “서울에 쥐가 몇마리” 등 질문도
취준생 “내 능력과 무슨 관계 있나”
이동통신사 새내기 사원인 A 씨는 지난해 말 2차 임원 면접장에서 겪은 황당한 경험이 지금도 가끔씩 떠오른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한 임원이 공 3개씩을 지원자들에게 건네며 “저글링(손으로 물건을 연이어 던지는 묘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이 허공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지만 저글링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면접장 바닥에는 떨어진 공이 굴러다녔다. A 씨는 “임원 쪽으로 굴러가는 공을 막으려는 사람, 다른 지원자에게 공을 던진 사람 등 면접장이 한순간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아직도 이 ‘과제’가 자신의 합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상반기 취업 공채를 앞두고 동아일보는 기업정보 공유 사이트 잡플래닛과 함께 이 사이트에 등록된 3만5000여 개의 면접 리뷰를 분석했다. 최근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순발력과 창의력을 평가하기 위한 과제, 정답이 없는 질문, 회사의 내부 비리에 관한 대처 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도를 알기 어려운 질문도 많아 취업 준비생 사이에 불만도 있었다.
최근 대기업 면접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일명 ‘게스티메이션(guesstimation)’이다. ‘추측하다’라는 뜻의 guess와 ‘추정하다’라는 뜻의 estimation을 합친 단어다. 정확한 답은 아무도 모르지만 순발력을 시험해보는 질문이다. “서울에 쥐가 몇 마리나 있을까” “항공기 보잉747에 탁구공이 몇 개나 들어갈까” “서울 시내에 신호등 개수는 모두 몇 개일까” 등이다.
지난해 한 대기업에 입사한 B 씨(30)는 면접 당시 “네팔의 에베레스트를 한국으로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B 씨는 “네팔에 한류를 전파해 네팔 문화를 한국 문화처럼 바꾸면 에베레스트가 결국 한국 산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한류 점령설’을 주장했고, 합격했다.
황당한 과제도 많다. 한 전자업체는 합숙 면접에서 별 모양이 찍힌 뽑기 사탕과자를 지원자 전원에게 나눠준 뒤 “최대한 별 모양 그대로 남기는 지원자가 이기는 과제”라고 지시했다. 지원자들은 과자에 침을 발라가며 녹이기 바빴다.
은행 면접에서는 지원자들이 ‘훈민정음을 담보로 대출을 요구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문제는 면접관이 지원자의 논리를 평가하기보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의’ 억지를 부려 지원자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직장 내의 부정행위나 내부 비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상사가 부도덕한 일을 시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배가 자신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비싼 가격의 거래처와 계약하려 하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등이다.
기업들이 ‘저글링’ 같은 엉뚱한 과제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컨설팅업체 대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얼마나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지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하지 못한 질문에서 비로소 지원자의 지식과 경험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잡플래닛 김지예 운영이사는 “지원자들의 학력, 학점, 어학점수 등 전통적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점점 창의력이나 순발력 등을 중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면접관이 ‘알아서 풀어보라’는 식으로 준비 없이 과제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별 모양 유지하며 과자 먹기’ 과제
“에베레스트山을 한국에 옮길 방법” “서울에 쥐가 몇마리” 등 질문도
취준생 “내 능력과 무슨 관계 있나”
이동통신사 새내기 사원인 A 씨는 지난해 말 2차 임원 면접장에서 겪은 황당한 경험이 지금도 가끔씩 떠오른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한 임원이 공 3개씩을 지원자들에게 건네며 “저글링(손으로 물건을 연이어 던지는 묘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이 허공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지만 저글링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면접장 바닥에는 떨어진 공이 굴러다녔다. A 씨는 “임원 쪽으로 굴러가는 공을 막으려는 사람, 다른 지원자에게 공을 던진 사람 등 면접장이 한순간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아직도 이 ‘과제’가 자신의 합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상반기 취업 공채를 앞두고 동아일보는 기업정보 공유 사이트 잡플래닛과 함께 이 사이트에 등록된 3만5000여 개의 면접 리뷰를 분석했다. 최근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순발력과 창의력을 평가하기 위한 과제, 정답이 없는 질문, 회사의 내부 비리에 관한 대처 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도를 알기 어려운 질문도 많아 취업 준비생 사이에 불만도 있었다.
최근 대기업 면접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일명 ‘게스티메이션(guesstimation)’이다. ‘추측하다’라는 뜻의 guess와 ‘추정하다’라는 뜻의 estimation을 합친 단어다. 정확한 답은 아무도 모르지만 순발력을 시험해보는 질문이다. “서울에 쥐가 몇 마리나 있을까” “항공기 보잉747에 탁구공이 몇 개나 들어갈까” “서울 시내에 신호등 개수는 모두 몇 개일까” 등이다.
지난해 한 대기업에 입사한 B 씨(30)는 면접 당시 “네팔의 에베레스트를 한국으로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B 씨는 “네팔에 한류를 전파해 네팔 문화를 한국 문화처럼 바꾸면 에베레스트가 결국 한국 산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한류 점령설’을 주장했고, 합격했다.
황당한 과제도 많다. 한 전자업체는 합숙 면접에서 별 모양이 찍힌 뽑기 사탕과자를 지원자 전원에게 나눠준 뒤 “최대한 별 모양 그대로 남기는 지원자가 이기는 과제”라고 지시했다. 지원자들은 과자에 침을 발라가며 녹이기 바빴다.
은행 면접에서는 지원자들이 ‘훈민정음을 담보로 대출을 요구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문제는 면접관이 지원자의 논리를 평가하기보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의’ 억지를 부려 지원자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직장 내의 부정행위나 내부 비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상사가 부도덕한 일을 시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배가 자신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비싼 가격의 거래처와 계약하려 하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등이다.
기업들이 ‘저글링’ 같은 엉뚱한 과제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컨설팅업체 대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얼마나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지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하지 못한 질문에서 비로소 지원자의 지식과 경험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잡플래닛 김지예 운영이사는 “지원자들의 학력, 학점, 어학점수 등 전통적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점점 창의력이나 순발력 등을 중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면접관이 ‘알아서 풀어보라’는 식으로 준비 없이 과제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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